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급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들은 10월 들어 매수기조로 돌아섰다. 최근 하락장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역발상'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 변동성이 큰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한다.
지난 6일 코스피지수가 1400선 밑으로 고꾸라졌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은 4070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손을 털고 나서는 와중에 공격적인 저가매수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런 기조는 10월 들어 내내 이어졌다. 지난 3거래일간 개인은 총 9824억 원을 순매수했다. 본격적으로 매수우위로 돌아선 지난달 25일까지 포함한다면 1조6587억 원 매수우위다. 이 기간 외국인은 7112억 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개인과 외국인이 정반대 매매행태를 보인 셈이다.
개인이 이처럼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는 현재 주가지수가 바닥권에 가깝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추가로 약세를 보이더라도 연기금 등 기관이 어느 정도는 장을 떠받쳐줄 것이란 생각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각 온라인 투자사이트에는 바닥권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이어지기도 한다.
바닥권 여부를 떠나 변동성 장세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최근 들어 신용융자잔액이 증가한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일정 신용거래보증금을 걸어놓고 매매대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보증금을 담보로 일종의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에 나서는 셈이다. 만약 투자 종목 주가가 오른다면 적은 자산에 비해 큰 투자수익을 거두는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2조2234억 원이던 신용융자잔액은 2일 현재 2조3093억 원으로 약 일주일 새 800억 원가량 늘어났다. 그만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과감한 배팅에 나선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지난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하루 폭락 뒤 다음날 반등세를 보이는 모습을 이어옴에 따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행태가 변동성 장세를 통해 나타났다"며 "당장 6일 증시만 해도 4%가 넘게 빠졌으니 '해볼만 하다'는 투기성 자금이 몰린 것"으로 해석했다.
하락 추세가 완연한 증시에 이처럼 개인이 과감한 배팅에 나선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2006년 5월 11일 이후 8거래일 동안 나타났을 때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1464.70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6월 14일에는 1192.0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11일부터 22일까지 단 하루만 빼고 7거래일 내내 순매수 기조를 보이며 1조2878억 원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주가수익률은 -8.61%였다. 과감한 단기 매매로 일부 투자자는 수익을 거뒀겠지만, 수익보다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많았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락폭 자체가 둔화될 수는 있지만 본격적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시점이 바닥권이 맞다면 '장기투자'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분명 있다. 지난달 30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 직후 미국에서 투자를 시작한 이는 1년 후 17.2%의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직후 투자에 나선 이는 1년 후에는 -16.3%의 수익률을 거뒀지만 3년 후에는 11.1%의 플러스 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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