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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덕' 보더니 이제는 '덫'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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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덕' 보더니 이제는 '덫'이라고?

[김종배의 it] 가당찮은 '설거지論'

진실을 가리는 건 둘째 문제다. 노무현 정부 때 쇠고기 수입 개방을 사실상 결정했고 우리는 단지 '설거지'만 했을 뿐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후순위 문제다.

'론(論)'으로까지 평하는 건 가당치 않다. 이명박 정부의 주장에 論을 붙여 '설거지론'이라 칭하는 언론의 보도는 결코 온당하지 않다.

'설거지' 주장이 論으로 불리려면 옳고 그름을 떠나 최소한의 정합성이라도 갖춰야 한다. 논리의 일관성 말이다. 헌데 이게 없다. 오히려 모순투성이다.

단적인 예 하나만 들자. 10.4 정상선언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사인을 한 공식 문서다. 사실상의 국가간 협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걸 이행치 않고 있다. 이행치 않을 뿐 아니라 대놓고 부정하고 있다. '비핵·개방3000' 정책이 그렇고 아세안지역 안보포럼에서의 행보가 그렇다.
▲ ⓒ연합

이렇게 대놓고, 아주 과감하게 전임 정부의 정책을 부인하고 뒤집는 이명박 정부다. 전임 국가원수가 직접 사인을 한 사실상의 국가 협정에 대해서조차 고개를 가로 젓는 이명박 정부다.

이런 정부가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노무현 정부의 비공식적인, '사실상의 결정'에 목을 맨단 말인가.

차이는 있을 수 있다. 10.4정상선언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고 쇠고기 수입은 부합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하나는 부정하고 다른 하나는 승계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설거지' 주장은 가당치 않다. 자신이 좋아, 자신의 정책기조와 맞아 승계한 것이라면 그건 당연히 자신의 선택이고 자신의 책임이다.

게다가 쇠고기 협상문서에 직접 사인한 쪽은 이명박 정부다. 경위가 어떻든 계약의 책임은 계약서에 서명 날인한 쪽에서 지는 게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시장의 원리 아닌가.

누워 침뱉기에 다름 아니다. '설거지' 주장은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과 진배없다.

벌써 잊었을 리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누구 덕에 당선됐는지를 까먹었을 리 없다. 대다수가 인정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비결 가운데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게 바로 '반노 정서'라고 다수가 말한다. 누구보다 '노무현 덕'을 많이 본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런 이명박 정부가 이제와 '노무현 덫'을 주장하는 건 낯간지러운 일이다. 설령 '노무현 덫'이 실제로 작용했다 해도 천연덕스럽게 주장할 일이 못 된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표에 '노무현 덫'을 극복하라는 바람을 함께 실었던 표심을 정면에서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세상사 이치는 간단하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쟤 때문이에요'라고 손가락질 하면 벌을 받는다. 성인은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생, 나아가 유치원생까지 벌을 받는 게 세상사 이치다.

세상사 이치에서 교훈이 나온다. 조상 탓 하지 말라는 가르침 말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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