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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여당이 '강공'을 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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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여당이 '강공'을 펴는 까닭은?

[김종배의 it] 여권은 '독주'를 택했다. 민주당은?

누가 밑지는 걸까? 원구성 협상이 공전되고 국회 파행이 장기화 되면 누가 손해를 보는 걸까?

물어볼 필요가 없다. 급한 쪽이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다.

6개월을 허비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최고점을 형성하는 기간, 그래서 이른바 '개혁 드라이브'의 최적기로 평가되는 기간을 맥없이 흘려보냈다.

이 기간 동안 'MB 입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고유가·고물가 대책을 뒷받침할 법안과 추경예산안을 비롯해 출총제나 부동산 세제 등을 전혀 손대지 못했다.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 아무리 늦춰 잡더라도 가을 정기국회에서 이른바 'MB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모든 게 헝클어진다. 정책 순위가 뒤엉키고 추진력이 떨어진다.

처리가 미뤄진 법안들만이 아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심혈'을 기울이는 방송과 인터넷 관련 법안 등도 가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 ⓒ뉴시스

모르지 않는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어제 오늘 다짐성 코멘트를 흘린다. 광복절을 기점으로 어수선한 국정 상황을 해소하고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얘기를 흘린다. 공기업 선진화를 필두로 교육, 민생대책 등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희망사항'이다. 민주당이 '보이콧'을 선언한 이상 청와대의 바람은 아전인수식 희망에 머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보이콧'을 풀지 않으면 원구성을 할 수 없고, 원구성을 하지 못하면 국회를 가동할 수 없다.

시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8월 중에 민주당을 토닥거려 국회로 끌어들이면, 원구성을 이뤄내면 가을 정기국회를 정상적으로 열 수 있다. 그 때 한 두름에 'MB 입법'을 몰아붙이면 된다.

근데 공교롭다. '사탕'이 없다. 민주당을 토닥거릴 '사탕'이 없다.

가장 쉽게 꺼내들 수 있는 '사탕'이 '자리'인데 여유분이 없다.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교섭단체가 등장해버렸다. 민주당에 내주기로 한 상임위원장 자리 6개 가운데 한두 개를 회수하거나 한나라당이 차지하기로 한 12개 상임위원장 자리 가운데 한두 개를 양보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여의치 않다.

민주당 '자리'를 뺏으면 가뜩이나 뿔이 나 있는 민주당을 더 자극한다. 한나라당의 '자리'를 내주면 국회 주도권이 그만큼 줄어든다. 더구나 타결 일보직전까지 갔던 원구성 합의안을 놓고 한나라당 내에서 '지나친 양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이건 어떨까? '사탕'을 줄 수 없다면 '꿀밤'을 연신 먹이는 건 어떨까?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될까?

상상이 아니다. 한나라당 안에서 '강공' 얘기가 흘러나온다. 민주당이 끝내 원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과 협상을 벌여 원구성을 강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새어나온다.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이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 다시 딱지가 붙는다. 청와대엔 '오만과 독선'이란 딱지가, 한나라당엔 '독주' 딱지가 붙는다. 더불어 강화된다. 여권의 오만과 독선·독주에 대한 경계심리가 강화된다. 또 물러설 곳이 줄어든다. 국민의 경계심리가 강화되면 될수록 야당이 한 발 뺄 뒷공간은 그만큼 좁아진다.

큰 부담이다. 청와대나 한나라당으로선 불리한 여론지형을 자초하는 것이고 민주당의 투쟁력을 높여주는 꼴 밖에 안 된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아예 깨끗이 마음을 비우는 게 더 생산적일지 모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각오로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게 상책일지 모른다.

사정이 그렇다. 민주당에 양보안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렇게 원구성을 어렵사리 이룬다고 해서 민주당이 'MB 입법'에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이미 'MB 입법' 대부분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어차피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가을 정기국회를 넘길 수 없는 만큼 '가을 대회전'은 피해갈 수 없다.

'강공책'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고, 국민의 비난 세례는 감수해야 할 숙명이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달게 맞고 그 대신 소득을 최대한으로 챙기는 게 낫다. '도 아니면 모'를 선택하라고 민주당을 윽박질러 주도권을 잡고 그 주도권을 가을 정기국회까지 이어가는 게 좋다.

분명하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기조는 '강공'이다.

불분명하다. 민주당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이런 강공 기조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금 당장은 '투쟁'을 외치고 있지만 이 구호를 계속 외칠지는 불분명하다.

당내에서 원외투쟁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민생대책에 대한 부담감을 주장하면 할수록 '투쟁' 기반은 약화된다. 그럼 현실론이 고개를 든다. 어차피 이어가지 못할 '투쟁'이라면 수단으로 활용하자고, 이 '투쟁'을 발판 삼아 '전리품'을 하나라도 더 챙기자고, 그게 안 되면 이미 챙긴 '전리품'이라도 지키자는 타협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돌파할 수 있을까?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기류를 막아낼 수 있을까? 민주당 지도부의 대처 여하에 따라 가을 정국의 향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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