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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밀치고 '언론 대응' 택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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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밀치고 '언론 대응' 택한 정부

[김종배의 it] 해서는 안 되고 해봤자 안 되는 일

키워드는 '신속 대응'이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입수해 보도한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가 언론대책 문건인지 아닌지는 기실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 중요한 건 '대책'의 정당성이고, 이 정당성을 재는 잣대가 바로 '신속 대응'이다.

지난 9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주재로 열린 부처 대변인회의에서 배포된 '참고자료'에 기재돼 있다. 신재민 차관이 "AI와 광우병 등 현안을 볼 때 언론보도 등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고, '언론1(박흥신 청와대 언론1비서관으로 해석됨)'도 "가판 모니터 강화 및 신속 대응체계 논의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부처 대변인회의 직후 문화부 직원 5명으로 구성된 팀 이름이 '인터넷 조기대응반'이고, 이에 대한 김희범 문화부 홍보지원국장의 해명도 "각 부처의 정책 관련 보도를 해당 부처에 보내줘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취지로 만든 조직"이라는 것이다.

모든 공보·대언론 라인이 몰입하고 있는 '신속 대응' 또는 '조기 대응'이 뭘 뜻하는 걸까? 도대체 무엇에 '신속 대응'한다는 걸까?
▲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뉴시스

두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우선 정부 정책을 잘못 보도하는 것에 '신속 대응'하는 것이다. 이른바 '오보 교정'이다.

이건 정당하다. 누가 시키기 전에 정부가 먼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정부 정책이 잘못 전해지고, 그로 인해 국민 여론이 왜곡되면 결과적으로 국론이 비틀어진다. 정부가 '신속 대응'해 바로 잡는 건 불가피하고 불가결하다.

새로운 시도도 아니다. 이전 정부부터 해온 일이다. 부처 대변인의 '해명자료' 또는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오보를 바로 잡아왔다. 나아가 정도가 심한 오보에 법적 대응을 하기도 했다.

굳이 탈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이런 식의 '신속 대응'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강화한다.

다르게 상정할 수 있는 건 '비판 차단'이다. 오보 즉 사실 여부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비판 즉 시각에 대해 '신속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건 심각하다. 누가 뜯어 말리기 전에 정부가 먼저 자제해야 하는 일이다. 언론의 논조를 유도하려는 것이기에 '여론 조작'으로 볼 수 있는 일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공론장을 제한하려는 시도이기에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공작'으로 읽을 수 있는 일이다.

단정할 수 없다. '오보 교정'과 '비판 차단' 가운데 어느 하나를 콕 찍어 확정할 수 없다. 그렇게 몰아갈 강력한 근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정할 수 있다. 정부가 '비판 차단'에 경도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게 볼 정황이 여러 개 있다.

▲신재민 차관이 '언론보도 등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거론하면서 한 말이 있다. 방송과 인터넷 등을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오보'가 아니라 '부정적 여론'을 문제 삼은 것이다.

▲'참고자료'가 배포된 지난 9일의 부처 대변인회의에서 따로 논의된 내용이 있다. <경향신문> <한겨레> 등의 광우병 관련 논조를 거론하면서 정부 광고·협찬을 줄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5월 초 문화부 홍보담당자에게 별도로 배포된 '교육자료'가 있다. 이 자료에는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오보 교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회유 공작'이다.

따로 떼어내 짚을 문제도 여러 개 있다. '비판 차단'과는 별도로 효율성과 정당성을 짚어야 하는 문제들이다.

▲'언론1'의 대응법은 퇴행적이다. '가판 모니터 강화 및 신속 대응체계 마련'은 참여정부 때 폐지된 방법이다. 가판이 정부와 언론의 '흥정 통로'로 기능하는 구태를 없애기 위해, '흥정' 과정에서 '캐시 앤 위스키'가 동원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폐지했던 방법이다. 이랬던 구시대의 방법을 '언론1'이 다시 꺼내들려고 한다.

▲'인터넷 조기대응반'의 역할은 막연하다. '인터넷 조기대응반'이 인터넷에서 도는 정보를 분석해 관련 부처에 제공한다고 하지만 인터넷 정보의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라 '입장' '견해'다. '신속 대응'하기가 힘들고 해서도 안 되는 것들이다. 정부가 줄곧 문제 삼아온 '인터넷 괴담' 대응 차원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인터넷 괴담'은 대부분 '(허위)사실'과 '객관적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혼재된 상태로 떠돈다. 그래서 애매하다. 뾰족한 처방책을 찾기도 힘들다. 행정력을 앞세워 삭제를 지시하는 건 월권이다. 게시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쫓아다니며 설명하고 설득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뚜렷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포털 편집진에게 '작용'을 가하는 것인데 이는 정상적인 '오보 교정'과는 거리가 먼 일탈 행위다.

정리하면 이렇다. 정부는 길을 잘못 잡고 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만지작거리고 있고, 해봤자 안 되는 일을 살피고 있다.

이해는 간다. 누구 말대로 "부정적 여론"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국정이 흔들리고 있다. 어떻게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일이 꼬일수록 원칙에 충실하라는 말도 있다. 이런 '원론'만 있는 게 아니다. 국가 원수의 '방향 제시'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을 포함한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자인한 바 있다.

거듭 새겨들을 일이다. 소통의 본질은 쌍방향성이다. 의견과 정보를 맘껏 풀어놓고 수평적으로 나누는 것이다. '부정적'과 '우호적'을 갈라 '신속 대응'하는 것과는 족보가 다른 게 바로 소통이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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