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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방송·포털 공격은 '영토확장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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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방송·포털 공격은 '영토확장전쟁'

[김종배의 it] 종합미디어그룹을 꿈꾸는 조중동

석 달 전입니다. 촛불이 켜지기 바로 직전의 상황입니다.
  
  'PD수첩'이 4월 29일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방송합니다. 이 방송을 기점으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조중동이 반박에 나섭니다. 이른바 '인터넷 괴담'과 'PD수첩' 내용을 한 데 묶어 '혹세무민'으로 몰아갑니다. 효과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났지요. 조중동의 논조에 반발한 네티즌이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나섭니다.
  
  석 달 전의 상황, 그리고 석 달 동안의 흐름을 갖고 살필 수 있습니다. 조중동이 방송과 포털 때리기에 골몰하는 이유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조중동으로선 감내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습니다. 바로 '자존'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自尊'입니다. 의제 설정력과 여론 지배력에서 월등히 앞선다는 자존감에 씻을 수 없는 생채기가 났습니다. 조중동이 연합을 해서 한 목소리를 냈는데도 여론을 이끌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요. 무력감에 빠질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自存'입니다. 당장의 광고 감소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장래의 일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위축되는 신문시장인데 여기에 '반 조중동' 정서까지 급속히 번지면 경영기반이 위축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위기감에 휩싸일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새삼스레 복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면적 분석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단순히 정치공세로 파악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부의 여론장악을 돕기 위해 조중동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분석하는 건 피상적입니다.
  
  다른 요인을 마저 살펴야 합니다. 정치적 측면 이외의 요소, 즉 경제적 측면입니다.
  
  조중동의 방송·포털 때리기는 영토 수호 전쟁입니다. 영토 확장을 위한 정벌전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매체 영향력 순위에서 조중동은 뒤로 밀렸습니다. 1위 자리는 늘 방송사에게 넘겨줬습니다. 뉴스 콘텐츠 전달 창구의 주도권은 포털에 빼앗겼습니다.
  
  '올드 신문'이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속보성을 생명으로 하는 스트레이트 영역에서 '올드 신문'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초간지'가 활개 치는 곳에서 '일간지'는 명함을 내밀기도 쉽지 않습니다.
  
  발굴 특종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지만 이건 한계가 뚜렷합니다. 금맥 캐기와 비슷한 일이니까 효용성이 떨어집니다.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분야는 '편집' 부문입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재료로 해서 의제화를 시도하는 것이죠. 이러려면 시각과 입장이 담보돼야 합니다. 언론이 아닌 포털은 범접하기 힘들고 중립을 지켜야 하는 방송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올드 신문'이 독점해오다시피 했고 바로 이 덕에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헌데 탈이 났습니다. 포털 토론방이 등장했고 방송 시사프로그램이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토론방이 의제화에 선수를 쳤을 뿐만 아니라 조중동이 설정하는 의제를 중화시켰습니다. 시사프로그램이 탁월한 전파력을 앞세워 분석과 해설과 입장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전달'했습니다.
  
  여기서 살필 수 있습니다. 방송 공격을 'PD수첩'에 집중하고, 포털 비판을 '아고라'에 맞추는 이유를 살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고리이기 때문입니다. 'PD수첩'을 눌러놔야 시사프로그램이 위축됩니다. '아고라'를 낚아채야 포털을 단순 전달자로 묶을 수 있습니다.
  
  이건 당장의 목표입니다. 이번 싸움에서 손에 넣어야 하는 전리품입니다.
  
  이것 말고 하나 더 있습니다. 지형의 변화입니다. 미디어 시장 전체에 큰 지각 변동이 올 수 있도록 판을 조성하는 근본적인 목표가 있습니다.
  
  조중동은 방송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상파가 안 되면 케이블TV의 보도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에라도 진출하려고 합니다.
  
  목표는 분명한데 여건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비판 여론이 비등합니다. 조중동이 방송에까지 진출하면 여론 독과점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합니다. 기반이 부실합니다. 방송에 진출한다고 해서 기존의 공룡 지상파의 공세를 이겨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정지작업은 필수입니다. 핵심은 신뢰입니다. 기존 지상파의 신뢰지수를 떨어뜨림으로써 자신들의 방송진입 반발 여론을 희석시켜야 합니다. 더불어 기존 지상파의 '편파성'을 부각함으로써 다른 '편파성'이 스며드는 것에 대한 견제 심리를 완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상파 진출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설령 지상파 진출이 안 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케이블이나 IPTV에 진출한다고 해도 그래야만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지상파의 '시사' 영역을 위축시켜놔야 케이블이나 IPTV의 '시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포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참에 싹을 자르고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하는 순간 그들은 종합미디어그룹이 됩니다. 덩치가 커지는 것이죠.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지출이 늘고 또 그만큼 매출을 올려야 합니다.
  
  관건은 광고입니다. 유료화가 요원하고, 그래서 광고 수입이 곧 콘텐츠 수입과 동의어로 통하는 우리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는 방법은 상대의 파이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 비결은 역시 신뢰입니다. 포털의 신뢰지수를 줄임으로써 광고주의 광고 집행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입니다.
  
  포털에 대한 입김을 강화하게 되면 부산물도 챙길 수 있습니다. '쥐꼬리' 수준인 콘텐츠 판매료의 단가를 올릴 수 있습니다.
  
  분명합니다. 조중동이 방송과, 포털과 싸워야 하는 이유는 아주 자명합니다. 정치와 이념을 떠나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방송과 포털을 제압해야 합니다.
  
  조중동이 지금 벌이는 싸움은 '불퇴전의 투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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