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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총리'? 발상이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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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총리'? 발상이 잘못됐다

[김종배의 it] 보수대연합은 틀렸다

청와대는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동문서답을 하는 걸 보니 그렇다.

국정을 쇄신한다고 했다. 그래놓곤 꺼내든 카드가 보수대연합이다. '박근혜 총리' 카드가 그렇고 그 뒤에 나온 '심대평 총리' 카드가 그렇다.

보수대연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건 난국의 원인을 보수지지층 이탈에서 찾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을 불렀고 이것이 국정 추진력을 반감시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까진 별 이견이 없다. 6·4재보선 결과를 봐도 보수지지층이 이탈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 ⓒ뉴시스

문제는 처방이다. 엇나가도 한참 엇나가고 있다. 정책이 아니라 공학으로 풀려고 한다. 가슴을 열어야 할 판에 방탄복을 껴입으려 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난국을 풀지 못한다.

수치를 보면 안다.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거둔 득표율은 60%가 넘었다.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친박세력, 자유선진당이 건진 의석수 또한 60%가 넘었다. 지금은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나아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을 합해도 30%를 겨우 넘는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지지율을 합해도 30%대를 넘기지 못한다. 반토막이 난 것이다.

다른 수치가 있다. 쇠고기와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은 70%를 상회한다. 한미FTA와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반대여론 또한 50%에 육박하거나 이미 넘어섰다. 어림잡으면 이명박 대통령 또는 보수세력을 지지했던 국민의 30%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게 말해준다. 보수지지층 이탈을 부른 가장 큰 요인은 정책이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해법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포기할 건 깨끗이 포기하고 수렴할 건 더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그러면 풀린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추락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현상, 앞으로 국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45%에 달했던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를 끌어오면 더욱 확실해진다. 문제는 정책이고 해법은 수정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엉뚱한 데서 해법을 찾는다. 보수지지층이 떨어져나간 현상을 애석해 하고 있을 뿐, 왜 이탈했는지에 대한 자성이 없다. 그래서 틀렸다.

가능하지도 않다. 공학적 해법이 먹혀들 여지도 별로 없다.

6.4재보선이 증명한다. 전통적 지지층, 또는 절대적 지지층은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지역감정의 포로가 되어, 특정 정치인의 후광에 갇혀 묻지마 지지를 보내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서울 강동구청장 선거가 증명한다. 한나라당의 10년 아성이 무너졌다. 다른 곳이 아니라 강남권에서, 그것도 총선에서 압승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무너졌다. 여느 선거에 비해 정책과 시국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장년층 이상 유권자가 많이 투표한 6.4재보선에서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

공학적 해법이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미워도 다시한번' 식의 투표심리가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 정치세력의 유권자 장악능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발을 잘못 디디면 특정 정치세력은 치유불능의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교본이 될 수 있다. '심대평 총리' 카드가 표본사례가 될 수 있다. 그것이 플러스알파 효과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정반대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이명박+이회창의 지지율 또는 한나라당+자유선진당 지지율의 단순합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그렇다.

그것 만이 아니다. 더 큰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귀를 열고 가슴을 여는 이미지를 연출해도 모자랄 판에 창을 집어드는 공격적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친박세력 복당을 결정한 한나라당의 의석수는 원내 절대과반을 달성한 상태다. 이런 마당에 보수대연합을 통해 의석수를 불리려고 하면 '의회독재'를 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게 된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니까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둘러보면 안다. 힘이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다. 원내 과반의석을 획득한 한나라당이 18대 국회를 개원조차 하지 못한 채 질질 끌려다니는 것은 의석수 때문이 아니다. 국민의 시선이 따갑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조차 일방독주식으로 의정을 펼치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자신들에게까지 번질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거리의 정치가 좌파 또는 친북좌파에 의해 조종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과 계층, 정치적 성향을 뛰어넘는 범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굽힐 때라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상이 틀렸다. '심대평 카드'는, 보수대연합 구상은 엇나가도 한참 엇나간 해법이다. 반성문을 써야 할 학생이 멱살잡이 한 친구에게 '두고 보자'며 눈 흘기는 식의 해법이다. 그래서 틀렸고 그래서 먹혀들 여지가 별로 없다.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성사될 수 없는, 성사돼도 성공할 수 없는 해법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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