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통령님, <워낭소리> 잘 보셨습니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통령님, <워낭소리> 잘 보셨습니까?

[오동진의 영화갤러리]<9>

이명박 대통령님.

지난 일요일에 <워낭소리>를 보셨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국사에 바쁘실텐데 모처럼 영화를, 그것도 독립다큐멘터리를 찾아서 영화를 봐주셔서 영화인들에게 큰 격려가 됐을 줄 압니다. 요즘 영화계가 참 안좋은 것 잘 알고 계실 줄 압니다. 뒤에 앉아 같이 영화를 관람한 유인촌 장관과 강한섭 위원장께서 평소 국내 영화산업의 현황에 대해 정확하게 보고하고 있을 테니까요.

<워낭소리> 어떠셨나요? 기사를 보니 김윤옥 여사께서 눈물을 흘리신 것 같던데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우셨나요? 우울하셨나요? 혹시 기분이 나쁘지는 않으셨나요?

▲ 워낭소리

대통령께서 <워낭소리>를 관람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좋아하고 박수치는 영화인들도 있었습니다만 오히려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리가 늘 박수받는 좋은 자리만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반대로 불평과 불만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지요.

아무튼 영화를 보신 것에 대해 혹자들은 매우 심기가 불편했을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그건 저도 동의하는 바였는데요, <워낭소리>가 대통령께서 추진하시는 국정방향과 아주 다른 방향에 서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늘 성장이 중요하고 경제가 우선이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십니까? 빨리빨리 개발을 해야 한국이 진짜 선진국이 될 거라고 얘기하고 계시죠. 그런데 <워낭소리>의 최점균 옹은 대통령님 생각과 전혀 정반대로 생활하고 계신 분이죠. 이 분은 자식들이 아무리 소를 팔아 버리고 농사 일을 걷어 치우라고 얘기해도 새벽 4시만 되면 묵묵히 논밭으로 일을 하러 나가는 분입니다. 자식들의 (개발) 얘기는 귓등으로 흘리면서 오히려 원시적이랄 수 있는 자연 농법(反개발론)을 고집하고 계신 분 아니겠습니까.

<워낭소리>같은 작은 영화, 비상업 영화에 관객들이 60만, 70만이 드는 것도 어쩌면 대통령님의 정치관, 경제관에 은근히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영화는, 이충렬 감독의 말마따나, 아버지 세대에 대한 반성과 회한, 용서를 비는 마음이 담겨져 있고 일부 관객들은 거기에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만 영화 속에 담겨진 궁극적인 메시지는, 최점균 옹과 그의 일소처럼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걷자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대통령님의 개혁입법 속도전과는 다른 느낌이지요. 돈이나 법보다는 인간이 우선이라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용산참사에 대한 대통령님의 생각과 다른 얘기를 하는 영화라는 말이지요.

이충렬 감독과 만나서 하신 대통령님의 첫 인사말이 "관객 얼마 들었어?" "돈 얼마 벌었어?"라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지요. 설마 '돈 얼마 벌었어?'까지는 아니겠지요. 그건 헛소문이고 무조건 대통령님을 비판하려는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겠지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께서 <워낭소리>같은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돈부터 얘기하는 그런 분이 아닐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워낭소리

그래도 그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이번 영화를 계기로 독립영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이죠. 맞습니다. 그래야지요. 그런데 보고를 좀 잘못 받으신 것 같아 한 말씀만 드리자면 독립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비록 외화이긴 하지만 <원스>나 <렛 미 인>같은 영화가 아주 잘되는 걸 보면 그걸 알 수가 있습니다. 독립영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곳이 한군데 있습니다. 바로 영화진흥위원회같은 정부 기구입니다. 영진위는 이미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을 축소,변경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해 왔습니다. 혹시 그건 잘 모르셨는지요. 그러니까 대통령님의 말씀, '독립영화에 대한 인식이 바뀔' 사람은 일반관객이 아니라 영진위같은 정책 책임자들이라는 거지요. 등잔 밑을 먼저 좀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도 모처럼 영화를 보셨다니 기쁩니다. 대선 기간에도 <마파도2>나 <브라보 마이 라이프>같은 영화를 보셨다는데 어줍잖게 충고 한말씀 드리자면 앞으로는 쉬운 영화보다는 어려운 영화도 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정치 현실을 리얼하게 다룬 영화들도 참 많이 있으니까요.

안녕히 계십시오. 앞으로도 영화를 많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