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단은 "덩치 큰 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면서 한바탕 물줄기를 날리고 멀어져 가는 상황은 여전히 당혹스럽다"면서 "그러나 마음은 평화롭기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전 내내 내렸던 빗줄기가 도로의 분진을 씻듯이 우리의 어지러운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오후의 가을 햇살이 주는 청명함에 평온한 하루가 되기를 기대하며 나아갔다"고 전했다.
전종훈 신부도 참여
이날부터는 둘이 아닌 세 성직자가 함께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바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신부가 순례에 동행하게 된 것.
지난 4일, 순례단이 첫 발을 떼기 전, 이례적인 안식년 발령을 받은 전종훈 신부도 함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통일미사 등 사제단의 다른 일정으로 인해 동행을 연기했던 전 신부는 이날부터 순례단에 합류했다.
전 신부로서는 순례 첫 날인 이날, 급격한 날씨 변동까지 겹쳐 그의 얼굴에는 연신 땀방울이 맺히고,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걱정에 그는 연신 "좋다. 좋다. 정말 좋다"며 "그동안 갑갑했는데 참 좋다"고 오히려 순례단의 힘을 북돋워 주기도 했다.
전 신부는 궂은 날씨에도 쉬는 시간마다 "형들이 나보다 먼저 순례를 해왔으니 더 피곤할 것"이라며 연신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는 "지금 여기 (오체투지를 통해) 한없이 자신을 낮춰 지난 날을 돌아보고,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겸허히 돌아보는 과정이 바로 사제의 길이고 십자가의 고난"이라고 말했다.
순례단은 "전종훈 신부로 인해 세상을 보는 지혜를 하나 더 배워간다"며 전종훈 신부의 합류를 "땅을 기어가는 자벌레 한 마리가 늘었다"고 표현했다.
"자벌레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몸을 움츠린다. 오체투지 순례 역시 앞으로 나아가려고 자신의 몸을 낮춘다. 그렇게 떼는 발걸음에서 순례자는 평화를 얻는다. 단 한 번의 오체투지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자벌레처럼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볼 수 있기에 마음은 더없이 평화로운 것이다. 우리의 순례가 갑갑한 세상을 한 번에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뗄 때마다 함께하는 마음 역시 늘어갈 것이다."
오체투지의 정신=역지사지
이날도 1일 순례단원들이 순례에 마음을 보탰다. 이창건 씨는 "몸 자보 뒤쪽의 기도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다"며 "개인적으로 사람의 길이란 광우병쇠고기 수입 정책에 대한 반대이며, 생명의 길이란 대운하 저지, 평화의 길이란 그릇된 대북 정책의 반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종교가 다른 분들이 함께 하시는 것이 곧 평화를 의미한다"며 "오체투지를 통해 몸을 힘들게 하면서 우리사회를 어렵게 만들 것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신덕면 풍물패에서 활동하는 김경희 씨도 "(오체투지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 해야할 일을 세 성직자가 대신 하는 것"이라며 "남을 배려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성직자들이 몸소 나선 순례에는 역지사지의 정서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오체투지 순례 27일째인 30일 순례단은 전북 완주군 상관면 원룡암 입구에서 순례를 시작해 죽림온천 입구에서 하루 일정을 마칠 계획이다.
* 오체투지 순례 참가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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