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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독재'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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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독재'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김종배의 it] 왜 '언론장악' 안달인가 했더니…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독선이 독주를 하는 게 바로 독재다. 막연한 개념도 아니다. 아직도 국민 뇌리에 끔찍한 영상으로 남아있는 게 바로 독재다.

이 독재가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한나라당이 친박 의원 일괄 복당을 결정하는 순간, 최대 182석의 공룡정당 탄생이 예고되는 순간부터 나오는 우려다. 여기에 이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별반 차이가 없는 자유선진당이 버티고 서 있는 사실이 덧대지면서 더욱 증폭된다. 의회독재·보수독재가 펼쳐질지 모른다고 염려한다.

그럴까? 정말로 머리수에 의존한 의회독재·보수독재가 나타나는 걸까?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반대 요인을 마저 살펴야 한다.

경험이 웅변한다. 의회독재가 어떤 봉변을 당했는지는 정치 경험이 보여준다.

전두환식의 '묻지마' 독재는 논외다. 주권재민의 정치체제가 성립된 87년 6월항쟁 이후만 살펴도 몇 가지 사례가 눈에 띈다. 1996년이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이 노동법 개악안을 날치기 처리했다가 국민 저항에 부닥쳐 재개정을 한 일이 있다. 2004년이다. 한나라당과 구민주당이 손을 잡고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다가 촛불에 화상을 입은 일이 있다.
▲ ⓒ뉴시스

이 두 사례엔 공통점이 많다. '수'만 놓고 따지면 의석수보다 국민수가 훨씬 많다는 걸 확인해준 사례다. 머리수만 믿고 밀어붙이다간 정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각인케 한 사례다.

이런 경험과 교훈을 망각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한나라당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머리수만 믿고 '단순무식' 모드로 진입하면 반대층을 결집시킨다. 그렇다고 '좌고우면' 모드로 전환하면 지지층이 반발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똑같은 경험과 교훈을 기억하고 있는 민주당이 어떤 전략을 펼지는 자명하다. 소수 야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상'에서 농성하고 '거리'에 호소하는 전략을 펴기 십상이다.

한나라당으로선 크나큰 고민거리다. 민주당을 '단상'에서 끌어내면 '일방'의 이미지로 채색되고 '거리'에 나가지 못하게 막아서면 '불통'의 멍에를 덮어쓴다.

어찌할 것인가? 머리수의 효과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극소화할 수 있는 비책이 뭔가?

아주 간단하다. 야당을 회의장으로 끌어들여 표결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것처럼 모양새와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데 더 좋은 방법이 없다.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제1야당의 면을 세워줄 수 있는 흥정물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독점이윤'을 포기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좌고우면' 모드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지지층으로부터 '물여당' 비난을 사기 딱 좋은 컨셉이다.

다른 해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미 시험가동하고 있는 해법을 전면화하는 것이다.

바로 갈라치기다. 쇠고기 추가협상 후 촛불민심이 둘로 갈라졌다고 판단해 강경 모드, 밀어붙이기 태세로 돌아선 것과 같은 모습을 견지하는 것이다. 정책과 법률안을 쪼개 놓고 국민 여론을 갈라치는 것이다. 국민이 한 데 모이는 걸 방지하고, 국민 입장이 하나로 결집하는 걸 막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거리의 정치'를 원천봉쇄하고 민주당의 '저항'을 '몽니'로 몰아 고립시키는 것이다. 필수품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려면 정책 반대집단을 귀퉁이로 몰아 가둬놓을 울타리가 필요하다. 때로는 '좌파' 때로는 '집단이기주의'로 몰아세워 중립지대의 국민이 결합하는 것을 막는 이념지형이 필요하다.

이건 의회의 몫이기 이전에 언론, 홍보, 선전 부문의 책무다. 이 분야가 앞길을 열어야 '독선'은 고뇌의 결단이 되고 '독주'는 과감한 추진력이 된다.

이렇게 보니 눈이 트인다. 보수세력이 포털과 방송에 맹공을 가하고, 집권세력이 대국민 홍보체제를 강화하는 곡절, 그 필연성을 비로소 헤아릴 수 있다. 그건 정지작업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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