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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씨의 봄은 언제 오는가"

[기고]'MB정권' 1년 동안 바뀐게 없다?

박람강기(博覽强記 : 글을 널리 읽고 기억을 잘함)하다고 해서 꼭 현실 인식을 정확히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듦이 균형 잡힌 시선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을 몸소 보여주는 분이 있으니 바로 소설가 이문열 씨다. 재능의 승함이나 견문의 넓이에서 짝할 사람이 많지 않은 이문열 씨가 보여주는 현실인식은 놀랄만큼 편벽하고 심하게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다. 지난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이 씨의 발언은 새삼스럽게 이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사회의 갈등 양상을 "기득권 싸움"이라고 명쾌하게(?)정의내리며 최근 국회 갈등에 대해 "민주고 언론이고 뭐 사수한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민주도 언론도 아니고 지난 10년 그 방향에서 재미를 본 사람들이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실은 기득권 유지의 목적인데 거기에도 온갖 자기주장을 덧붙여 자기 기득권 유지가 곧 민주화되는 것처럼 우기다 보니까 싸움이 더 맹렬해지고 사회가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의 현실진단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제도권 정당과 현실 정치인이 내리는 정치적 선택과 결정에 이른바 '정략'이나 '당리당략'이 온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 정략이나 당리당략을 기득권으로 바꿔 불러도 좋다. 관건은 특정 정당과 정치인이 내리는 정치적 선택과 결정이 정략이나 당리당략인지 아닌지가 아니고 헌법적 가치 및 공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일 것이다. 설령 특정 정당과 정치인의 정치적 결단에 일부 정략 등이 개입돼 있다 하더라도-아마 정략이나 당리당략 없는 정당과 정치인은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그 정치적 결단이 헌법적 가치나 공익에 부합한다면 이는 상찬받을 일이다. 반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내리는 정치적 결정이 헌법적 가치에 반하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소위 'MB악법'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 역시 이런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 여야의 행동에 정략이나 당리당략이 배어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본회의장을 점거해 'MB악법' 통과를 일차 저지한 야당에 여론이 우호적인 것은 야당이 보다 헌법적 가치 및 공익 수호에 가까웠다는 증거라 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문열 씨는 이런 맥락을 모두 무시한 채 이번 사태를 기득권 싸움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 씨의 보수 애호 취향은 유별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지나치면 이렇듯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한다.


한편 그는 '이명박 출범 이후 보수 대변자에게 보상이 됐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결과에 영향을 받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내가 보기에는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또 "1년 동안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같은 기분이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권이 한 게 없긴 왜 없나? 절차적 민주주의를 전부 후퇴시키고 사회 전 부면을 적자생존과 효율성의 원리로 재구성하며 역사 전쟁을 벌이고 결정적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거덜내고 있는데. MB가 고작 1년 사이에 이룬 성과(?)를 보고도 춘래불사춘 운운하는 이문열 씨가 꿈꾸는 봄이 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가 한 말 가운데 옳은 말도 있다. "10여 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교만의 병이 널리 퍼진 것 같다. 한번 쯤 돌아보는 자기반성을 하는 겸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것이다. 단, 이문열 씨가 이를 먼저 실천했으면 좋겠다. 그의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사회적 다위니즘과 극단적 엘리티즘, 적대적 반북주의에 감염된 독자들의 황폐해진 정신세계를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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