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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도 망했고 통합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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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도 망했고 통합도 망했다

[김종배의 it] 승자는 없다. 문제는 리더십

'분열하면 망한다.' 한나라당의 의석수가 이렇게 말한다. 180석이었어야 할 의석수가 153석으로 줄었다.

'통합해도 망한다.' 민주당의 의석수가 전하는 메시지도 같다. 몸집을 불려 체급을 키웠는데도 의석수는 152석에서 81석으로 반토막이 났다.

분열도 분열 나름이고 통합도 통합 나름이라고 경고한다. 양태가 아니라 성질이 중요하다고 웅변한다.

명분 없는 분열과 성찰 없는 통합

한나라당의 과반 턱걸이와 친박·무소속 연대의 약진을 연출한 곳은 영남이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인 영남이 분열을 용납하지 않았고, 주류세력의 인위적인 교체를 승인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몰락을 촉진한 곳은 수도권이다. 특히 민주당의 아성이자 중진들의 집결지였던 서울 동북부 벨트가 완전히 등을 돌렸다. 전통적 지지층이 통합을 추인하지 않은 것이다. 공학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동거를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 ⓒ뉴시스

분명하다. 핵심 문제는 같다. 리더십의 문제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독주식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다. 주류세력의 교체를 인정할 만한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힘을 앞세우는 독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판정한다. 분열은 명분없는 것이라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각 계파의 짬뽕식 리더십을 좋아하지 않는다. 통합의 절박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통합이 지향하는 바를 읽지 못한다. 그래서 판정한다. 통합은 반성과 개혁을 동반하지 않은 것이라고.

자명하다. 총선 이후도 리더십의 문제가 부상하게 돼 있다.

한나라당은 공존을 강제 받고 있다. 친박·무소속 연대의 복당을 허용하고 화합과 결속의 리더십을 보일 것을 요구 받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친박·무소속 연대의 복당을 허용하는 순간 지분을 내놔야 한다. 그와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이 흔들릴 수 있다. 몸뚱이는 하나지만 머리가 두 개가 된다. 당장 대운하에 대해 1당 2론이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은 성찰을 강요받고 있다.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간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한 성찰과 제1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역시 쉽지 않다. 이번 총선으로 오히려 당내 개혁그룹은 와해되다시피 했고 의석수는 현저히 줄었다. 선명화 작업의 추동력이 약화됐고 원내 투쟁 병력이 감소했다. 오히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 십상이다.

쉬어가는 길과 나아가는 길

한국의 정당정치가 그래 왔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시스템이 아니라 인물에서 찾곤 했다. 이번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핵심 문제가 리더십의 문제이니 오히려 인물에 의존하는 해법에 더욱 골몰할 가능성이 크다.

누구일까? 한나라당에서 공존의 리더십을 발휘할 간판이 누가 될까? 민주당에서 개혁의 리더십을 선보일 주자가 누가 될까?

여건은 좋지 않다. 이명박계의 핵심이 몰락했고 민주당의 지도그룹이 공멸했다. 리더십의 질을 논하는 게 사치일 정도다.

길은 두 갈래다. '궁즉통'의 반전을 연출하는 길이 하나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이치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진공상태에 빠졌을 때처럼 주도권을 잡기 쉬운 때가 없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길도 있다. 선거는 끝났고 조정은 쉽지 않으니 당분간 중립지대의 '핫바지'를 내세워 숨을 고르는 길이다. 괜히 일찍 나섰다가 정을 맞느니 암중모색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오래 걸릴 일은 아니다. 조만간 안개를 헤치고 이정표가 나타나게 돼 있다. 그에 따라 당도 길을 잡고 민심도 다시 길을 잡게 돼 있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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