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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섭 해임? 그래,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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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태섭 해임? 그래, 따져보자

[김종배의 it] 근무태만 때문인가? KBS 때문인가?

신태섭 동의대 교수 해임은 부당한 걸까? 본인 말대로 '정치 보복'에 해당하는 조치일까?

신 교수는 두 가지 근거를 들어 부당성을 강조한다. KBS 이사로서 정연주 사장 퇴진에 반대해온 자신의 행적을 교육과학기술부가 문제 삼아 동의대를 압박했다고 한다. 표면적인 해임 사유인 KBS 이사직 수락과 이로 인한 수업 공백도 말이 안 된다고 한다. KBS 이사를 맡은 지 1년 6개월이 지났고 수업 공백은 후에 보충을 통해 모두 메웠다고 한다.

신 교수의 이런 주장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정황과 관행에 착목하면 그렇다.

하지만 동의대는 다른 얘기를 한다. 형식상·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는다. "신 교수가 2006년 9월 이후 KBS 이사회에 46차례 참석하면서 이 중 19차례가 강의와 중복됐는데도 실제 강의를 한 것처럼 출석부에 허위로 기재"했고 "신 교수가 학원의 사외이사 겸직 규정을 위반한 채 KBS 이사직을 맡아 그해 10월부터 수차례 경고했으나 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KBS 이사회에 참석할 때 총장에게 출장 허가를 받지 않는 등 복무규정 위반과 근무 태만"을 보였다고 한다. 이 학교 관계자가 <동아일보> 기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동의대의 주장 또한 설득력을 갖는다. 절차와 규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무시되면 질서가 무너진다.
▲ ⓒ미디어토씨

팽팽하다. 정황·관행이 절차·규정과 맞선다. 내용상의 부당성과 형식상의 정당성이 충돌한다. 이런 상황에서 결론을 내리는 건 섣부르다.

그래서 돌린다. 동의대의 주장과 신 교수의 주장을 조합해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동의대의 사례를 디딤돌 삼아 대학 행정을 두루 살피려고 한다.

널려있다. 공기업과 사기업을 가리지 않고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교수는 수를 셀 수 없이 많다. 각종 정부위원회에 참여하는 교수도 부지기수다.

궁금하다. 외부 직책을 맡을 경우 총장의 허가를 '득'해야 하는 규정과, 외부 회의 참석 때문에 수업을 하지 못할 경우 '출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따른 교수가 몇 명이나 될까? 이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아 해임됐거나 해임 대상에 오른 교수는 몇 명이나 될까?

경우가 너무 많으니까 하나로 좁히자. 사외이사보다 사안이 더 중하고 심각한 게 '폴리페서'다. 그리고 그런 '폴리페서'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사람이 김연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다. 이 경우는 어떻게 됐을까?

거짓으로 육아 휴직을 신청하고 총선에 출마한 그다. 학교를 무단결근하면서 선거운동에 나선 그다. 그래서 사범대 교수들이 권고사직을 촉구했던 그다.

어떻게 됐을까? 학교가 중징계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관련 뉴스는 서울대가 징계위에 감봉·견책 등의 경징계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는 소식에서 그쳐있다. 서울대에 문의했더니 "(징계 논의가) 진행중"이라고만 답한다.

이왕 뗀 걸음, 한 걸음 더 나가자.

신태섭 교수 해임엔 다른 사안이 잠복돼 있다. 논문 표절 의혹이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바 있다. 신 교수가 2004년 11월 프랑스문화학회 학술지에 실은 '프랑스 방송·영상진흥 제도 연구' 논문이 2003년 12월 발표된 '방송영상산업진흥제도 정비방안 연구' 등을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이었다. 이 의혹이 제기되자 동의대는 징계위를 소집해 논의하겠다고 했었다.

그 뒤에 동의대가 이 논문 표절 의혹을 해임 사유로 삼았는지, 또 '의혹'이 '사실'로 확정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어차피 공방이 뜨거워지면 다시 불거질 사안이다. 그래서 함께 살펴야 한다.

어떨까? 이 사안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론의 여지가 없다. 논문 표절이 '의혹'을 넘어 '사실'로 확정된다면, 그래서 해임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된다면 달리 할 말이 없다.

다만, 앞서서와 똑 같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공평해야 할 것이다. 논문 표절을 한 다른 교수들에게도 똑같이 대해야 할 것이다. 이건 대학 행정의 자율성을 넘어 대학 행정의 기본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남의 대학' 운운은 성립될 수 없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논문 표절을 인정한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 대해 이화여대가 입장을 밝혔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 수석 자리를 내놓은 박미석 교수에 대한 숙명여대의 입장이 전해진 바도 없다.

뺀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신태섭 교수가 제기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논외로 한 것이다. 동의대가 자신을 해임한 데에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 압력이 작용했다는 신 교수의 주장을 열외로 해 놓고 따져본 것이다.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신 교수의 그런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신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할 얘기는 더 많아진다. 아니 교육과학기술부가 할 일이 더 많아진다.

당장 절차와 규정을 어기고 '바깥일'에 몰두하는 수많은 교수들, 그리고 이를 방치하는 대학들에 대해 감사에 나설 일이다. 그 뿐인가. 자기 표절을 한 이유로 '발령 보류(취소가 아니다)'된 정진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있고,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있다. 어떻게든 입장을 밝힐 일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련다. 아니라고 하니까,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니까….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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