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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민영화, 나랏돈 가지고 뭐하려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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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산은 민영화, 나랏돈 가지고 뭐하려는 거냐"

[토론회]"IB가 잘못하면 은행이 망하고, 나라가 망한다"

6월에 발표하기로 예정됐던 공기업 민영화 추진 계획이 촛불집회의 직격탄을 맞아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서둘러 6월초 로드맵을 발표한 산업은행 민영화는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민유성 신임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취임하면서 민영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언제 다시 정부가 민영화 카드를 꺼내들지 모른다. 당정협의를 통해 공기업 민영화를 한반도대운하와 함께 정책 후순위로 미루기로 한 이후에도 청와대는 "정권 초기에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여야 한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 <조선일보> 등 보수세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공기업 민영화 등 다른 정책들도 밀려서는 안된다고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실패자'가 될망정 지지자들을 저버리는 '배신자'가 돼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산은 민영화의 명분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의 육성이다. 금융위원회는 산은의 투자은행(IB) 부문을 떼어내 민영화시키고, 현재의 정책금융 기능은 한국개발펀드(KDF)를 신설해 이관시키겠다고 밝혔다. 산은을 한국형 IB로 키워 5년 후 아시아의 지역전문가(Regional Player)로 도약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IB(Global IB)로 발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은 민영화을 포함한 금융공기업 민영화는 이대로 가도 되는 걸까? 금융공기업 민영화는 '효율성',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밀어붙여도 되는 문제일까? 이를 짚어보기 위한 토론회가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와 금융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산은 헐값 인수하려는 외국자본의 음모는 이미 진행 중"
  
  총 자산이 100조 원이 넘는 산은을 현 정부 임기 내인 2012년까지 완전 매각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촉박한 시간표'는 이미 대다수 전문가들이 문제로 지적한 부분이다. 헐값 매각, 졸속 매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김재율 금융노조 정책본부장은 "벌써 국제적 신용평가회사들이 산업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결국 국내 은행들과의 합병을 유도해 헐값에 국내은행들을 인수하겠다는 음모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산업은행의 민영화시 외국자본에 대해 일부 지분을 선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산은 민영화 방안 발표 이후 산은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가 구상하는 방향대로 산은이 민영화될 경우 외국 자본이 대거 유입될 것이다. 김재율 본부장은 "IMF 이후 외국자본들의 국내은행 소유 지분이 확대됨에 따라 주주자본주의에 입각한 이익 극대화 정책에 매몰되어 각종 수수류 신설 및 중소기업 대출 회피, 부동산 시장의 교란 등 금융산업의 공공성이 무너지는 폐해를 초래했다"고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산은 민영화와 맞물려 국내 재벌들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금산분리의 완화를 더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금산분리 완화를 전제 조건으로 할 경우, 재벌의 은행 소유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이미 은행업을 제외한 증권업, 보험업에 대거 진출해 있다. 재벌들이 은행까지 사유화할 경우 엄청난 폐해가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찬근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인천대 교수)은 "이명박 정부 들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지주회사 규제 완화, 포이즌필(독약증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 등 정부가 재벌들의 전횡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내주고 있다"며 "여기에 금융지배권까지 넘겨주면 얘기는 끝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율 본부장도 "재벌에 의한 금융산업 사유화로 인해 이윤 추구 성향이 더 강해지면 결국 저소득층들에 대한 은행 문턱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만 되면 비올 때 우산 뺏어버리는 반국가적 경제행위마저 서슴치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전문가? 동아시아에서만 후보군이 20개"
  
  이찬근 소장은 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산은을 거대 투자은행(IB)으로 키우겠다는 목표 자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냐는 것이다. 그는 또 2012년 안에 산은의 지분 51%를 매각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정부와 산은 내부에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IB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기업 M&A(인수합병)인데 국내 IB 시장이 과연 존재하느냐"면서 "대기업이 이미 그룹 지배권을 장악해서 하나도 안 팔고 갈 수 있는 상황에서 M&A가 일어날 데가 뭐가 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중소기업 M&A는 크게 돈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작은 국내 IB시장에 정부를 등에 업고 산은이 뛰어들겠다는데 하나, 국민, 신한은행이 참아야할 이유가 뭐가 있냐. 또 국내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IB가 참을 이유가 뭐냐.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어 아시아 지역전문가, 더 나아가서는 글로벌 IB로 발전하겠다는 '청사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산은이 중국 등 개발도상국 시장으로 뛰어들겠다고 하는데 신흥 개도국 시장은 투자위험이 매우 크다"며 "나랏돈 가지고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거냐"고 말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의 신흥 개발국가들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그는 "산은이 목표로 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만 IB후보군이 20개"라며 "중국은 씨티그룹 같은 IB를 5개 이상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글로벌 플레이어로써 산은의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이 소장은 주장했다. 현재 글로벌 IB는 미국의 전유물로 봐야 한다는 것. 골드만 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씨티, 제이피모건체이스, UBS(스위스), 크레딧쉬세(스위스), 도이체방크(독일) 등 글로벌 IB '빅8' 중 5개가 미국의 것이다. 이 소장은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이 IB를 추구했는데 잘 안됐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IB가 예전에는 주식, 채권을 인수해서 투자자들에게 유통시키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게 주요 수익원이었지만 이제는 직접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IB업의 성격이 자본 위험 추구형으로 바뀐 것이다. 과연 산은이 국가의 보증을 받으면서 이런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 나가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IB가 은행돈을 가져다가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인데, IB가 잘못되면 은행이 망하고, 은행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방대한 정책금융체계 갖추고 있다"
  
  이 소장은 또 국내 금융산업이 외환위기 이후 이미 과도한 민영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선진국과 달리 커뮤니티 뱅크가 전무한 우리 상황에서 금융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금융 민영화 정도는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소장은 시장 자율성을 가장 강조하는 미국도 주택금융, 농업 지원, 학자금 지원 등 정책목표를 위해 방대한 정책금융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패니매와 프레디맥과 같은 정부지원보증기관(GSE)은 100% 민간 소유지만 이사회는 정부가 좌지우지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또 이들이 발행하는 채권에 면세, 증권거래법상 국채로 간주하는 등 각종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이들 기관의 정부 보증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수조 달러에 달하는 금융공기업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에는 중층적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집보다 고리대금업체가 더 많은 현실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며 영세 상공인이 금융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고용의 60%가 영세 상공인인데,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한국의 정책금융이 고민해야할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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