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불볕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9월 4일, 지리산 노고단 하악단을 출발한 이후 벌써 50일이 지났다"며 "자연의 시간 앞에서는 그토록 뜨겁기만 하던 불볕더위도 잠시의 호흡이었고, 어느덧 차가워진 아스팔트 차도를 걱정해야 하는 날들로 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순례 풍경은 지난 50일 사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며 "처음 출발할 때의 마음처럼, 그 때 한 걸음을 내디뎠던 순간처럼, 오늘도 같은 오체투지 순례였고, 참여자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내가 향기로워야 주변이 향기롭다"
이날은 김병상 몬시뇰(교황청으로부터 받은 명예 칭호), 함세웅 신부, 안충석 신부 등 천주교 원로 사제들이 함께했다.
김 몬시뇰은 "현재 한국사회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미래는 불투명하다"며 "오체투지는 암울한 시대에 희망을 샘솟게 하는 성직자들의 결단이며 봉헌"이라고 말했다.
성직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순례에 참여했다. 인천에서 온 홍학기 씨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너무 무모하다"며 "특히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해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길을 찾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도 순례를 통해 희망을 볼 수 있다"며 "이런 마음을 서로 나눌 수만 있다면 앞이 보이지 않을까, 우리는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각별히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에서 온 송준영 씨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이라며 "모든 생물은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듯이 우리도 욕심내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고된 지 2년이 된 한 노동자도 순례에 참여했다. 그는 "현재 복직 투쟁 중"이라며 덤덤히 말했다. 순례 내내 미소를 지으며 평온한 모습이었던 그는 "내가 향기로워야 주변이 향기롭다"며 "정부에 의해 말도 안 되는 정치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성직자들이 온 몸으로 민주적 저항을 보여주며 우리가 올곧은 길로 갈수 있도록 하나의 길을 제시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순례단은 23번 국도에 위치한 충남 논산시 광석면 왕전리 왕전초등학교 인근에서 순례를 시작해 23번 국도를 따라 순례를 하며 노송면 도리 근처에서 하루 일정을 마쳤다.
오체투지 순례 51일째인 24일 순례단은 691번 지방도로를 따라 길을 간 뒤, 논산 상월면 지경리 지경교회 근처에서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 오체투지 순례 마무리 행사 및 천고제는 오는 26일 오후 3시, 충남 공주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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