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 운영사 NHN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했다. 이를 근거로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NHN은 반발하고 있다.
징계 여부를 떠나 공정위의 조사로 불합리한 계약 관행이 해결됐다는 데 의의를 두는 의견도 제기된다.
NHN,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공정위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NHN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고 자회사를 부당지원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치로 감시가 실질적으로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NHN은 지난 2006년 5월부터 작년 3월까지 판도라티비 등 9개 손수제작물(UCC) 동영상 공급업체와 동영상 콘텐츠 목록자료(색인DB)를 제공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NHN은 자사의 검색결과로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동영상 서비스에 '동영상 상영 전 광고(선광고)'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동영상 제공업체는 네이버에서 유입된 동영상에 선광고를 싣지 못하게 됐다.
공정위는 NHN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인터넷 포털 서비스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UCC 동영상 업체의 수익을 제한하고 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편 공정위는 NHN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다. NHN이 임차한 빌딩 임차료보다 최대 45% 낮은 가격으로 자회사인 서치솔루션, NHN서비스와 임대차 계약을 맺어 부당하게 이득을 제공한 행위를 적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치솔루션은 지난 5년간 당기순이익의 8%, NHN서비스는 2년간 15%에 달하는 금액을 부당하게 지원받았다. 공정위는 NHN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27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검색'이 지배자 가르는 잣대"
NHN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 조치가 사실상 처음으로 네이버의 압도적 성장 추세에 제동을 걸게 된 셈이다. 공정위 스스로도 "이번 조치는 인터넷 포털 분야에서 경쟁법을 집행한 최초의 사례로, 앞으로 공정거래질서 확립과 중소콘텐츠 공급업체의 공정경쟁 기반을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 논리는 간단하다. 네이버가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 수준의 지배력을 갖고 있으니 시장지배자가 당연하다는 말이다. 그 근거로 공정위는 '양면 시장의 특성'을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시장은 특성상 이용자와 수익원 시장이 분리돼 있다. 이용자가 포털을 이용할 때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신 포털은 정보 제공 업체에서 수익을 얻는다. 특히 검색은 수익원의 핵심이다. 공정위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공정위 시장감시국의 김윤수 과장은 "시간이 갈수록 검색의 통합성이 강화되는 게 현재 추세"라며 "이에 따라 검색 광고와 배너 광고 등 검색서비스의 지배력에 의해 수익이 결정되므로 이 분야의 강자인 NHN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말했다.
시장지배력 수준은 기준 잣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네이버만 하더라도 어떤 조사에서는 70%가 넘는 지배력을 보인다고 하지만 40%대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공정위는 시장지배력 추정 요건으로 상위업체 점유율 합계 기준을 제시했다. 한 개의 사업자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거나 상위 3대 업체 합계가 75% 이상일 때 공동의 시장지배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2006년 매출액 기준으로 NHN의 매출액 점유율은 48.5%다. 상위 3대 업체(네이버,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합계 점유율은 80.8%로 기준 요건을 충족하지만, NHN만을 단독으로 보면 기준에 모자란 수치다. 반박의 여지가 있다.
김 과장은 이에 대해 "매출액 증가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며 "NHN의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지난 2004년 이후 해마다 10%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는 다른 사업자가 10%대 성장에 그칠 때 홀로 70% 가까이 성장해 이미 점유율 50%선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색쿼리 기준으로는 69.1%에 달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네이버 반발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NHN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발표 직후 곧바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NHN은 "인터넷 포털 시장은 진입장벽이 존재하지 않고 동태적인 특성을 지녔다"며 "세계적으로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NHN은 선광고 금지 결정에 대해서도 "업체들과 계약 진행 시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조건을 원칙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양면 시장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이용자가 집중된다고 해서 시장지배력이 강화된다는 것은 억지"라는 논리다. 특히 선광고 문제는 지난해 6월에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제공업체들은 네이버 눈치볼 수 밖에…"
그러나 NHN의 대응을 지켜보는 업계 관계자들은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자 대다수가 네이버 검색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애초에 갑을 관계가 성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UCC 제공업체는 NHN의 계약조건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2월 기준으로 UCC 업체 전체 방문자 중 네이버를 통해 방문한 비율(UV, Unique Visitor)이 61%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UCC업체 관계자는 "제공업체로서는 NHN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개선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광고 문제 역시 UCC 업체들의 대응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 관계자는 "UCC 업체들의 공정위 고발로 조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NHN이 화해하자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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