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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들, 언론은 '파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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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들, 언론은 '파수견'입니다

[김종배의 it] '개 패듯' <PD수첩> 팬 검찰

1.

언론은 '개'입니다. '파수견'이라고들 부르죠.

사명은 짖는 것입니다. 어둠을 가르는 발소리가 심상치 않으면 무조건 짖어야 합니다. 발소리의 주인공이 도둑이든 방문객이든 무조건 짖어야 합니다. 그렇게 짖어서 주인을 깨워야 합니다. 물론 그 다음 일은 집 주인이 알아서 할 일이죠.

언론과 비슷한 존재가 있습니다. 의사입니다. '파수견'에 빗대자면 '안내견' 쯤 되는 사람들입니다.

한 사람이 진찰을 요청합니다. 연신 기침을 해대는 사람입니다. 정확한 병명은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의사는 당장 주의를 줍니다. 병명이 감기인지, 폐렴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담배를 피우지 말고 찬바람 맞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 ⓒMBC

2.

누구도 욕하지 않습니다.

집 주인이 촛불을 들고 살펴보니 도둑이 아니라 방문객이었다고 해서 개를 개 패듯 하지는 않습니다. 짖는 소리가 컸다고, 너무 자주 짖었다고 발로 차지 않습니다. 파수견은 파수견으로서의 역할을 다 한 것입니다. 그런 파수견을 패면, 그래서 다시는 짖지 않으면 나중에 도둑이 들었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에게 삿대질을 하지 않습니다. 정밀검사 결과 폐렴도, 감기도 아니고 단지 사레 들린 것으로 판명났다고 해서 왜 담배를 못 피우게 했냐고 따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의사로선 상대방이 최적의 환경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런 의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 건강 예방법은 들을 수 없습니다.

3.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은 IMF의 악몽입니다.

IMF 환란이 터진 직후 종합지의 한 경제 기자가 신문지면에 '반성문'을 실었습니다. '펀더멘탈은 튼튼하다'는 정부 말만 믿고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소홀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IMF 환란을 막지 못했다고 반성했습니다.

상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져봅니다.

만약 이 기자가 감시와 견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 그런데도 IMF 환란이 터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이 기자는 혹세무민하는 기자가 됐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기자가 당시 충분한 경제 데이터를 갖고 분석하고 해석해서 판단을 내리고 그래서 경보음을 울렸다면 결과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가 정당성을 갖는다고 믿습니다. 바로 그게 '파수견'의 역할이라고 확신합니다.

4.

맥은 모두 같습니다. '파수견'이나 '안내견'이나 경제 기자나 모두가 '가능성'의 영역에서 논해지는 존재들입니다.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하고 '합리적 의심'에 기초해 경종을 울리고 예방을 해야 한다는 명제, 이 명제 위에서 비교되고 교차되는 존재들입니다.

'PD수첩'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 즉 미국 쇠고기가 한국민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주관적으로, 일방적으로 지어낸 가능성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공론화됐고 당시도, 지금도 논의와 연구가 진행 중인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더불어 졸속협상으로 그 가능성이 '만에 하나'에서 '만에 둘'로 확대될 또 다른 가능성을 경계한 것입니다.

5.

이런 'PD수첩'을 단죄하려고 합니다. 검찰이 나서서 기소를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가당치가 않습니다. 검찰의 사실상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140쪽에 이르는 공개질의는 가당치가 않습니다.

검찰의 행태가 가당하려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PD수첩'의 보도내용이 '조작'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검찰이 주장한 '왜곡' '과장'에 의도성을 얹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다우너 소는 '절대' 광우병과는 상관없다는 사실,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과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은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인의 MM형 유전자와 광우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확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정반대의 입장에서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제기한 'PD수첩'의 보도내용은 '조작'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사실이 그렇지가 않다면 검찰의 으름장은 '파수견'을 개 패듯 패고 '안내견'에 삿대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6.

아, 한 가지 사실을 덧붙여야 겠네요. 경제 기자 얘기가 나왔으니까 추가하는 겁니다.

IMF 당시 경제를 총괄했던 사람은 강경식 경제부총리였습니다. 이 사람이 기소됐습니다. 환란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판결은 무죄로 나왔습니다. 법원은 정상적인 직무범위 안에서의 정책 판단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수백 만 명의 직장인을 거리로 내몰고 수많은 가족공동체를 파탄 냈던 IMF 환란의 당사자에게 내린 판결이 이랬습니다. 고의로 환란을 유도한 게 아니라 단순한 판단 착오로 인한 것이었다면 정상적인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포인트는 '판단'입니다.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해서 내린 판단에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는 게 당시 법원의 판결 취지입니다.

이 사실을 토대로 검찰에 꼭 묻고 싶네요.

판단의 자유를 구가하는 주체는 오직 정부 당국자여야 한다는 법은 설마 없겠죠?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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