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짧은 단어에 모든 게 담겨있다. 오바마를 향한 미국인의 기대와 오바마를 향한 세계인의 관심이 이 단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바꿀 것이라고 기대한다. 미국의 정치와 경제질서를 바꾸고 미국의 세계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렇게 기대하고 전망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오바마가 비주류 출신이라는 데 있다. 흑인 출신으로서 지역활동을 하면서 생활로 체득하고 경험으로 터득한 바를 정치에 구현할 것이라고 믿는다.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오바마가 지금 예상대로 대통령이 될지, 그가 대통령이 되어 미국인의 기대와 세계인의 관심을 구현할지 속단할 수 없다.
돌리자. 시선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리자.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미국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성찰이다. 오바마는 징검다리일 뿐이다.
우리에게도 있었다. 오바마와 같은 비주류 출신으로, 변화 또는 개혁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대선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고졸 출신으로 인권 변호사의 성공스토리를 쓴 사람, 한국의 또 다른 비주류인 지방의 발전에 애정과 관심을 기울였던 사람, 자신이 몸담았던 정파에서조차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도토리 정치인. 하지만 그 누구보다 인터넷과 국민 정서에 밝았던 사람. 진솔한 정치행적으로 신뢰의 기초를 닦았던 사람. 바로 이런 점이 힘이 돼 당내 경선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사람. 그가 6년 전의 노무현이다.
그런 노무현에게 주어진 과제는 뚜렷했고 무거웠다. 3김정치체제를 극복해야 했다. IMF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파탄 난 '국가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해야 했고, IMF를 기점으로 본격화한 신자유주의의 치유책을 내놔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루지 못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랬다. 3김정치체제는 사멸하지 않았다. 지역을 기반 삼아 보스가 이끄는 정치체제는 유지됐다. 신자유주의 그림자인 20대80체제는 더욱 강화됐고 한미FTA는 파란을 몰고왔다.
그렇게 노무현은 퇴장했다. 한 때 참여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고 평가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외면 속에 정치적 반대세력에 의해 포퓰리스트로 낙인찍힌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오늘…. 상당수 국민은 방황하고 있다. 6년 전 변화 열망을 노무현에 투영했던 상당수 국민은 정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국현이 노무현의 대체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일순간의, 그리고 제한된 기대마저 처참히 무너진 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변화를 퇴행 또는 회귀로 간주하며 낙담하고 있다. 현존 야당을 신뢰하지 못하고 현존 정치인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며 갑갑해 하고 있다.
이렇게 읽는 게 맞을 것이다. 각질화의 조짐까지 보이는 실망과 낙담 이면에 아직도 뜨거운 기운이 흐르고 있다고 읽는 게 맞을 것이다. 크게 실망하고 낙담하는 만큼 변화에의 갈망 또한 키워가고 있다고 읽는 게 맞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게 솔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현실, 어디를 둘러봐도 변화에의 갈망을 담아낼 또 다른 '한국의 오바마'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 현실, 이것이 지금 상당수 국민이 직면한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하는 게 솔직할 것이다.
또 이렇게 주장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결과론을 갖고 노무현에 매타작을 가하는 건 생산적이지 않다고, 노무현 정부 5년의 공과를 냉정하게 복기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주장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래야 실패의 이유를 살필 수 있고, 그래야 '한국의 오바마' 재출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아, 말이 잘못됐다. 재출현은 불가능하다. '은마'는 오지 않고 '백마 탄 왕자님' 또한 나타나지 않는다. 그건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얘기다. '한국의 오바마'는 강림하지 않는다. 만들어지고 육성되는 것이다. 정치에 '메시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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