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범법자는 촛불인가 경찰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범법자는 촛불인가 경찰인가"

인권단체 "왜 우리는 '평화 경찰' 못 하나"

최근 경찰이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가 연행된 여성들에 대해 유치장 입감 전 속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마포, 강남경찰서에 이어 중부경찰서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권침해 논란은 물론 경찰 자체 지침에도 어긋나는 처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전혀 사과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촛불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과잉 진압과 중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에 경찰은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정말 촛불 집회에 대한 경찰의 모든 처사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전국 39개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21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지난 15일 열린 촛불 집회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대한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15일 하루의 사례만 봐도 세 달간 벌어진 촛불 집회에서 얼마나 많은 인권 침해와 위법 행위가 경찰에 의해 자행됐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이 같은 경찰의 비인권적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란다 고지 원칙 훼손은 부지기수…색소는 '증거 조작용'?

먼저 인권단체연석회의 미류 활동가는 촛불 집회 현장에서 일어난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를 보고했다. 그는 최근 빈번히 투입되고 있는 사복 체포조를 두고 "경찰은 공무를 수행하는 동안 제복을 착용하고 소속, 직위, 이름 등을 밝히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검거에 용의하도록 경찰 기동대에게 사복을 착용하도록 한 것은 어떤 근거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미류 활동가는 "기동대는 관등성명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대꾸도 하지 않고 오히려 미란다 고지 원칙을 무시하며, 시민들을 무차별 연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사복을 입고 공무를 수행할 때 혼란이 가중되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끼리 프락치 논란이 점화될 수 있고 폭력이 발생할 개연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색소가 묻지 않은 사람에게 일부러 색소 물대포를 쏜 것에 대해 "명백한 불법체포임과 동시에 경찰이 불법체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며 "이런 일을 지시하거나 이에 가담한 경찰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색소 물대포로 인해 주변에서 옷을 팔던 노점상들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21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8.15 촛불집회 인권침해 보고대회'를 열고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경찰의 이중적 모습에 대해 비판했다. ⓒ프레시안

시민이 경찰에게 폭행 당해도 가해자 찾을 수 없어

또 이들은 시위 진압에 투입되는 경찰들의 제복과 장구에 소속과 이름 등이 표시되지 않는 점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경 복제 규칙에 따르면 전경들은 전경모, 방패 등 경찰 장구에 소속을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전경 부대의 실제 장구에는 흔적이 지워져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독일의 경우 경찰이 시민들에게 가해를 하면 시민들이 그 경찰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식별번호를 부착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많은 시민들이 전경에게 가해를 입었어도 본인이 밝혀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도 전경 측 가해자 중에는 여대생 머리를 군홧발로 짓밟은 전경 1명만이 공식적으로 밝혀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채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명숙 활동가는 "(경찰의 채증은) 참가자의 프라이버시, 특히 초상권과 촬영 거절권을 침해한다"며 "또 채증은 시위대를 자극해 평화적인 집회 분위기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경찰의 권한으로 채증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며 "영장 없는 경찰 채증은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해산을 위한 해산 명령'이 아닌 '검거를 위한 해산 명령'

경찰의 시위 진압이 점점 더 검거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미류 활동가는 "지난 15일 경찰의 해산명령은 곧 검거 개시 명령과 같았다"며 "자진해산 이뤄지도록 충분한 시간 줘야 하는데 해산 명령과 동시에 검거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권침해감시단이 기록한 사례를 보면 지난 15일 오후 7시 10분께 한국은행 앞 사거리에서 시위대가 모여들기 시작해 20분 경 거리 시위가 시작됐고, 경찰의 경고 방송이 47분(1차)에 이뤄졌다. 하지만, 곧 49분(2차), 50분(3차)로 이어졌고 곧 바로 검거에 들어갔다.

미류 활동가는 "검거, 연행을 주목적으로 하는 공격적 진압 방식으로 인해 시위자들에게는 충분한 해산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큰 부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행 과정, 유치 과정에서도 경찰이 '범법'

설창일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연행 과정과 유치 과정에서의 경찰의 불법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연행과정의 폭력에 대해 "마치 불법 주차된 차를 부수고 견인하는 것과 같다"며 "차 주인이 불법 주차는 인정하더라도 차 부순 것까지 용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설 변호사는 "보통 경찰은 현행범의 경우 신원을 확인하면 바로 풀어주지만, 시위 참여자들에게는 유독 40시간 이상씩 붙들어 둔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연행된 뒤 경찰서 내에서 과잉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 참가자들도 현장에서 바로 잡혔기 때문에 현행범으로 볼 수 있는데 유독 구금 시간을 길게 끈다는 것.

그는 "경찰 규정 상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이를 인수했을 때는 지체 없이 조사하고 계속 구금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즉시 석방하고, 그 후에 그 사실을 검사에게 보고하면 된다"며 "하지만, 집회 참가자는 검찰의 지휘를 받는다는 이유로 체포 당일이나 늦어도 익일 오전에 조사를 다 마치고 신원까지 확인했음에도 관행적으로 40시간 이상을 유치해 놓고 있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고대회의 주제는 "평화 경찰,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였다. 이는 현재 경찰청 홈페이지에 가면 "평화 집회,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라는 팝업의 문구를 패러디한 말이었다. 이날 연석회의는 "경찰이 말하는 평화 집회를 위해서는 경찰이 먼저 평화 경찰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