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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치킨게임' 하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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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치킨게임' 하려는 정부

[김종배의 it] MB정부, 5년의 갈림길에 서다

'불법 시위'를 운운하는 건 안이하다. '배후 엄단'을 읊조리는 건 퀴퀴하다.

정부가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건 '찰나'다. "청와대로 가자"는 한 마디 함성에 대다수 참가자가 순식간에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현상을 흘려보내선 안 된다.

국민은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광우병 파동의 책임자로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에 해법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 '가자'고 외친다. 책임을 지고 해법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압박하려고 한다. 정면대결을 마다 않고 청와대를 강제하려고 한다.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봐야 한다. 문화제가 시위로, 촛불이 들불로 번지는 현상엔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숨어있다고 봐야 한다.
▲ ⓒ프레시안

정면대결로 치닫는 국민과 청와대

임계점에 도달하긴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 또한 달리 선택할 카드가 없다. 재협상은 절대 안 된다는 방침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한 달리 강구할 묘수가 없다. 미국과 추가 협의를 했고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상황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부결시킨 국회가 짐을 싸고 있으니 정치적 절충책을 모색할 여지도 없다.

정부 역시 막다른 지점에 몰려있다. 국회는 쏙 빠진 상태에서 국민과 마주서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설득은 불가능하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에게 재협상만 빼고 얘기하자는 논리는 먹혀들 수 없다.

정부도 강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과 정면대결을 벌여서라도 재협상 요구를 다신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불법시위를 빌미 삼아 촛불을 꺼야 한다.

양상은 명징하다. 치킨게임이다. 어느 한쪽이 핸들을 꺾지 않는 한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는 불퇴전의 대결이 시작되고 있다. 중대한 국면이다. 이명박 정부 5년을 좌우할지도 모를 국가적 갈림길이 열리고 있다. 어찌 할 것인가?

의미가 없다. 국민과 대결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어떤 언사로도 정당성을 치장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국민의 불만은 복합적이다. 광우병 쇠고기에만 분기를 느끼는 게 아니다. 때와 상황에 따라 말만 달리 할 뿐 추진 의사엔 변함이 없는 대운하에도 노기를 느끼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더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허무함마저 느끼는 상황이다.

정부의 대응책은 단선적이다. 전통적인 방법인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가석방을 늘려주고, 운전면허 정지·취소를 구제해주려 한다. 검찰과 경찰, 노동청과 국정원까지 참석하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시위를 엄단하려고 한다.

정부는 이길 수 없다

먹혀들 수가 없다. 운전면허를 다시 따게 해준다 해도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치솟는 기름값에 태안 자원봉사자를 실어 나르려던 버스마저 계약 파기를 선언하는 형국이다. 물대포와 전경 방패, 수배와 검거 또한 겪을 만큼 겪은 국민이다.

이런 '자잘한' 이유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생활상의 이유다. 국민이 가슴 답답해하고 분기를 감추지 못하는 건 정치문제도, 이념문제도 아니다. 모두가 생활상의 문제다. 건강과 환경과 장바구니의 문제다.

그래서 고립시킬 수가 없다. 시위 배후에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덧칠을 해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킬 수가 없다. 끊을 수가 없다. 국민 모두가 배후이자 적극 참가자인 상태에서 선량한 국민과 불온한 무리를 가를 수가 없다.

결코 이길 수 없는, 먼저 핸들을 꺾을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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