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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사정' 바람이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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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사정' 바람이 불까?

[김종배의 it] 盧를 타깃으로 날아가는 5개의 화살

우선 사례부터 나열하자.

모두 다섯 개다.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 사건만 다섯 개다. 정상문 전 비서관의 건설공사 수주개입 의혹,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휴켐스 헐값 매입 의혹, 전대월 씨 주가조작 의혹, 강원랜드 비자금 조성 의혹, 대구 주상복합건물 인허가 청탁 의혹 등이다.

집중돼 있다. 수사 시점이 몰려 있고, 수사 대상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또는 참여정부 실세로 맞춰져 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게 보기엔 아귀가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기획되고 조율된 것으로 봐야 한다. 사정이 개시되고 있는 것이다.

생경한 일은 아니다. 정부 출범 초마다 벌어졌던 일이다. 삐딱하게 볼 일도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데 반대할 까닭이 없다. '잘못된 것'이 사실이라면 칼을 겨누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그렇다고 마냥 박수 칠 일도 아니다. 사정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본래 뜻에서 벗어나 '정치 보복' 또는 '국면 전환'을 위해 악용된 경우가 적잖았던 게 우리 정치사이기 때문이다.
▲ ⓒ연합

제한하지 않을 수 없다. 검·경이 이제 막 수사에 나선 상태다. '잘못된 것'의 실체적 진실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정치 보복'을 운위할 수도 '당연지사'를 읊조릴 수도 없다. 일단 지켜보는 게 순리다.

단, 이건 예외다. 사정의 결과나 진정성은 검·경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또는 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에 내려도 무방하지만 이건 예외다. 사정 바람이 몰고 올 당장의 정치적 영향은 지금 재야한다. 사정 결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정 분위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사정 바람이 불면 스산해진다. 야당 인사들의 심리가 을씨년스러워지고 어깨가 움츠러든다. 언제 어디서 사정 칼날이 자신을 겨눌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일수록 입을 봉하고 핏대를 누그러뜨리게 돼 있다.

이것이 정기국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여당의 '우파입법'에 제동을 걸겠다고 벼르는 야당 인사들의 투쟁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 야당의 전유물에 가까운 국정감사의 김을 빼고, 야당의 보검에 해당하는 폭로전의 열기를 식힐 수 있다.

판도 바꿀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나 참여정부 실세의 비리 의혹이 보도되고 운위되면 집중된다. '노무현'에 시선이 맞춰지고 '노무현 프레임'이 부활한다.

이러면 새로 묘사할 수 있다. '노무현'이 '낡은 옷'을 입고 부활하면 '이명박'을 변화를 모색하는 새 기운으로 묘사할 수 있다. 더불어 정기국회에서 밀어붙이려는 '우파입법'을 '정상화' 또는 '개혁'의 일환으로 주장할 수 있다.

소소한 목표도 아니고 일시적 바람도 아니다. 정기국회를 돌파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내년 정국이 달라진다.

10월 29일에 재보선이 예정돼 있다. 그리고 내년 4월에 또 한 번의 재보선이 치러진다. 만에 하나 이 두 번의 재보선을 견뎌내지 못하면 정부의 국정 장악력과 한나라당의 의정 주도력은 반감된다.

정기국회는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보루이자 마지막 기회다. 그것이 울며 겨자먹이든 비판적 지지이든 '반이명박' 정서가 야당으로 흐를 여지를 없애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 반신반의하는 한나라당 지지층을 잡아 당겨야 한다. 그러려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 한나라당 지지층엔 '보수개혁'하는 모습을, '반이명박' 정서엔 '부패야당'의 모습을 각인시켜야 한다. 사정으로 분위기 잡고 '우파입법'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관건은 물론 성과다. 검·경이 수사 결과에 알맹이를 담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사정이 정기국회에 미칠 영향, 정기국회가 정국에 미칠 영향이 달라진다.

하지만 이 것 말고 하나 더 있다. 국민 정서다. 국민 입에서 '사돈 남 말'이 나오고 국민 시선이 '검찰 저울'을 바라보게 되면 일이 흐트러진다. 이것을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사정의 효과가 달라지고 정국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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