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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울리는 환경재단의 '이상한' 장학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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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울리는 환경재단의 '이상한' 장학 사업

박사 과정 1년 만에 '장학금 중단' 일방 통보…환경운동가 발만 '동동'

연간 수십억 원대를 운용하는 환경단체가 정작 환경운동가와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던져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최근 환경재단(대표 최열)이 애초 장학생으로 선정해 학비 지원을 약속했던 환경운동가에게 지원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 환경운동가는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몰렸다.

사정이 이런 데도 환경재단 최열 대표는 지난 1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YMCA 같은 가장 오래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환경재단에 석·박사 과정을 신청을 한다"며 "이게 우리나라의 시민단체 수준"이라고 환경재단의 시민운동가를 상대로 한 장학 사업을 특별히 언급하며 자랑했다.

장학 사업 홍보할 땐 언제고…

몇몇 환경운동가의 말을 종합해 보면, 서울 소재 K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밟던 한 환경단체 활동가 A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애초 박사 과정 학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환경재단이 아무런 사전 상의도 없이 "앞으로 학비를 지원해줄 수 없다"고 통보한 것. 급하게 4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A씨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A씨는 어렵게 시작한 공부를 이렇게 중단할 수 없어서 얼마 되지 않는 환경단체 퇴직금을 미리 당겨서 등록금을 가까스로 마련했다. 당장 2학기에 4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도 큰일이다. A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환경재단에서 여건이 어렵다며 지원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통보를 받았다"며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8년 2월 환경재단은 A씨를 '시민단체 상근자 장학 사업'의 장학생으로 선정했다. 환경재단은 A씨에게 K대 박사 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전 등록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1년 만에 환경재단이 "더 이상 지원을 할 수 없다"며 학비 지원 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A씨 말고도 이 장학 사업 때문에 피해를 입은 환경단체 활동가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경재단, 최열 대표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공론화하지 않아서 그렇지 환경단체 활동가 사이에서는 이 장학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고 전했다.

주먹구구식 장학 사업의 예정된 결과

실제로 이번 사태도 처음부터 예정돼 있었다. 환경재단은 2003년부터 이 장학 사업을 추진하면서 몇몇 대학과 협정을 맺었다. 이들 대학은 환경재단 장학 사업 선정자에게 전액 장학금 등의 혜택을 줘왔다. 그러나 환경재단은 수년째 지원자가 없었던 K대의 경우 협정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A씨, 다른 환경운동가의 말을 종합해 보면 상황은 이렇다. A씨가 2008년 K대 박사 과정에 합격하자 환경재단은 뒤늦게 K대를 상대로 예전의 협정을 내밀었다. 그러나 총장, 담당자 등이 바뀐 상황에서 K대는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사후 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에 환경재단은 지난 1년간 각각 전액(1학기), 반액(2학기, 나머지는 K대학 장학금 지급)을 지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만에 환경재단은 아예 지급 중단을 결정한 것. 한 환경재단의 전직 간부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연말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환경재단을 둘러싼 상황이 악화하자 시민운동가 장학 사업과 같은 시민단체 지원 사업 규모를 줄이자는 논의가 내부에서 있었다"며 "그 직격탄을 A씨가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을 놓고 환경재단 홍혜란 교무처장은 "환경재단은 A씨에게 충분히 사정을 설명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A씨와 얘기해 보라"고 해명했다. 또 홍 처장은 "시민단체 활동가 장학 사업도 계속 추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미리 나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상의를 하는, 그런 절차는 없었다"며 이런 해명을 부인했다.

전체 예산 수십억 원에 시민단체 지원은 딸랑 2억 원?

환경재단의 전체 예산 규모를 염두에 두면 1년에 많아야 1000만 원 정도 되는 환경운동가의 장학금이 '새 발의 피'다. 환경재단의 전체 예산은 연간 60~70억 수준이다. 심지어 2007년에는 모금액이 많아서 약 10억 원의 흑자를 보기도 했다. 비록 2008년에는 적자를 보긴 했으나 여전히 수십억 원대의 예산 규모를 가진 단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을 대표하는 시민운동가가 만든 환경재단에서 환경단체를 지원하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환경재단의 내부 자료를 보면, 2008년 장학 사업을 포함한 시민단체 지원에 쓰인 금액은 약 2억 원 수준이다. 환경재단의 또 다른 전직 간사는 "이렇다보니 결국 형편이 어려워지자 A씨가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환경재단의 전직 간부도 "환경재단은 서울 한복판(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의 건물 월세를 내는 데만 월 3300만 원씩 지출해왔다"며 "또 여러 가지 과시용 사업이 많은 것도 잘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활동 내용을 놓고 내부에서도 토론이 많았지만 결코 바뀌지 않았다"며 "A씨의 사례는 환경재단의 그간 활동의 폐해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적을 놓고 환경재단 이미경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후원금은 용도가 정해져 들어오기 때문에 장학 사업과 같은 시민단체 지원 예산의 경우에는 한 푼의 후원금도 없는 상황에서 어렵게 조성하고 있다"며 "그래서 장학 사업의 경우에는 해당 대학의 지원이 없으면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미경 총장은 이어서 "A씨의 경우에도 K대가 일방적으로 협정을 파기한 것이지 환경재단이 사후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게 아니다"라며 "어렵게 장학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데 속사정을 모른 채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A씨와 같은 사례도 있지만 이 장학 사업으로 수혜를 보는 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환경재단에 배신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재단이 어려운 형편에 1년이나 도와준 것만도 고맙게 생각한다"며 "또 선배 환경운동가들이 꾸리고 있는 조직에 누가 되고 싶지 않다"고 자세한 인터뷰를 거부했다. 일선 환경운동가와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환경재단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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