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그 수순을 밟아감에 따라 논란이 뜨겁다. 지난 13일 헌법재판소가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는 등 사실상 종부세에 대한 '사망 선고'를 내린 이후 공방은 극에 달했다. 경제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전국민의 2%만 내던 종부세 완화는 더욱 민감한 이슈가 됐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정치적 민감성이 종부세를 둘러싼 논의의 수준을 찬반 논란 이상으로 발전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종부세 완화는 이명박 정부의 공급 위주 부동산 정책과 함께 가는 것이다. 보유세를 내려 다주택 소유에 대한 부담을 줄어주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종부세 찬반 논란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그것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더 크고 본질적인 문제로 논쟁 지점을 옮겨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 기반해 '토지+자유 연구소'(소장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4회에 걸쳐 기고를 연재한다. <편집자> |
헌재가 종부세법에 대해 일부 위헌(세대별 합산) 및 헌법불합치(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 결정을 내림에 따라 종부세법의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둘러싸고 여야 간에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여야가 구상하고 있는 종부세법 개정방안에 대해 살펴보고 그 한계를 짚어보고자 한다. 종부세를 발전적으로 지양할 대안의 마련을 위해 일차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한나라당의 종부세법 개정안이 지닌 문제점들
한나라당의 종부세법 개정방향과 내용은 9.23종부세법 개정안에 거의 망라돼 있다. 당정이 마련한 9.23종부세법 개정안의 골자 중 주택분 종부세 개편방안은 아래의 표와 같다. 아래 표의 출처는 기획재정부에서 만든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9.23)이다.
가. 주택분 종부세 개편 방안
헌재 결정 이후 한나라당의 입장은 조금 변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종부세의 과표 기준을 '6억 원'으로 유지하고, 주거목적 1주택 '8년 이상 보유자'의 경우 종부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 한다. 아울러 세율(0.5%~1.0%)이 너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세율 조정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구상하고 있는 주택분 종부세 개정안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세율을 너무 낮추려고 하는데 있다. 인별 합산을 하는데 더해 세율까지 낮춘다면 종부세의 투기억제 효과 및 불로소득 환수 효과는 대거 감소하게 된다. 아울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 종부세 감면 혜택을 부여한다면 중첩적인 성격이 강한 1세대 1주택 고령자에 대한 세액공제방침은 철회하는 것이 옳다. 또한 9.1세제개편안에 포함된 농특세(종부세에 부과)폐지 방침, 과표적용률 작년 수준 동결, 세 부담 상한선 인하 조정 등도 백지화하는 것이 맞다.
크게 줄어들 종부세로 인해 발생할 지방의 세수결손분을 어떻게 보전해 줄지도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지방소득·소비세를 신설해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하고, 교부금 지원을 확대해 지방 재원 감소 부분을 메운다는 복안인데 생각대로 될 지는 의문이다.
주택분 종부세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그나마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시늉이라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덜 쏠린 사업용 부동산과 나대지 등의 종합합산토지에 대해서는 9.23종부세법 개정안을 그대로 관철시킬 기세다. 기획재정부에서 만든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9.23)중 사업용 부동산 종부세 개정안과 종합합산토지 종부세 개정안을 보자.
나. 사업용 부동산 종부세 부담 대폭 경감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만약 사업용 부동산과 종합합산토지에 부과되는 종부세가 한나라당 안대로 개정되면 사업용 부동산과 종합합산토지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사실상 형해화되고 만다. 과세 기준이 급격히 높아지고 세율이 크게 낮아진 종부세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참고로 작년에 부과된 종부세는 2조 8,560억원이었는데 그 중 주택분 종부세는 1조 2,416억원이었다. 주택분 종부세 보다 사업용 부동산과 종합합산토지에 부과되는종부세가 더 많았던 것이다.
이렇듯 한나라당이 시도하고 있는 종부세법 개정안은 명목상의 종부세는 남겨두지만 실질은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주당과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의 문제점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종부세 과세 기준 6억원을 지키고 종부세 인하를 반대하며 장기 보유 기준을 최소 10년 이상 보유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아울러 민주당은 종부세 세율 인하에도 적극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종부세 후퇴를 저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써온 점, 종부세 과세기준과 세율을 지키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목표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민주당의 태도는 지나치게 수세적이다. 또한 민주당은 종부세를 지양할 만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어디 정책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편 진보신당의 <부동산 부유세> 도입 제안은 신선하다. 진보신당이 도입을 주장하는 <부동산 부유세>는 토지와 주택은 물론 상가와 오피스텔, 아파트 분양권 등 개인이 가진 모든 부동산에 대해 빠짐없이 합산 과세를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진보신당은 과표와 세율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고 부동산을 정상적으로 취득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해 엄격하게 증여 추정 규정을 적용해 편법, 불법 증여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신당이 제안한 <부동산 부유세>의 문제점은 토지와 건물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토지와 건물은 성격이 전혀 다른 재화로 보유세는 토지에만 부과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진보신당은 이를 간과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보면 건물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적 오류를 범한 셈이다.
종부세를 발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위에서 대략 살핀 것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종부세를 발전적으로 지양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아직까지는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다만 기존의 종부세를 교묘히 무력화시킬 궁리를 하거나 이를 막으려고 할 뿐이다. 다만 진보신당의 <부동산 부유세>는 일부 결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지금은 종부세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종부세의 단점을 보완하고 한층 발전시킨 종부세의 대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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