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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동영상' 첫 훈육 대상은 한나라 초선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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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동영상' 첫 훈육 대상은 한나라 초선의원

홍준표 "미리 봤다"→"나는 안 봤다"

한나라당이 18일 촛불집회 참가자 전체를 폭도로 매도하는 듯이 편집한 '경찰청 동영상'을 상영해 물의를 빚고 있다.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18대 초선의원 연찬회에선 오보 논란이 제기된 MBC <PD수첩>의 해당 부분과 함께 촛불집회 동영상이 상영됐다.

특히 촛불집회 동영상은 그동안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영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경찰들의 뒤쪽에서 촬영된 것으로, 시민들이 경찰 버스를 끌어내고, 창살을 뜯어내고, 사다리를 타고 경찰 버스에 오르고, 밧줄로 버스를 끌어내는 장면 등으로만 편집되어 있었다.

40여 회의 촛불 시위 동안 극히 보기 힘든 장면들만 골라서 편집한 것. 반면 6분여의 동영상에서 경찰은 "전경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를 계속 외쳤고, 일부 전경들이 부상을 당해 매우 괴로워하는 모습은 매우 가까이에서 촬영됐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감상한 이 동영상에 따르면 촛불 시위는 결코 평화적이지 않으며, 일부 폭도들의 난동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동안 언론의 보도와 현장을 직접 체험한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비폭력, 평화 시위 문화가 정착됐다고 평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의 총화인 촛불집회에 대한 한나라당의 적나라한 인식이 그대로 묻어난 대목. 특히 폭도들의 희생양이 된 듯한 이 영상의 앵글 상 경찰 등 당국으로부터 제공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감상한 이 동영상에 따르면 촛불 집회는 결코 평화적이지 않으며, 일부 폭도들의 난동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프레시안

▲6분간의 동영상에서 경찰은 "전경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를 계속 외쳤고, 일부 전경들이 부상을 당해 매우 괴로워하는 모습은 매우 가까이에서 촬영됐다. ⓒ프레시안

이에 대해 홍준표 원내대표는 "나는 미리 이 동영상을 봤다"며 "그동안 TV에서 못 본 장면이다. 경찰이 당하는 건 못 봤지 않느냐. 그런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초선 훈육용' 동영상임을 자연스럽게 고백했다.

그는 이 동영상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UCC 동영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경찰 버스 위쪽에서나 잡힐 법한 카메라 앵글이다. 시민들은 그곳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묻자 "나는 모른다. 나는 미리 안 봤다"고 그 자리에서 말을 바꿨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동영상을 미리 준비했다는 한나라당 관계자는 "예정에 없던 것이지만 어제 상영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동영상이 경찰 쪽 자료인지는 모르겠고, 신지호 의원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경찰에) 폭행 당하는 거 말고, 이런 부분(경찰도 폭행당한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의미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확인 결과 이는 경찰청이 이날부터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 시도 경찰청 및 일선 경찰서 홈페이지에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동영상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팔을 걷은 '여론전'의 첫 훈육 상대가 바로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었던 셈이다.

촛불 집회 동영상을 상영하기 바로 직전에는 <PD수첩>의 오역 논란 부분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이 방송에서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묘사된 아레사 빈슨의 인터뷰에서 'CJD'를 'vCJD'로 오역한 부분과 미국의 일부 방송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아레사 빈슨이 광우병에 걸렸다'고 말한 PD수첩의 번역은 'suspect'를 잘못 번영한 것이라는 것. 이는 촛불 민심에 불을 댕긴 <PD수첩>에 대한 한나라당의 적개심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 동영상을 상영하기 전 국회의장으로 유력한 김형오 의원은 특강을 통해 "촛불 집회를 디지털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그런 점이 없진 않겠지만, 촛불 집회도 정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촛불 집회는 대한민국의 문화를 이끄는 기폭제, 세계 정치 문화에 일정 획을 긋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며 "탈정치하는 부분, 놀이와 문화가 끼어드는 부분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김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한나라당에서 상영한 촛불 집회 동영상에는 놀이와 문화는 없고 오로지 '폭력'을 휘두르는 '폭도'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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