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흐름에 청소년도 동참했다. 23일 청소년단체 '무한경쟁 일제고사 반대모임 Say-No'는 서울 종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오는 3월 10일로 예고된 일제고사를 반대하며 노숙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23일 청소년들은 일제고사를 반대하며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3월 10일까지 서울교육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한다. ⓒ프레시안 |
이들은 "(일제고사에서) 어떻게든 성적을 올리려는 학교의 발버둥으로 학생들은 더 '빡센' 입시교육을 받아내며 때론 커닝, 조작, 거짓말을 배워야 한다"며 "이젠 학생들이 죽어나고 교사들이 쫓겨나는 '막장 교육의 시대'가 왔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고사를 반대하기 위해 청소년들은 등교 거부, 시험 거부, 집회, 서명 운동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저항해왔다"며 "하지만 정부와 학교가 돌려준 답은 교사 해직과 학생들에 대한 무단 결석 처리, 부당한 압박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결국 더 강력한 행동으로 태클을 걸고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경쟁 교육 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노숙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농성은 23일부터 일제 고사가 치러지는 3월 1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은 "길바닥은 춥겠지만 일제고사와 막장 경쟁 교육이 판치는 학교는 더 추워질 것"이라며 "막장 경쟁 교육을 막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거리로 나간다"고 밝혔다.
"내 꿈은 초콜릿 공예사인데 왜 일제고사를 보라고 하는지…"
이날 농성에 참석한 정은진 양은(중3 S중학교)은 "왜 자꾸 이런 시험을 만들어서 우릴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작년 12월에 진행된 일제고사 때문에 선생님들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모른다"며 "눈치가 엄청 보였다"고 설명했다.
정은진 양의 말에 따르면 당시 이 학교는 일제 고사를 치르기 3일전 학교 자체적으로 일제고사 형식의 모의고사를 치렀다. 그는 "안 그래도 시험 보는 게 부담스러운데, 거기다 학교 자체적으로 또다시 시험을 보니 힘든 건 당연하지 않나"라며 "사실 내 꿈은 초콜릿 공예사인데 굳이 이런 시험을 치러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일제고사 답안지에 3번으로 표기하는, 소위 말하는 '기둥'을 세웠고 쉬는 시간에 교사에게 불려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그는 "혼이 나면 뭐하냐"며 "아닌 건 아닌데, 왜 자꾸 나를 틀 안에 맞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러한 생각은 '우뢰'(가명, 고2)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으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러 떠날 것"이라며 "일본 대학은 실기가 90%이기 때문에 현재 실기 중심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왜 국,영,수를 공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다만 학교에서, 나라에서 하라고 하니깐 하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일제 고사 반대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는 범국민교육연대와 사회공공성연대회의는 같은 장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성적 조작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일제고사 폐지와 경쟁교육 중단만이 우리의 교육이 살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제고사와 관련해 체험 학습을 포함, 자녀 등교거부 운동과 일제고사 금지법 청원 운동 등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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