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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학도 '기업 맞춤형'…"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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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제 대학도 '기업 맞춤형'…"실효성은 의문"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무조건 규제완화 하고 보자?

앞으로 기업인력이 교육받을 대학 교육장소 선택권이 높아지고 교육기간 결정권도 대폭 확대되는 등 기업의 대학 교육과정 주도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또 사내대학에는 설립기업의 계열사·협력업체 종업원도 입학이 가능해진다.

이밖에도 정부는 서비스산업 관련 R&D 투자를 오는 2012년까지 현재의 두 배로 늘리고 서비스 부문의 직무능력 평가를 활성화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14일 기획재정부는 기업의 교육 주도력을 대폭 높인 '3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Service PROGRESS III)'을 발표했다. 이번에 내놓은 방안에는 총 44개 과제가 담겨 있으며 20개 과제는 금년 상반기, 17개 과제는 하반기 내에 완료할 방침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이번 발표로 서비스산업 관련 경기부양책 밑그림은 대부분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학과 설립에 기업 부담 대폭 완화

지난해 4월과 9월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된 이번 서비스산업 부양책의 핵심은 대학교육 손질이다. 대학교육 과정에 기업 입김을 대폭 강화해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교육'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대학 교육을 개혁한다'는 얘기다.

우선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계약학과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나왔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교육을 계약한 대학에 학과를 설치하고 재직자나 채용예정자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삼성전자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과정에 핸드폰학과,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등을 설치한 게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7년 첫 기수를 맞은 이 학과 재학생은 대학원 면접과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삼성전자의 면접을 통과해 선발됐으며 졸업 후 의무적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다.

이번 개편 골자는 계약학과 개설 및 운용을 기업이 주도하고 대학은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학과를 기업이 원하는 곳에 설치 가능하도록 하고 기업 시설과 관련 부처·지자체·사업자단체 시설까지 활용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대한상의에는 기업의 계약학과 활용을 지원하는 조직을 오는 6월말까지 설립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기업이 부담하는 교육비용의 인정범위와 납부시기 등에 대한 완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등록금 뿐 아니라 기업의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도 기업 부담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또 관련 교육비용은 연구개발비(R&D)로 간주, 세제 지원 조치를 추진한다. 특히 학과 졸업 후 관련기업 입사를 조건으로 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경우 교육비 부담비율을 기업 자율로 결정토록 했다. 정부 부처도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활용해 인력양성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사내대학 설립ㆍ입학 조건도 대폭 완화했다. 종전에는 종업원 200인 이상 단일기업만 사내대학을 설립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소규모 기업이라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내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종업원으로 한정됐던 입학자격도 근무 기간에 관계없이 계열사·협력업체 종업원 모두에게로 완화했다.

학문은 '기업 맞춤형 교육' 위해

정부는 산학 연계, 특히 서비스산업과 학문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각종 조치도 내놨다. 우선 서비스산업 육성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공대 중심이던 1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2005년~2008년)을 개편, 서비스부문 학과도 참여토록 하는 2단계 사업을 오는 2013년까지 실시키로 했다.

고교 교육의 경우 공고로 한정됐던 인력양성 정책대상 전문계고 범위를 디자인고ㆍ정보고 등 서비스업 계열까지 확대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운영된 공공직업훈련도 서비스업 분야로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12년까지 우선선정직종(기간산업 중 인력이 부족한 직종)의 15% 이상이 서비스 업종으로 지정된다.

또 제조업분야 학과 위주로 운영된 폴리텍대학은 디자인, 의료ㆍ보건 등 서비스산업 분야로 특성화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새로 만들 마이스터고교 졸업생이 폴리텍대학으로 진출해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경로를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나열된 교육 인프라 변경이 모두 완료된다면 전문계고-기능대학-4년제대학-대학원에 이르는 모든 교육경로에 '기업 맞춤형 교육망'이 구축되는 셈이다.

서비스산업 R&D 확대

한편 정부 R&D 예산의 1% 수준(1102억 원)인 서비스R&D 투자는 오는 2012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와 함께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제품으로만 한정된 '기술혁신', '기술혁신 성과물' 및 '사업화' 정의에 서비스를 명시적으로 포함키로 했다. 법 개정은 오는 6월 말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부문 지원방안으로는 먼저 서비스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세제지원방안이 오는 9월 중으로 마련된다. 지원 방안 등이 확정되면 백화점 유통산업연구소 등도 세제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연구개발서비스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종합 계획과 연구개발서비스산업진흥법 제정을 검토키로 했다.

서비스부문에 대한 병역특례도 추진된다. 정부는 오는 6월 지식서비스 기업연구소를 지정하고 내년부터는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을 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서비스부문의 직무능력 평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등급별 국가기술자격 도입이 확대된다. 이와 함께 서비스 분야 기능명장, 품질명장 선발도 확대된다. 관련 선발공고 개정은 오는 11월 이뤄지며 방안이 나오면 애니메이션, 녹음·촬영명장 등이 배출될 전망이다.

직무능력 평가 활성화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관련 직업훈련 인프라도 확대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직무분석의 절반 이상을 서비스업에 할당하고 직업능력표준, 직업훈련기준 등을 서비스업종에 마련키로 했다.

경제위기 상황에 기업들이 나설까?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의문이 드는 부분은 바로 대학교육 개선 부문. 대학교육이 마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마냥 취급되고 있어 대학 교육의 정상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서비스개선 방안의 초점이 대학 교육에 맞춰져 있어 '대학이 변하지 않으면 서비스산업이 선진화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정부가 가진 것으로 우려된다"며 "학문의 영토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특히 계약학과 관련 내용은 학문의 산업 예속화 우려 이전에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부터 따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정부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관련 규제 완화에 큰 공을 들였지만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과연 적극 나설 기업이 얼마나 있느냐부터가 의문이다. 교육부담을 줄여준다 하더라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체가 신규 채용규모 자체를 줄이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교육주체의 부담을 모두 완화하는 것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임 연구원은 "정부는 대학부담과 업체부담을 모두 줄여준다고 하면서도 이를 보완하는 지원 방안은 세밀하게 내놓지 못했다"며 "유일한 부분이 컨소시엄 강화인데 생색내기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계약학과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일을 추진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 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계약학과의 성과를 추적하기 위해 교과부에 자료 문의를 했지만 이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며 "현재 정부가 계약학과가 어떻게 추진되는지도 모르면서 규제 완화에만 성급하게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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