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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국정동반자' 된 게 '성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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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국정동반자' 된 게 '성과'라고?

민주당, '허울'을 얻고 '野性'을 내줬다면?

대통령과 야당 대표 사이에 '국정 동반자'라는 표현이 나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이런 관계설정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모양새로만 보면 경제가 극도로 불안하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합의한 '국정 동반자' 관계 설정은 아름답다. 여야가 비로소 비생산적인 헐뜯기를 포기하고 상생의 협력 모델을 구축한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에 대입하면 '국정 동반자'라는 여야의 합의는 수사로서의 의미를 뛰어넘지 못한다. 현재 진행 중인 정기국회 와중에 여야는 사사건건 서로 으르렁거릴 게 분명하다. 틈새가 비교적 미세한 상대끼리도 '국정 동반자'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지붕 아래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국정 동반자 합의조차 현실 정치에선 휴지조각보다 낫다고 보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국정 동반자'는 수식어로서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함부로 '국정 동반자'를 얘기하지 않는다. 상대의 힘을 인정하지 않고는 못 배길만한 정치적 '필요'가 절박할 때 맺는 일종의 휴전 협정이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복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 동반자'로 칭할 때 상황이 그랬다.
  
  이번에도 그럴까? 면밀히 보자. 이동관 대변인이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역사적인 의미부여까지 한 건 회담 전부터 준비한 말이었다는 방증이다. 그럼 이 대통령은 '지금 현재' 민주당이 위협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을까? 의석수로 보나 당 지지율로 보나 '그렇다'고 할 만한 답이 안 나온다. '이명박표 법안'을 좀 살살 다뤄달라는 취지라면 '국정 동반자'란 표현이 과하다. 민주당과의 역관계에서 이 대통령이 '궁한' 처지는 분명히 아니라는 얘기다.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국정 동반자' 관계를 체결해 누가 득 보는 게 많을까? 민주당과 정세균 대표는 '최고의 예우'를 얻었다.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 국정 현안을 논의키로 한 만큼, 위상이 격상된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도 긍정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일방적 독주'가 아니라 야당의 의견에도 경청하는 '소통의 리더십'은 이 대통령이 탐낼만한 이미지다. '예우'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일시적이나마 여야 해빙무드가 형성된다면 그것도 이 대통령으로선 나쁠 것 없다.
  
  그러면 '윈-윈'인가? 누가 잃을 게 많을까를 따져보자. 이 대통령은 별로 없다. 여야 갈등이 도지고 야당이 이를 '국정 동반자 파기'로 간주해 '신의'를 공격할 수는 있겠지만, 깊은 생채기를 남기진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 민주당은 어차피 '적'이니 본래의 관계로 원상회복되는 정도다.
  
  민주당은 얘기가 다르다. '국정 동반자' 관계는 '야성(野性) 포기'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물렁하다는 평가를 얻는 판에 이 대통령과 협력적 관계를 체결한 데 대한 부메랑이 있을 수도 있다. 당내 개혁블록은 정세균 체제의 우경화와 야성 상실을 대놓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면 대단히 곤혹스러워진다.
  
  이렇게 보면, 민주당과 정 대표가 얻은 '최고의 예우'는 제1야당의 '상징'으로는 부족함이 없어도, 현실 정치에선 운신의 폭을 대단히 협소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정부 들어 국정 동반자라는 여야관계 설정을 처음 한 게 성과"라고 한 민주당의 평가는 그래서 위험천만해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영어로 말하자면 Too good to be true(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고 회담 결과에 대만족을 표한 대목이 민주당에 대한 '공격적 포섭'이 성공한 데 대한 환호성으로 들리기도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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