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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전, 박지성은 공격수 아닌 수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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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전, 박지성은 공격수 아닌 수비수였다

[프레시안 스포츠] 위협적 모습은 못 보여…맨유, 바르셀로나와 0-0 무승부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한국 축구는 많이 바뀌었다. 그 중 대표적인 부분은 공격수들의 수비가담 능력을 선수 평가의 중요한 잣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히딩크 감독 이후 부임한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도 이런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현대 축구의 한 가지 화두인 공격수들의 수비가담 능력을 평가할 때마다 박지성은 본보기가 됐다.

박지성의 수비가담 능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도 뛰어난 편이다. 24일(한국시간) 누 캄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박지성은 올 시즌 그 어느 경기보다 수비에 집중했다. 이 경기에서 사실상 그는 수비수였다. 맨유의 왼쪽 날개로 공격적인 모습을 거의 보이지 못했다. 전반 31분 루니의 크로스를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헤딩 슛 했던 것을 제외하면 공격일선에 나설 기회조차 거의 없었다.
▲ 24일 새벽(한국시간)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잠브로타와 볼을 다투는 박지성.ⓒ로이터=뉴시스

맨유는 이날 경기에서 수비에 집중했다. 기본적으로 원정 경기이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선수비 후역습'작전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맨유가 선호하는 4-3-3 시스템이 아닌 수비를 두텁게 하는 4-4-1-1시스템을 사용한 것도 퍼거슨 감독의 이런 의중을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호날두와 테베스를 공격 앞선에 세우고, 양 날개인 박지성과 웨인 루니는 사실상 맨유의 측면 수비수를 보좌하는 역할로 활용됐다. 날카로운 공격을 이끌기보다는 중원과 수비라인에서 '백병전'을 펼쳐야 했다. 박지성의 경우는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공격 라인인 메시와 잠브로타를 막는 데에 주력했다.

문제는 공격수들까지 투입한 맨유의 수비는 성공적이었지만 역습시에 공격 가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퍼거슨 감독도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듯 움직여야 할 선수들의 공수 전환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퍼거슨 감독은 "우리는 돌파가 너무 부족했고, 중원에서 볼 연결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 원인을 루니와 박지성의 역할 변화에서 찾았다. 맨유에서 가장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이는 두 선수가 수비에 집중하느라 공격에서는 특별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력지 <더 타임스>도 박지성에 대해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고 평가한 것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전반 3분 페널티 킥 기회를 잡았지만 오른발 슈팅이 빗나갔다. 그 뒤 바르셀로나는 아르헨티나의 신성 리오넬 메시와 골잡이 에투를 앞세워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맨유의 철저한 수비로 여러 차례 바르셀로나의 파상공세를 막아냈고, 0-0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 팀의 승부는 30일 맨유의 홈에서 펼쳐지는 2차전에서 결정나게 됐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원정경기 골은 매우 귀중하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가 30일 펼쳐질 맨유와의 원정경기에서 1-1의 무승부를 기록하면 바르셀로나가 결승 티켓을 따낸다. 두 팀의 1,2차전 합계는 1-1이 되지만 원정경기 다득점 승리 원칙에 따라 바르셀로나가 승리하게 된다는 의미다.

"앞으로 2~3일 동안 왜 우리가 이날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했는지 분석하겠다"고 말한 퍼거슨 감독은 30일 홈경기에 어떤 카드를 쓸지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24일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맨유의 공격적인 모습을 홈팬들 앞에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맨유 특유의 활화산 같은 전원 공격 전법을 팬들은 보기 원한다. 그렇다면 과연 30일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도 박지성은 출격할 수 있을까?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보다 더욱 공격적인 카드를 원한다면 나니를 기용할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반대로 수비가담 능력이 뛰어난 박지성을 쓰지 않는다면 맨유의 협력수비 전선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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