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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 '새로 쌓은' 10년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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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 '새로 쌓은' 10년을 보라

[김종배의 it] PD와 기자의 마음가짐이 관건

1.

올 초였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나서 이명박 캠프의 아무개 아무개가 낙하산 타고 방송사 사장으로 내려온다더라는 '설'이 횡행하던 때였습니다. 대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방송사를 향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PD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말하더군요.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
"그래도 나는 괜찮아. 후배들은 어떨까?"

무슨 얘기인가 싶어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으니까 이렇게 덧붙이더군요.

"나는 그래도 정부의 방송 간섭을 조금은 맛 본 놈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만 후배들은 그렇지가 않거든. 얘네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까? 그게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돌아보니 그렇더군요. 이 PD는 김영삼 정부 초기에 방송사에 입사한 사람입니다. 김현철 라인이 방송사를 농단하고 청와대가 뻔질나게 방송사로 전화를 걸던 그 때에 PD가 된 사람입니다. 반면에 그 후배들은 대개가 그 뒤에 입사한 사람들입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방송을 제작한 사람들이죠. 그리고 지금 방송사의 주요 시사프로그램과 보도프로그램은 바로 이 후배들에 의해 제작되고 있습니다.

저도 궁금해지더군요.

'정말, 소장 PD와 기자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까?'
▲ ⓒ뉴시스

2.

낙하산 투하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일부 방송사에는 이미 이명박 캠프 인사들을 사장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낙하산 투하를 준비하는 곳도 있습니다. KBS와 같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서는 낙하산 투하에 앞서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한다며 KBS를 헤집고 있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까요? 낙하산 부대가 적진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사장은 인사권자입니다. 사장이 본부장과 국장을 임명하면 그 본부장과 국장이 부장 인사를 추천하고, 부장은 일선 PD와 기자의 자리배치를 주도합니다. 입맛에 맞는 PD와 기자를 쓰면 입맛에 맞는 방송이 나오겠지요.

하지만 이건 이론입니다. 이론이 현실이 되려면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입맛에 맞는 PD와 기자가 충분히 준비돼 있어야 하고, 입맛에 맞는 PD와 기자가 입맛에 맞는 방송을 제작하는 데 저항이 없도록 주변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이 조건은 갖춰져 있는 걸까요?

관건은 소장 PD와 기자들의 마음가짐입니다. 준비태세입니다.

3.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백지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이 '면역결핍증'을 야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정반대로 지난 10년이 '소신'을 갈고닦는 훈련기간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미래 상황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4.

새로운 뉴스를 접합니다.

한 전투경찰이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촛불시위 진압에 나서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일"이니까 육군에 보내달라며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더불어 전경 복무기록 삭제도 요청했습니다. 과거를 겪지 않은 신세대 전경이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을 벌인 겁니다.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일도 벌어졌습니다. 한 전경이 촛불시위에 참가한 여대생을 군홧발로 폭행했습니다. 밀쳐 넘어뜨리고 군홧발로 머리를 짓밟았습니다.

비근한 예가 될지 모릅니다. 소장 PD와 기자의 앞날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될지 모릅니다. 상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부하 직원의 어긋난 행태, 그리고 자기의 소신에 반하는 일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언론인의 올곧은 지조가 교차할지 모릅니다. 그렇게 두 모습이 교차하면서 어지러운 양상을 연출할지 모릅니다.

5.

그래도 놓쳐서는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상황에도 불구하고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새로운 요소입니다.

군홧발 폭행은 구태입니다. 행정심판 청구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어용방송' 수십 년의 역사 끝에 '새로운 방송' 10년의 역사가 나타났습니다. 방송에게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기간이 아니라 '새로운' 기간입니다.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방송장악 시도의 부당성과 함께 결코 흘려서는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새로운 힘입니다.

행정심판 청구는 양심적인 개인의 첫 시도입니다. 방송의 '새로운 10년'은 집단이 일구어낸 훈련이자 성과입니다. 다릅니다. 행정심판 청구는 구태의 껍질 속에서 가까스로 피어난 새싹이지만 방송의 '새로운 10년'은 구태를 뚫고 피워낸 열매입니다.

강산만 바뀐 게 아닙니다. 방송도 지난 10년 동안 많이 바뀌었습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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