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카메룬의 올림픽 축구 운명 쥔 박지성과 에투
이탈리아, 카메룬, 온두라스 등 만만치 않은 상대와 같은 조에 편성된 올림픽 대표팀에도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3년 전 기억을 지우려는 박 감독도 이 부분은 마찬가지. 한국의 첫 상대는 '불굴의 사자들'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카메룬. 카메룬에 대비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아프리카 팀과의 평가전을 제일 먼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메룬은 지난 2월 막을 내린 2008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아프리카 올해의 축구선수 상을 3차례나 수상했던 골잡이 사무엘 에투가 있었다. 에투는 이 대회에서 5골을 몰아치며 네이션스컵 개인통산 최다골 기록(16골)을 세웠다. 아직 미정이지만 에투는 와일드 카드로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공산이 크다. 그는 유럽무대에서 카메룬을 대표하는 선수로 골을 넣는 능력에서 세계 최정상급이다. 에투는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도 75골을 넣었다. 이미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에투의 존재감은 카메룬에 매우 크다. 사실상 카메룬의 모든 작전은 에투의 발끝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룬에 에투가 있다면 한국에는 박지성이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소속팀 에인트호벤의 반대로 올림픽 참가가 무산됐던 박지성의 베이징 올림픽 출전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박 감독도 와일드 카드 1순위로 박지성을 생각하고 있다. 중원에서 박지성과 같은 무게감 있는 선수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박지성 자신도 올림픽 출전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미 2002년 월드컵부터 한국 대표팀이 '박지성의 팀'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합류 여부는 내심 8강이상의 성적을 꿈꾸고 있는 올림픽 팀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짙다.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협의가 중요한 이유다. 박 감독도 "협회차원에서 조만간 박지성의 올림픽 차출문제를 놓고 맨유와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은 올림픽 전초전
공교롭게도 맨유의 박지성과 바르셀로나의 에투는 24일과 30일(한국시간)에 펼쳐지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경기는 한국과 카메룬 간의 올림픽 축구 전초전이 될 수 있다. 박지성과 경쟁관계에 있는 나니가 부상에서 회복했기 때문에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출장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전적으로 이 부분은 맨유의 퍼거슨 감독의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홈 앤 어웨이로 펼쳐지는 이 두 차례 격돌에서 적어도 한 경기는 박지성의 몫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날두, 루니를 보좌해주는 역할 뿐 아니라 박지성의 수비가담 능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다양한 선수 조합으로 올 시즌 재미를 보고 있는 퍼거슨 감독에게 개인기가 뛰어난 나니, 풍부한 경험에다 날카로운 크로스를 구사하는 긱스, 그리고 팀 플레이에 능한 박지성이라는 3명의 윙 포워드 자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박지성에 비해 에투의 출장 가능성은 확실한 편. 바르셀로나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의 골잡이 에투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다. 아스날에서 이적했던 앙리가 자신의 포지션인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윙 플레이어로 뛸 수밖에 없었던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과 카메룬의 기싸움은 베이징이 아닌 유럽무대에서 먼저 시작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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