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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딜레마, 박근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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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딜레마, 박근혜의 딜레마

[김종배의 it] '박근혜 총리'가 성사되려면

박근혜 총리'의 다른 이름은 '책임 총리'다. 국정 시스템을 1인 통치에서 동반 통치로 바꾸겠다는 것이니까 '권력 분점'이기도 하다.

여권 내에서 '박근혜 총리' 카드가 급부상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권력 분점'을 통해 '세력 결집'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이명박 정부를 살리기 위해 힘의 보위막을 치겠다는 뜻이다.

그럴 수 있다. 능히 모색할 수 있는 공학적 대안이다. 옳고 그르고는 지금 상황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급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르다고 볼 이유도 별로 없다. 어차피 같은 식구다. 같은 식구가 2인삼각 체제를 형성하든 말든 그건 그들의 문제다.

짚을 문제는 성사 가능성이다. '박근혜 총리' 카드가 실현될 수 있는지가 관심사다.
▲ ⓒ연합

관건은 시간, 즉 선후다. '박근혜 총리' 카드가 쇠고기 정국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즉각 활용되느냐, 아니면 쇠고기 정국이 해소된 후 세력을 다시 추스르는 과정에서 실행되느냐에 따라 판은 완전히 달라진다.

분명해 보인다. '선', 즉 쇠고기 정국의 해법으로 즉각 활용되는 데는 문제가 있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

쇠고기 정국 해법용으로 '박근혜 총리' 카드를 꺼내든다는 얘기는 정면돌파하겠다는 얘기와 같다. 재협상 요구를 물리치기 위해 원군을 청한다는 얘기와 같다.

박근혜 전 대표로선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차기구도 관리에 골몰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로선 국민과 척을 져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이명박 대통령과 한 두름으로 엮여 추락을 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발언과 배치되는 행적을 보여야 하는 부담도 떠안는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재협상이라도 해야 한다던 이전의 입장을 180도 바꿔야 한다. 게다가 지금 형국은 '다른 방법이 없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표로선 지금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다가 적당한 상황을 골라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해도 충분한 터에 속도위반을 해가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는 건 모험일지 모른다.

그럼 '후'는 어떨까? 쇠고기 정국이 해소되고 난 후에는 어떨까? 이번엔 이명박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진다.

너무 아깝다. 가까스로 늪을 빠져나왔는데 엉뚱한 사람에게 보따리를 내줘야 한다. 다른 보따리도 아니고 자신의 위상과 힘을 반감시키는 보따리를 바쳐야 한다. 그뿐인가? 박근혜 전 대표는 대운하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자칫하다간 경제 회생의 비책으로 여기는 대운하 프로젝트까지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너무 아쉽다. 취임한 지 이제 겨우 100일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앞날이 구만 리 같은데 주머니를 비워야 하는 건 너무 아쉽다. 재기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일부 언론사(한겨레)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 운영이 앞으로 나아질 것'이란 응답률이 45.2%로 나왔다. 쇠고기 정국만 잘 넘기면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사정이 이렇다.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 사이를 시점이 가로지른다. 절충해야 한다. 이 시점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절충책을 모색해야 '박근혜 총리' 카드는 비로소 현실화 된다. 그게 뭘까?

없다. 현재 상태를 고정시켜놓고 보면 없다. 어느 한 사람이 마음을 비우지 않는 한 '박근혜 카드'를 실현시킬 방책은 없다.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이 공유해야 하는 건 권력이다. 한 사람은 이미 향유하고 있고 다른 사람은 획득의지에 충만해 있는 권력이다. 부자지간에도 나누지 않는다는 권력이다. 그래서 어렵다. 절충은 어느 한쪽의 양보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어렵다.

유일한 추동력은 두려움이다. 향유하고, 획득하고자 하는 권력이 아스라이 스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두 사람이 공유해야만 '박근혜 총리' 카드는 힘을 받는다.

결론이 나온다. '박근혜 총리' 카드의 성사 여부를 가르는 관건은 체감지수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작금의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에 따라 '박근혜 총리' 카드의 실행 여부가 달라진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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