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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법 속에 '시간강사'의 자리는 없다"

[벼랑 끝 31년, 희망 없는 강의실·18]

현황 1 : 입법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부에 시간강사의 차별시정과 법적 지위 개선을 권고한지 벌써 4년이 흘렀다. 당시 인권위 결정의 주문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대학시간강사에 대한 근무조건·신분보장·보수 및 그 밖의 물적 급부 등에 있어서의 차별적 지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는 것이었는데, 지난 4년간 이러한 '지위 개선'은 얼마나 진행되었는가. 지위의 제도적 개선의 핵심은 고등 교원 지위 인정과 법제화에 있으므로, 우선 법률안을 중심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06년과 2007년, 민노당 최순영, 열린우리당 이상민,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 등 3당이 각기 대학 강사에게 교원지위 부여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발의하였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또한 정작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교육부는 정부안을 만들지 않았는데,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17대 국회에서 교육부안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냈으나 청와대가 성안시키지 않았다고 하였으나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고, 18대 국회에서 다시 입법안을 제출하겠다고 하였지만 18대 국회 들어서는 아직 단 한 건의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제출된 바 없다.
▲ 국회는 갇혀 있는가?] ⓒ이광수

이제는 임기만료로 폐기된 위 의원 입법안은, 고등교육법의 교원 구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시간 강사를 '강사' 또는 '연구교수'라는 명칭으로 교원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겸임교원에서 빼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는 헌법 제31조 제6항의 교원지위 법정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원의 지위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① 교원의 직무의 중요성, ② 교원 직무에 대한 대우 또는 존경, ③ 교원의 근무조건·보수 및 그 밖의 물적 급부 등의 기준을 법률로 정하여 그 신분을 보장함으로써 교육의 전문성·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헌법적 요청이 그동안 무시되어 온 것은 국·공립대학의 경우, "정원 및 예산이 확보되어야하는 문제"가 있고 사립대학의 경우 재정여건상 일시에 전임교원 확보율을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입법안들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따른 재정소요 규모는 최소(국공립대 100%, 사립대학 30% 지원시) 1조 8893억 원에 달한다고 추계하였다(현재 전임강사 연봉의 50%인 연 2250만 원 기준).
▲ 시간강사 문제 해결의 핵심은 교원 지위 확보에 있다. 사진은 2007년 8월 23일 열린 국회 정책 토론회 모습이다. ⓒ김영곤

현황 2 : 비정규직법과 시간강사

강사의 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최근에 쟁점이 된 또 한 가지는 바로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기간제법'으로 약칭)이다. 종래 시간강사들은 모두 학기 단위로 기간을 정하여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기간제 근로자들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된 것이다.

물론 이 기간제법을 적용하기 위한 전제로 시간강사의 '근로자성'이 문제되겠지만, 대법원은 이미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교에서 강의를 담당한 시간강사들은 학교측에서 시간강사들의 위촉·재위촉과 해촉 또는 해임, 강의시간 및 강사료, 시간강사의 권리와 의무 등에 관하여 정한 규정에 따라 총장 등에 의하여 시간강사로 위촉되어 대학교측이 지정한 강의실에서 지정된 강의시간표에 따라 대학교측이 개설한 교과목의 강의를 담당한 점, 대학교측의 학사관리에 관한 규정 및 학사일정에 따라 강의계획서를 제출하고 강의에 수반되는 수강생들의 출·결석 관리, 과제물 부과와 평가, 시험문제의 출제, 시험감독, 채점 및 평가 등 학사관리업무를 수행한 점, 위와 같은 업무수행의 대가로 시간당 일정액에 실제 강의시간 수를 곱한 금액(강사료)을 보수로 지급받은 점, 시간강사가 제3자를 고용하여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규정상 또는 사실상 불가능한 점, 시간강사가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수행에 불성실하거나 대학교의 제반 규정을 위반하고 교수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등에는 전임교원(총장, 학장, 교수, 부교수, 조교수 및 전임강사)에 대한 재임용제한 및 해임 또는 파면 등 징계처분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 조치인 재위촉제한 또는 해촉(해임)을 받도록 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대학교의 시간강사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학교법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고 하여 시간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시간강사의 기간제법 적용과 관련하여 제기된 첫 번째 문제는, 법 시행을 앞두고 2007년 6월 11일 제정된 시행령에서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법 제4조 제1항의 예외를 정하면서 "박사 학위(외국에서 수여받은 박사 학위를 포함한다)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를 포함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박사학위 자체가 직장에서의 지위와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님에도 학위 취득만을 이유로 비정규직 기간 제한의 보호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고, 특히 '전문직 특례'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취업에 있어서 전문적 지위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현실적으로 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이나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박사학위 소지자이지만 이들의 근로조건이 그다지 높지 않고, 충분한 교섭력을 확보하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되었으나 법안 그대로 의결되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기간제법 제8조의 차별금지 규정 적용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전남대, 조선대, 성균관대, 성공회대, 영남대, 대구대, 경북대 등 7개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처음 지방노동위원회 초심 과정에서는 전임강사와 시간강사를 비교가능성을 주장하였으나 전임강사가 기간제노동자라는 이유로 비교대상자선정단계에서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신청인은 비교대상자에 관하여 전임강사를 주의적 취지로 하되, 강의초빙교수를 예비적 취지로서 신청취지를 변경하였고 심문회의 결과 강의초빙교수에 대한 비교대상선정을 인정하였으나 시간급 임금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강의초빙교수의 근로시간은 강의시간 외의 강의준비시간을 인정한 반면, 시간강사에 대해서는 강의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 불리한 처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현재 이들 사건 중 경북대·대구대 사건에 관하여는 노동자 측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서울행정법원에 계류 중이다.

현황 3 : 시간강사와 퇴직금

마지막으로 그 법적 지위를 정면으로 문제 삼는 것은 아니나 시간강사의 퇴직금 사건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시간강사 퇴직금 사건에서 주로 문제되는 것은 '초단시간 근로' 해당 여부와 '계속 근로연수'에 관한 것이다. 먼저 구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자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중 퇴직금 규정(제34조)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1주간 강의시간은 통상 6시간 내지 9시간 정도인 시간 강사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지가 문제되는데, 법원은 "(…) 강의 업무의 성격상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와 자료수집, 수강생의 평가 및 그와 관련한 학사행정업무의 처리 등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점은 경험칙상 쉽게 예견할 수 있고, (…) 시간강사들은 1시간 강의를 위해 적어도 2시간 이상 강의 준비와 연구를 하고, 특히 수강생이 많은 교양과목을 담당할 경우 수강생의 답안지와 보고서를 평가하고 전산입력을 하는 데에 수일이 소요되는 사정…전임교수들의 강의시간 역시 연간 5~18시간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전임교원들의 경우 강의 이외의 연구 업무나 학사행정업무도 모두 교원의 업무에 포함시켜 강의가 없는 때에도 보수를 지급하는데, 시간강사들의 근로가 대학 전임교원들이 제공하는 근로와 그 양적인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난다고 할지라도, 그 질적인 면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평가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을 반드시 강의시간에 한정하지 않고 강의를 준비하고, 수강생의 성적평가 및 기타 강의와 관련된 학사행정업무에 소요되는 시간도 포함하여 평가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지방법원 2003. 10. 30. 선고 2002나55815 판결).

다음으로 '계속 근로연수'와 관련해서는 강의가 없고 임금도 지급되지 않는 방학 기간 동안을 근로계약 존속으로 보아 산정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겠으나, 형식적으로 일용근로자라 하더라도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온 경우에는 상용근로자로 보아야 하고 사용자로서는 취업규칙 및 보수규정상의 직원에 준하여 일용관계가 계속된 기간을 계속 근로년수로 계산하여 그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반드시 월 평균 25일 이상 근무하여야만 근로자의 상근성, 계속성, 종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등) 취지를 고려한다면, 비록 방학 동안 고용관계가 단절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계약관계에 있던 기간을 통산하여 계속 근로연수를 산정해야 할 것이다.

마무리하며

위에서 본 것처럼 대학 강사들은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기는 하지만 비정규직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 실제 대학 교육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고등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지위의 문제는 헌법이나 국제기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 대학 교육의 질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교육부가 인권위 권고 내용을 상기하여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이나 예산 확보책을 내와야 할 것이다.

* 이 연재는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의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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