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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신용불량자…대학은 위기 속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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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신용불량자…대학은 위기 속 돈놀이"

대학, 펀드 손실액 등록금으로 벌충?

미국발 금융 위기를 놓고 각종 금융파생상품으로 돈은 월가에서 벌고 손실은 일반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메운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런데 같은 일이 대한민국 대학에서도 벌어지려 한다. 펀드나 주식, 금융파생상품 등에 적립금을 투자한 일부 대학이 손실액을 다음 등록금에 반영한다면?

실제로 연세대학교 재학생으로 구성된 '부자학교 펀드 감시단'은 지난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연세대 정문 앞에서 학교의 펀드 투자 내역에 대한 정보 공개 서명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5014명이 서명에 동참했지만 학교 당국은 묵묵부답이다.

참여연대 등 전국 550여 시민단체가 함께하고 있는 '등록금넷'과 '연세대 부자학교 펀드 감시단'은 지난 9월 30일 오후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대학은 적립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등록금 1000만 원 시대, 학생은 신용불량자 되는 판에…"
▲ 등록금넷과 '연세대 부자대학 펀드 감시단'은 지난 30일 오후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대학은 적립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프레시안

대학 적립금은 등록금 인상과 더불어 사립대학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기자 회견 참가자들은 "등록금 1000만 원 시대에 학생들은 취업도 하기 전에 신용불량자 딱지를 받는 현실"이라며 "그런데도 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펀드, 주식 투자를 하면서 자산 불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에는 미국발 금융 위기로 펀드, 주식에 투자한 대학이 손실을 입고 복지, 장학금 기금으로 쓰여야 할 적립금에 비상이 걸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박이선 수석부회장은 "연세대 현황을 보면 연구 기금과 장학 기금으로 쓰여야 할 적립금 중 40%는 건축 적립금으로, 다른 40%는 기타 항목으로 정해져 있고, 장학금과 연구비 명목으로는 8%를 넘지 않고 있다"며 "기타 40%가 펀드에 투자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학교 측에서 밝히지 않으니 알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연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양모 학생은 "학교는 적립금으로 학생에게 투자하지도 않고 무엇을 했나"라고 비판했다. 이경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연대사업국장은 "연세대 1만8000명의 학생 중 5000여 명이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며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내막이 궁금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연세대는 학내 언론을 통해 적립금 운용 기본 정보와 투자수익금 사용 내용을 공개하고, 적립금 운용 정보와 수익금 사용 내역 공개를 상시적으로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들은 "쌓여있는 적립금을 학생에게 환원해야 한다"며 학자금 대출 이자 전액 지원 기금을 조성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결산과 합리적인 적립금 적립과 사용으로 등록금을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대학 돈 놀이 규제 푼 정부는 나 몰라라"
▲ 이날 기자 회견에서 한 퍼포먼스. 학생들의 참여가 대학의 적립금 운용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이끌 수 있다는 내용이다. ⓒ프레시안

이들은 대학의 적립금 운영 손실을 방관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는 그동안 정기예금 등으로 예치 관리했던 사립대 적립금을 주식 등 수익성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사학기관 재무, 회계 규칙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공식적으로 대학의 주식 투자를 허용했다. 그러나 투자만 허용했을 뿐 손실 등 위험성의 대책은 전혀 세워놓지 않았다.

이들은 "손실액이 커질 경우 고스란히 학생들의 인상된 등록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큰데, 정부는 대학 자율화를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사립대학의 등록금 규제에 나서야 한다"며 "사립대학 예·결산이 투명하도록 해야 하고, 적립금을 일정 이상 쌓아놓지 못하도록 그 상한선을 정하고 용도 또한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국회도 등록금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면 대학의 적립금 한도와 용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에 함께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다른 대학들의 적립금 운용 실태를 파악하고, 펀드 투자로 인한 손실이 있는지, 그리고 그 손실을 학생들에게서 채우려 하는지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기자 회견이 끝난 뒤 총장실에 정보공개 요청서를 전달하고, 총장과의 면담을 시도했다. 이들은 일본으로 출장 중인 김한중 연세대 총장 대신 재무처장을 만나 연세대 학생 5000여의 서명과 요구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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