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유일한 노사관계 전문일간지 매일노동뉴스가 15일 지령 3천호를 기해 인터넷 뉴스 <레이버투데이(www.labortoday.co.kr)>를 오픈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창간 이후 11년간 자본의 입장에 편향적인 언론계에 있어 노동분야에 깊이 천착하며 속보기사는 물론, 노동현안에 대해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기사를 제공해 왔다.
레이버투데이 창간을 주도한 (주)매일노동뉴스 박승흡 대표(43)를 13일 밤 만나 인터넷 뉴스 레이버투데이 오픈을 하게된 배경과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박 대표는 이와 더불어 노동문제 전문가답게 최근 최대 노동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파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89년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93년부터 5년간 학원계에서 유능한 논술학원 강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98년 IMF 경제위기를 지켜보면서 다시 노동운동 판에 복귀한 그는 2000년 비정규노동센터를 설립, 당시만해도 노동계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 공론화에 앞장 서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노동과 관련된 정치, 경제, 사회의 변동 함께 담아낼 것"**
프레시안 : 현재 <매일노동뉴스>도 인터넷판이 있다. 새로 오픈될 <레이버투데이>는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가.
박승흡 대표 : 현재 매일노동뉴스 인터넷 판은 오프라인 컨텐츠를 그대로 올리는 것에 불과하다. <레이버투데이>는 <매일노동뉴스> 기자와 별도로 8명의 기자로 구성된 인터넷 팀을 꾸렸다. 진보의 목소리를 내온 <진보정치 >, <말>지 경력기자들이 다수 동참했다.
이번에 구성된 인터넷 팀은 출입처가 있는 매일노동뉴스 기자와 달리 별도의 출입처가 없다. 다시말해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전방위로 뛰며 기사를 생산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 내용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있다면.
박승흡 대표 : 내용적 측면의 변화를 말하기 전에, 레이버 투데이를 준비하게 된 배경부터 말씀드리는 것이 낫겠다. 기존 <매일노동뉴스>가 노사관계전문지로서 11년동안 활약해 왔는데, 그간 노동이란 주제를 '노사관계', '노조운동' 정도만 소통시킨 한계가 있었다. 그 안에서도 양대노총과 같은 조직된 노조의 문제만 다른 측면이 컸다. 다시말해 <매일노동뉴스>의 기사는 기업별 노조(단위)의 임단협 투쟁을 담아내는 기능에 치중한 것이 사실이다. 노동'전문지'라고 불리기에는 부끄러운 점이 많았다.
노동문제는 전반적인 경제, 산업의 구조변화, 이와함께 정치구조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이런 큰 틀에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조직된 노동자만이 아닌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목소리도 담아낼 필요가 있다. 조직 노동자들의 임단협만 뉴스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런 문제의식 속에 노동문제를 보다 깊이 다루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까지 범주를 넓혀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번 레이버투데이 오픈은 <매일노동뉴스>의 한계를 벗어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계급문제만이 아니라 환경, 민족 등의 문제까지 포괄해서 담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영역확장...5백여명 일선 노동운동가를 현장 기자로 활용할 것"**
프레시안 : 보도 영역의 확장은 일선 기자들에게 있어서는 업무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현재 <매일노동뉴스> 기자와 새로 구성한 인터넷팀만으로 박 대표의 구상이 실현될지 의문이 든다.
박승흡 대표 : 사실 <레이버투데이> 오픈을 준비하면서 일선 기자들은 노동강도가 심해지고, 이중고생을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했다. 또 현재 <매일노동뉴스>의 역량으로 뒷심이 받혀질 수 있는가란 걱정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수많은 논쟁과 대화가 있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기자의 수를 25명까지 늘렸다.
프레시안 : 기자 25명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을 다룬다는 것 역시 쉽지는 않을 텐테, 복안은 뭔가?
박승흡 대표 : 연맹단위, 3백인 이상 노조 교육·선전·정책 담당자들과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2백35명이 완료됐고, 내년 상반기까지 5백명 정도로 늘려볼 생각이다. 또 미조직·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확보하기 위해 5백명 중 3분의 1은 이들로 채울 계획이다. 이들은 현장기자로 뛰면서 기사를 발신, 상근기자가 이를 취합해 최종 기사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오마이뉴스>에서 하는 '시민기자'를 생각하면 된다. 다만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들이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면, <레이버투데이>의 현장기자는 노동분야에 한정한, 다시말해 시민기자의 축소판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밖에 <레이버투데이>는 노동의 입장만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도 담을 생각이다. 그를 위해 경총, 전경련 정책담당자나 자본의 입장에 서있는 각종 연구소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광고전선,,,양질의 컨텐츠로 승부"**
프레시안 : 취지도 좋고, 인적자원도 마련됐지만, 정작 <레이버투데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문제가 남았다.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박승흡 대표 : 사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매일노동뉴스>의 기사가 색깔이 명확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특징 때문에 광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노동내부에서도 매일노동뉴스가 건재한다고 말 하면서도, 온정주의에 빠져 <매일노동뉴스>를 무조건 구독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년간 지면변화를 통해 노동계 속보 만이 아닌 보다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기사를 생산해 왔다. 이로 인해 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큰 구독 증가가 있었는데, <레이버 투데이> 역시 각 산업이 가지는 특성변화, 그에 대한 노동과 자본 그리고 정치권의 대응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양질의 기사를 만들어 낸다면 다시 한 번 구독 증가가 기대된다.
온라인 <레이버투데이>의 수익은 배너광고 수입밖에 없다. 랭키닷컴을 보니 <매일노동뉴스>가 이제 1천 등을 넘어 7백위 안으로 진입했다. 인터넷 뉴스 중에는 14위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레이버투데이>에서 생산될 양질의 컨텐츠와 함께, 매체 영향력을 양 손에 쥐고 광고시장에 나가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대표가 영업사원이 되서 열심히 뛸 생각이다.주위에서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데, 근거없는 낙관도 위험하지만, 이유없는 비관도 옿지 않다.
프레시안 : 다른 측면으로 <레이버투데이>가 기업광고를 받는것에 대한 고민은 없는가.
박승흡 대표 : 기업 광고를 받는 일은 사실 여전히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일화를 소개하겠다. 얼마전 <매일노동뉴스> 창간 11년만에 처음으로 경총을 공식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경총 한 관계자가 "<매일노동뉴스>가 노동의 정체성을 버리는 순간 우리(경총)로서도 매력을 잃는다. <매일노동뉴스>도 기업 아닌가. 생존을 위해서는 정체성을 버릴 수는 없다. 적절한 긴장 속에 우리들도 기사를 보고 있고, <매일노동뉴스>의 대안은 뭔가를 주신한다. 광고는 별개의 문제다"고 말 하더라.
광고 때문에 논조가 달라지는 일은 절대 없다.
***"파견법 개악안...관료집단의 횡포, 저항은 필연적"**
프레시안 : 박 대표는 신문사 대표이면서 비정규직 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사업 이야기는 이쯤 정리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박승흡 대표 : 2000년 비정규노동센터(박대표는 <매일노동뉴스> 대표 전에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을 3년간 역임했다)를 설립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깊이 고민해왔다. 지난 5년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제화 시키는데 노동계와 함께 노력을 경주했다.
노동부는 이런 노력을 일거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분노와 함께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 논의되었던 사항들이 어떻게 관료집단에 의해 수포로 돌아가는지 잘 알 수 있는 사건이다.
노사정위원회라는 기구를 두어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을 정부가 무시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행위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서 안을 내놓아도 반발이 많은데...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한다. 이번에 노동계의 저항은 필연적인 상황이다.
프레시안 : 노동부 설명에 따르면, 비록 파견대상 업종은 확대했지만, 불법파견을 줄이고, 각종 규제방침을 마련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파견노동자가 축소된다고 주장한다.
박승흡 대표 : 어불성설이다. 업종 확대 즉시 비정규직은 크게 확대된다. 정부는 '유연안정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이는 형용모순이다. 파견 업종을 확대하면 고용이 창출되고, 시장은 탄력성을 가져 결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주장인데, 이와 관련 누가 실증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 데이터는 없고, 다만 허위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노동관료들의 머릿 속에는 현실파악보다는 노동유연성 신화라는 것이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결론은 이미 나있고, 구색맞추기를 위해 노사정 대화를 해 왔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시장주의를 강화하고 유연성을 증대하면 국가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관료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노무현 정권, 노동정책 기조 없어 보인다"**
프레시안 : 관료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무현 정권이 이런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초기 "노동자의 57%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박 대표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정권에 대한 우호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금 노무현 정권을 어떻게 보고 있나.
박승흡 대표 : 노 정권이 초기에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보고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장치는 걸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노동운동 출신들도 대거 정부 안에 들어가고 해서 단순한 정치인의 '립서비스'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은 헛된 망상이 아니었나 한다.
지금 노 정권의 노동정책을 보면 기본적인 기조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을 하자고 말하는데, 이는 민주노총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가장 예의주시하면서 문제제기 해 왔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노동계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하는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노동계가 참여할 수 있는가. 노사정 대타협과 파견법 개악 사이의 거리는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의 기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견법 개악, 조직 노동자 모든 역량 동원해 투쟁하는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정부가 카드를 던졌고, 남은 것은 노동계의 대응이다. 지금 보면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거론하고 있고, 민주노총은 하반기 투쟁일정을 앞당기는 등 강경분위기가 우세하다. 노동계에게 남은 카드는 이제 투쟁만 남았나?
박승흡 대표 :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조직노동자들이 모든 역량을 가지고 투쟁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예전 어법처럼 투쟁환원론으로의 회기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프레시안 : 한편 상반기 투쟁을 보면 조직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제대로 투쟁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일부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한계라고 비판도 하는데... 투쟁 전망은 어떻게 보나?
박승흡 대표 : 사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양대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의 대응을 보면 아쉬움이 많다. 너무 미지근하다. 지금 단계에서 투쟁의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노동계가 어떻게 이슈로 만들고 투쟁을 조직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프레시안 : 이슈를 만들어가는 것은 노동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언론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텐데,,하반기 <레이버투데이>의 활약이 기대된다. 늦은 시간까지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박승흡 대표 :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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