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기습적으로 총파업을 선언한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김영길)이 같은날 밤 10시 연세대학교 노천강당에서 파업 전야제를 성사시켰다. 전공노는 전야제를 계기로 15일 오전 9시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하며 전국적인 '산개투쟁'을 시작했으며, 행정자치부 등 정부는 이에 맞서 파업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을 파면 또는 해임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숨바꼭질 3시간, 연세대에서 총파업 전야제 열려**
6만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의 지지·엄호 속에 지방공무원 6천여명 가량이 상경한 것으로 전해진 공무원노조는 전국노동자대회가 마무리되는 시각인 15일 오후 6시경 본부·지역단위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상경투쟁에 가담한 인원에 대해 파면-해임뿐 아니라 구속 등 사법처리까지 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한곳에 모일 경우 공권력이 투입돼 파업이 초반에 무력화될 것을 경계한 노조 지도부는 단일 대오를 형성하지 않고 20~30여명의 소규모 무리를 지어 파업 전야제 장소로 이동하고 향후 투쟁도 각 본부-지역단위로 전개하는 '산개투쟁'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파업 전야제 장소 역시 경찰병력의 움직임에 따라 변했다. 상경투쟁 대오는 지하철을 이용 각각 서울대학교를 향했으나, 오후 8시30분경 내부 연락망을 통해 신촌 연세대학교로 급격히 방향을 바꿨다.
밤 9시경 부터 1천5백여명의 공무원노조 조합원들과 이를 지지·엄호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민주노동당 당원 등 2천여명이 연세대학교 노천강당에 속속 집결했고, 이 과정에 경찰의 불심검문이나 대치는 없었다. 노조 한 관계자는 "내부연락망을 통해 신속한 이동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야제 대오가 일단 성공적으로 장소에 집결해 다행이다"고 말했다.
***급박한 대회진행, 김영길 위원장, "단결만이 승리를 보장한다"**
차가운 도시락으로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 10시부터 본격적인 전야제 행사가 시작됐다. 간난신고 끝에 성사된 전야제인 만큼, 행사 시작을 알리는 조명이 켜지자 커다란 함성과 환호가 노천강당을 가득 울려퍼졌다.
노조 풍물패의 힘찬 사물소리가 한층 분위기를 띄우는 가운데, 사회자의 주요 인사 소개가 진행됐다. 한 사람 한사람 불려질 때마다 집회 참가 대오는 함성과 구호로 응답했다.
이날 참여한 주요인사는 민주노동당 의원 전원과 당 대표를 비롯한 지구당 위원장 및 최고위원,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상임의장,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오종렬 대표, 민주노총 산하 연맹 대표자들이다.
대회 진행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김영길 공무원노조위원장이 문선대 공연 뒤 무대에 뛰어 올라 건재함을 알리면서 조합원들의 열렬한지지와 총파업 사수를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심할 수록 정권의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과거 노동운동에대한 가혹한 탄압이 공무원노조에 집중되고 있다. 단결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2분여에 걸친 김 위원장의 짧은 연설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 조합원들과 지지·엄호차 온 민주노총 조합원, 민주노동당 당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공무원노동3권 완전보장', '노조탄압 중단' 등 구호를 외치며 총파업 사수 의지를 보였다.
이날 전야제에 참가한 공노조 조합원들은 정부의 상경투쟁 참가자 전원에 대한 중징계 방침에 대비해 모두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렸다.
***행사시작 30분후 노조원 산개**
밤 10시30분경 공무원노조 지역본부 대표자 소집이 있으면서, 상황은 한층 급박하게 돌아왔다. 노조 한 관계자는 "조만간 경찰 병력이 투입된다는 첩보를 수집했다"며 "회의는 새로운 투쟁지침을 하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자 소집회의가 10여분 만에 종료되고 지역 본부 단위별로 신속히 전야제 장소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본부 대표자의 지시를 서로 소통하며 삼삼오오 짝을 지워 연세대학교를 빠져나갔다. 이들은 서울 전 지역으로 흩어져 차후 중앙의 지침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산개투쟁'의 시작이다.
전야제는 남아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민주노동당 당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참여속에 계속 진행됐고, 자정께 평화적으로 끝났다.
전공노 주요간부들은 총파업에 돌입한 15일 외부와의 연락을 일체 끊은 채 내부 비상 연락을 통해 의견 교환 및 지침을 하달하고 있으며, 파업 참가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총파업 돌입, 참가율이 파업 성공여부 잣대**
15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전공노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공노는 이날 "정부가 강력히 탄압하고 있지만 오늘 전국적으로 조합원 14만명이 총파업 투쟁을 시작한다"며 "어떤 희생을 각오하더라도 총파업 투쟁을 반드시 성사해 공무원의 노동 3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노는 그러나 국민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건, 상하수도,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조합원은 파업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같은 전공노 총파업 돌입에 대해 행정자치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는 당초 방침대로 참가자 전원 파면-해임 등 초강경 대처를 한다는 방침이다. 행자부는 파업 참가가자가 약 7천명 가량이 될 것으로 판단하며, 이들 전원을 경중에 따라 파면-해임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파면의 경우는 파면후 공무원 연금을 절반밖에 지급하지 않으며, 해임의 경우에는 공무원 연금은 전액 지불되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행자부는 이들을 파면-해임한 뒤 곧바로 신규인력을 공채해 파면-해임된 공무원의 복직기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10년전 전교조 사태가 재연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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