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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지가 된 코스닥, 정부發 '녹색 풍선' 터질라

4개월새 14조 몰려 400선 탈환…"기관 주도로 지나치게 과속"

코스닥이 노다지가 됐다. 코스피지수가 경기침체 여파로 설설 기는 반면 코스닥지수는 펄펄 난다. 과거 IT 붐과는 비교하기 민망하지만, 코스닥이 이처럼 여론의 관심을 모은 일은 실로 오랜만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현 코스닥 시장에 부는 훈풍이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의 돈이 코스닥에 유입돼 지수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정부발(發) 테마로 삽시간에 주가가 치솟은 종목도 많다. 기업 실적이 아닌, 정부와 기관이 일으킨 바람은 생각보다 맥없이 꺼져버릴 수 있다.

4개월 새 14조 몰려…"기관이 돈 다 먹었다"

16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7.18포인트(1.81%) 오른 402.87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처음으로 400선을 회복한 데다 코스피(16.97포인트)가 급락한 것과 비교되면서 여론의 주목도가 크게 높아졌다. 증시 기사에서 코스피보다 코스닥지수가 주목받는 일은 드문 현상이다.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가을 바닥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지난 4개월여 간 기록한 상승률은 약 64.4%(10월 28일 장중 최저점과 2월 16일 마감지수 비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28일 장중 245선까지 밀렸을 당시 41조9044억 원이던 코스닥 시가총액은 13일 현재 약 14조 원이 유입돼 55조7875억 원으로 늘어났다.

▲코스닥지수가 약 4개월 만에 400선을 넘은 16일, 각 언론사 사진기자들은 코스피지수를 제쳐두고 코스닥지수 변화추이를 집중 촬영했다. ⓒ연합
이 덕분에 올해 들어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세계 43대 지수 중 중국 상하이지수(23.47%) 다음으로 높은 16.2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4.92%에 그쳤다.

코스닥 상승을 이끈 주체는 기관이다. 기관은 10월이 시작되면서 주가지수가 최악으로 곤두박질치자 본격적으로 코스닥 주식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당장 지수가 400선을 넘긴 이날만 해도 기관은 671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2007년 4월 10일(1074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10월 28일 이후 기관의 코스닥 순매수 규모는 6615억 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6355억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 역시 365억 원 순매도했다.

대세하락기 코스닥을 떠받친 개인은 최근 상승세에 재미를 보지 못했다. KRX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3일 사이 개인이 사들인 종목의 수익률은 변변찮았다. 매수 상위 종목 중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불과 세 개에 불과했고 다음(-19.5%), 서부트럭터미널(-10.5%), 메가스터디(-7.7%) 등은 오히려 하락했다.

반면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코스닥 10개 종목은 대부분이 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서울반도체가 111.7% 오른 것을 비롯해 현진소재(63.0%), 성광벤드(45.2%) 등이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노다지'는 기관에만 통용되는 단어였다.

정권이 진원지인 테마 장세

코스닥이 최근 암울한 경제현실과 달리 승승장구하는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정부가 진원지인 테마 장세가 이어진다는 점과 투자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는 점이다.

테마 장세는 지난해 초에도 코스닥에 잠시 분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운하 사업이 본격 진행되리라는 기대가 컸다. 올해 테마는 이른바 '녹색성장'에 근간을 두고 있다. 탄소배출권 사업을 준비한다는 업체, 청정에너지 사업을 준비한다는 업체가 일제히 관련 테마에 묶여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발광 다이오드(LED), 태양광, 하이브리드카 관련주들이 특히 강세를 보인다.

코스닥 지수가 400선을 넘어선 이날만 하더라도 글로넥스와 와이즈파워의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글로넥스는 지난 13일 LED 사업 진출을 위해 동부LED 지분 60%를 인수했다고 공시했고 와이즈파워는 LED 형광체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기업과 합작회사 설립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에스엔유(SNU)프리시전은 태양광 테마 최대 수혜주다. 이 회사는 지난 10일 유럽 옵텍과 태양광 기술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주가는 16일 현재 지난해 10월 29일 대비 163.8% 오른 9200원을 기록했다(종가기준). 코디콤, 풍산, 태웅 등도 모두 새 에너지 사업 관련주로 최근 강세를 이어가는 종목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최근 주가 상승세가 실적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데 있다. 좋게 말하면 실적으로 이어지기 전 선투자로 볼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아직 사업성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테마를 따라가는 '묻지마 투자'일 수도 있다. 지금의 테마 바람이 위험한 이유다.

갈 곳 잃은 돈이 잠시 쏠려…기업 내재 가치 들어다 봐야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경기침체로 소외를 받았던 코스닥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테마를 타고 힘을 얻는 게 최근 두드러진 모습"이라면서도 "이 테마가 과연 기업 이익으로 실제로 연결되느냐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거시경제 전망이 워낙 암울해 갈 곳을 못 찾은 자금이 코스닥을 대안으로 삼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간단히 말해 은행은 머니마켓펀드(MMF)를, 기관과 개인은 코스닥시장을 단기 휴식처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자금은 거시경제 전망에 변화가 생길 경우 언제든 투자처를 바꿀 수 있다.

소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부문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 변수에 실적까지 영향을 받는 거래소 대형주가 주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시 변수에 자유롭고 개별 장세가 이어지는 코스닥에 관심이 몰리는 것"이라며 "만약 대형주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경기부문에 반전 모멘텀이 나타난다면 코스닥 테마는 생각보다 빨리 시들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지금의 코스닥 활황세만을 보고 시장에 과감한 배팅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코스닥 활황세는 여전히 바닥을 찾지 못하고 내려앉기만 하는 경제여건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정근해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이 최근 급등으로 서서히 단기적 상승에 따른 피로를 느끼는 모양새"라며 "섣불리 추적매매에 나서 '상투잡기'를 하는 것보다 기업 내재가치를 들여다보는 여유가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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