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1일 양일간 민주노총은 상반기 사업과 방향을 결정하는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는 매번 노동계뿐만 아니라 정·재계에서도 관심사로 부상됐지만, 이번 대의원대회는 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제안과 정치권의 수용으로 신년벽두의 최대 화두로 급부상한 '사회적 교섭' 방침이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험난했던 사회적 교섭 재개 노력**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중앙위원회에서 사회적 교섭 방침을 이번 대의원대회에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을 결의했다. 민주노총 현 지도부는 사회적 교섭 방침 관련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될 경우 2~3월 사회적 교섭틀을 새로 구축하고 5월경부터 본격적으로 교섭과 투쟁을 병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현 이수호 집행부는 지난해 초 위원장 선거 공약으로 사회적 대화 재개를 선언해 일대 변화를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당선 이후 지난해 2월 <프레시안>이 주최한 대담에서 "현장 조합원들이 사회적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다"며 "임기내 사회적 교섭 재개를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었다.('변화의 핵심은 민주주의' 2000.2.19 기사 참조)
민주노총이 그동안 '투쟁일변도'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다름아닌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인 만큼 사회적 교섭을 강조한 이수호 위원장과 민주노총의 행보는 노-사-정 관계자의 지속적인 관심목록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마련한 '노사정대토론회'에서 노사정 각 주체가 노사정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한시적 기구인 '노사정 대표자회의' 개최를 전격 받아들이면서, 사회적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이후 김대환 노동부장관, 김금수 노사정위 위원장,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영 경총 회장,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등 실로 노-사-정 대표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노사정대표자회의'를 2차례 개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회적 교섭이 급진전하고 있다고 평가하거나,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조심스레 점치기도 했다.
이런 화해 분위기는 지난해 7월 궤도연대 파업과 LG칼텍스노조 파업 당시 정부가 전격적인 직권중재 결정을 내리면서 순식간에 냉각 국면으로 돌아섰다. 민주노총은 결국 노사정대표자회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고, 노동계 내부에서 진행되던 사회적 교섭 방침에 대한 논의마저도 중단됐다.
***민주노총 지도부, 수차례 사회적 교섭 강조 해와**
이런 험난한 과정 끝에 오는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방침이 재논의된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연초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부패협약' 제안을 여야 정치권이 수용하며, 이를 노사정 대타협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신사회협약으로 발전시키자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인 사회적 교섭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는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이수호 위원장은 19일 SBS가 주최한 '제2차 미래한국 리포트'에 참가해 "어떻게든 중단된 사회적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해 조만간 사회적 교섭을 강력히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도 직권중재 결정이 임박했던 보건의료노조 파업국면에서 이 위원장은 노사정대표자회의 지속여부에 대한 질문에 "정부의 직권중재 방침과 사회적 대화를 연계시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이런 판단은 사회적 교섭을 굳이 회피할 이유도 없고, 또한 사회적 교섭을 대체할 만한 또다른 대안이 부재하다는 현실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편집부장은 "사회적 교섭 자체를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며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섭 채널을 가지는 것이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고, 사회적 교섭을 한다는 것이 투쟁을 회피한다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안 부재와 관련해서도 이 편집부장은 "노동진영에 산적한 사안들을 모두 투쟁으로 돌파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발상"이라며 "노조가 개별 사업장 투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사회적 교섭은 더욱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즉 교섭과 투쟁을 양립불가능한 것으로 보거나, 투쟁만능주의에 대한 경계인 셈이면서 사회적 교섭을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대의원들,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반발 기류 만만치 않아**
한편 이런 지도부의 판단이 오는 대의원대회에서 순탄하게 지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한 예로 지난 18일부터 민주노총 홈페이지 '정책제안' 코너에는 사회적 교섭 방침을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상정한 것 자체에 대한 반대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축협노조의 성명이 최초로 올라온 이후 19일 오후 5시현재 현재 무려 1백여 건이 게재돼 있어 사회적 교섭 방침에 대한 강한 현장 조직의 강한 반발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의 주장은 ▲사회적 교섭은 사회적 합의주의에 불과할 뿐이라거나 ▲사회적 교섭을 할 만큼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 ▲현실적 힘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교섭 참여는 정부의 노동정책의 들러리로 머물고 말 것이란 우려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특히 정부가 비정규직법 등을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는 마당에 사회적 교섭이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많다.
실제로 이번 대의원대회에는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잇따라 반대토론을 준비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격론이 예상되고 있다. 이수호 위원장도 대의원대회 결정에 대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며 격론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노사정위 복귀 전초전으로 볼 수 있는 사회적 교섭 재개에 대해 민주노총 8백70여 대의원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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