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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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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촛불

[김지하의 '촛불을 생각한다']

산 촛불
  
  산
  촛불
  
  지리산 노고단
  
  일만 사천년 전
  파미르 고원
  마고성 엄마 자리에서 켜진 뒤
  
  마흔 다섯 번째 날
  계룡산에서
  마친다
  
  피투성이 오체투지다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동서 문명의
  두 혼이
  
  서로 모셔
  함께 켠
  저 촛불
  
  삼태극
  반궁수
  
  계룡산에서 마친다
  
  아직도
  묘향산 갈 길
  남았지만
  마친다
  
  하늘 땅 사람의
  산과 물과 길의 삼태극
  궁궁을을
  
  동쪽 달 서편 하늘로 달리는
  서편 노을 동쪽 해로 다시금 떠오르는
  반궁수
  궁궁태극
  
  이제 아침 용머리 위에서
  마친다
  
  아
  마친다
  
  사탄이라든 불교와
  서양 귀신이라든 기독교가
  
  우뚝한
  한국의 산
  
  후천개벽 계룡산에서 만나
  서로 모셔
  함께 껴안고
  
  마친다
  
  다 이루었다
  다 비웠다
  아아 살았다
  
  이 땅 한반도
  
  동서양이 만나는 자리
  만나지 않으면 찢어져
  죽어야 하는 그 자리
  
  그 만남이
  바로
  세계 역사의 聖杯인 이 자리
  
  이제
  서쪽에 든 공포의 그늘
  동쪽 흰 빛의 희망 속에 떠올라
  
  흰 그늘인
  촛불로
  미소짓는 이 자리
  
  아아
  살았다
  
  이 땅 한반도
  
  다 이루었다
  우리네 마음
  다 비웠다
  
  이젠 검은 숯불도 붉은 횃불도
  해맑고 어여쁜
  흰 그늘
  촛불로
  
  모두모두 살아
  다시 태어날
  
  이 자리
  한반도
  
  피투성이로 서로 모셔 마침내
  
  다 이루었다
  다 비웠다
  
  아아
  살았다
  
  서기 2008년 불기 2552년
  단기 4341년
  10월 26일 오후 3시
  계룡산에게
  불교스님 수경
  천주교신부 문규현
  
  묘향산 갈 길 아직 남긴 채
  
  오체투지 산 촛불
  
  일단 마침에 즈음하여
  
  김지하 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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