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MB 정권, 역주행 1년 평가 연속 토론회'의 주제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정책에 대한 평가였다. 발제를 맡은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특징에 대해 "측근 내각, 고소영-강부자-S라인 내각, 편중 인사, 도덕성 무시(재산 중시) 인사, 여성 홀대, 대통령만의 오기 인사"라고 요약했다.
▲ ⓒ프레시안 |
김 최고위원은 특히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경선 과정의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공화당 소속인 로버트 게이츠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물론, 흑인과 여성, 히스패틱까지 두루 기용하는 통합의 정치를 벌인 것과 비교를 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헌재, 이규성, 임창렬 씨 등을 기용하고 정치적 반대 노선을 걷던 박태준 씨도 중용했으며, 햇볕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 보수 인사인 임동원 전 장관을 삼고초려 하기도 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나 오바마 정권의 인사정책을 벤치마킹해 국민의 단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 공기업은 확실히 '영남 향우회'"
그러나 이와 같은 비판은 1년 전 초기 내각 구성 때도 끊임없이 제기된 것이었지만, 1년이 지난 뒤 단행된 개각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 최고위원은 "TK 편중 현상은 더욱 강화됐고, 고려대 출신도 크게 증가했으며, 측근들의 '회전문 인사'도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경제관료 출신인 김 최고위원은 "금융공기업 인사는 확실한 '영남 향우회'"라고 비난했다.
▲ 자료: 민주당 |
게다가 '도덕성' 문제는 더 이상 변수도 되지 않는다. 손혁재 교수(경기대)는 "부동산 투기, 증여세 탈루 등 여러 불법행위들이 드러나 과거 정권에서는 고위 공직자가 숱하게 임명되지 못하거나 물러났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나도 모르겠다', '세금을 내라면 내겠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라며 "1년 만에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툭하면 법질서 운운하며 국민의 숨통을 틀어막으면서도 고위공직자의 흠결은 '그 정도쯤이야'라고 치부해 버릴 정도로 심각한 도덕성 상실의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밖에 행자부 차관 당시 국회에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반대 의견을 개진한 김주현 씨가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된 점, 뉴라이트 대변인이던 시절 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무죄 선고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제성호 교수가 인권대사에 임명된 점,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공동대표로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받아낸 인물인 최상철 씨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 임명된 점, 수많은 선거캠프 인사들이 방송사 사장으로 임명된 점 등을 거론하며 김 최고위원은 "숨이 막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라고 비꼬았다.
채원호 교수(가톨릭대)는 "다양한 목소리가 정책적으로 수렴돼야 하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연고집단이 뭉쳐 있어 정책적 오류를 가려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경총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료는 충분히 있기 때문에 노동부 장관은 노동운동가나 노동 변호사, 노동 학자 등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을 뽑아 정부 내에서 토론과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노동부 장관까지 재벌이나 경총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기간 4년으로 연장과 같은 정책이 쉽게 결정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박영선 의원실. |
"인재풀도 없고, 대통령은 의심 많고…"
이와 같은 인사의 원인은 무엇일까.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상황적 원인으로 "쓸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성 기자는 "지난 10년 동안 연구집단·관료들과 단절됐고 역량있는 인재풀이 없는 데다 과거 정책 엘리트들이 '에이 돈이나 벌자'면서 부동산 투기 등으로 타락하는 바람에 청와대 1차 검증에서 80~90%가 탈락한다"며 "정권 핵심관계자를 만나보면 자기들도 '미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성 기자는 또 정권 내부의 원인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직 경험 부재'를 꼽았다. 현대건설 시절에는 "인사는 회장님이 하고 일은 제가 합니다"며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나마 서울시장 시절에는 원세훈 부시장(현 국정원장)이 인사를 맡았다는 것이다. 성 기자는 "공직 인사는 과감하게 발탁하고 책임과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요체인데, 공직 경험이 없는 것이 치명적 약점"이라고 짚었다. "일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 결과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사고방식도 비슷한 맥락이다.
성 기자는 이밖에 "자재 관리를 하던 건설회사 현장소장 출신의 이 대통령이 의심이 많아 모르는 사람을 가급적 쓰지 않으려 하고 위계질서보다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토론이 없고 수석보다 센 비서관, 장관보다 센 차관이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 기자는 "인사 난맥은 '악의' 때문이라기보다는, '구조적 원인'이나 '인식 및 역량 부족' 탓일 가능성이 크다"며 "강부자·고소영·S라인 인사, TK 지역 편중 인사, 돌려막기 인사, 독단적 인사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했다.
"인사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
교정 가능성은 없을까. 일단 여당과 언론의 역할을 보면 비관적이다. 성 기자는 "현인택 장관의 경우 언론과 야당이 조금 더 열심히 파고들면 낙마 시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게 하지 못 했다"면서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인사를 포착하면 정확한 팩트를 바탕으로 문제제기 해 한 두 명은 더 낙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채원호 교수도 "야당과 시민사회가 위축돼 있고, 보수 언론에 맞선 진보 언론들도 더 분발해야 한다"며 "여당도 인사권에 대한 경제에 나서야 하는데, 정치가 너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본회의 임명동의절차 추진', '인사청문회 심의기간 20일에서 40일로 확대' 등의 대안을 제시한 김진표 최고위원은 "과거 관료집단은 20대나 30대 초반에 행정고시를 보고 들어온 엘리트 집단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외부의 전문가 집단이 공직에 들어오도록 유도를 해야 한다"며 "서기관의 30%, 이사관의 10% 정도는 외부 전문가들이 공직을 경험할 수 있게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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