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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조절능력 상실한 공룡,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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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조절능력 상실한 공룡, 삼성

[기고] <프레시안> 소송, 부메랑돼 삼성에 돌아갈 것

지금 삼성은 언론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비자금 의혹을 충실하게 취재해온 <한겨레>, <경향신문>을 상대로 광고 게재를 거부하는 '광고 탄압'을 해온 삼성이, 이제는 <프레시안>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에서 삼성이 승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삼성 법무실의 유능한 변호사들이 모를 리 없다. 이번 명예훼손 소송을 통해 삼성이 노리는 것은 이미 기사를 쓴 '<프레시안>에 대한 응징'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유사한 비판 기사를 쓸 다른 언론에 대한 '사전 경고'일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피소를 당해본 사람은 안다. 소송이 종료되기 전까지 얼마나 큰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지.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소송은 제기만으로도 충분한 경고의 수단이 된다.' 삼성의 엘리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삼성이 언론에게 '채찍'만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삼성은 '당근'도 준다. 경제개혁연대가 얼마 전 발표한 한 보고서(<재벌의 언론 지배에 대한 2차 보고서 : 재벌의 시대, 기로에 선 한국 언론>)에 따르면 삼성은 TV, 신문 등 4대 매체에 평균적으로 하루에 7억2000만 원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 액수를 1년으로 환산하면 2634억 원이고, 이는 4대 매체 전체 광고시장의 5.7%에 해당한다.
▲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한 직원이 내부 사진촬영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삼성 입장에서는 기업 경영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광고비를 '당근'으로 보는 것은 악의적 왜곡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럼 다른 예를 들어보자. 경제개혁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언론재단은 매년 약 4억 원(1인당 약 4000만 원, 매해 수혜자 10여 명) 정도를 언론인 해외 연수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돈을 수혜한 언론인은 해외에 나가 무슨 공부를 하고 있을까? 삼성언론재단 홈페이지에 그 해답이 있다. '포틀랜드의 추억', '블루밍턴이여 안녕, 단꿈이여 안녕', '꿈꾸다 만 전원 생활', ' 만학도가 된 채플힐 1년'…. 1년 동안 연수를 다녀온 기자들이 '해외연수기'란 이름으로 올린 글들의 제목이다. 굳이 자세히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들의 연수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삼성은 언론을 기본적으로 당근과 채찍으로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이는 삼성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가까이는 지난 2007년 2월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삼성전자의 홍보 전략 문건에서부터, 멀게는 <삼성60년사>에 실린 중앙일보의 설립 역사에 이르기까지, 삼성의 언론관은 일관된다. '도구적 언론관'이 그것이다.

<삼성 60년사>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 1960년대 초 두 차례의 사회적 대변혁을 겪으며 선대 회장(이병철 회장)은 기업을 통한 사업보국이라는 평소의 신념에 흔들림이 있어 한때 정계투신을 결심하기도 하였다. (…) 현실은 이런 기업인의 사회적 공헌이 전적으로 무시되고 오히려 정치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선대회장은 정치의 길로 나서지 않았다. 정치란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목적이며, 정치가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나갈 때 그것을 막고 유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언론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삼성 60년사>, 82쪽)


여기서 언급된 '정치적 희생양'이란 것은 이병철 회장이 자유당 정부 시절 불법 정치 자금 제공, 국유 재산 부정 불하, 세금 포탈 혐의로 5·16 군사정부에서 조사를 받은 것을 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그룹은 이승만 정권시절부터 이후의 거의 모든 정권에 가장 많은 정치 자금을 제공하였고,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불법적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고려하면 총수일가는 언제나 사법 처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삼성그룹이 언론을 정치권력과 사법부로부터 그룹을 지켜주는 '방패'로 인식하여 언론을 늘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동원하려는 것은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삼성의 이러한 왜곡된 언론관이 삼성그룹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난관을 해쳐나가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개인적으로 만난 삼성인들은 삼성 에버랜드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을지는 몰라도 불법은 없다"고 말해왔다. 1심 판결이 유죄로 나자 "두고 봐라, 항소심에서 뒤집어 진다"는 것으로 바뀌었고, 믿었던 항소심 판결마저 유죄 판결로 끝나자 이는 "그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도 관심을 갖냐, 에버랜드 이후로는 불법 행위는 없다"로 바뀌었다.

어디 이뿐인가?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한 삼성의 광고 탄압을 두고 삼성 측은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광고주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하고 있고, 태안 기름 유출을 놓고는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다라고 말했으며,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계좌 주장은 "당사자 간에 합의가 있었는데 그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금융실명제법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모든 말들이 그 자체로 보면 틀린 얘기가 아니다. 정말 삼성의 말대로 광고 탄압이 아니라 광고주의 순수한 판단일 수도 있고, 태안 기름 유출은 법적으로는 책임을 질 것이 없으며, 차명계좌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현행 법을 위반할 수 없어 못 밝힌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논리와 자금력을 앞세워 언론을 관리하고 여론을 통제하면서, 삼성은 내부의 상처를 덮어왔고 그 상처가 덧나 이제는 외부의 수술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중환자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심각한 사실은 삼성이 여전히 자신의 병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자각하지 못한 채 과거의 잘못된 방법에 너무 손쉽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삼성에게는 스스로 자기의 잘못을 교정할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참여연대가 삼성의 변칙 증여를 문제 삼아 과세를 요구하고 법학 교수들이 고발했을 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항변할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을 시인했어야 했다. 'X 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 삼성은 가처분으로 문화방송(MBC)의 입을 막는 선택을 하는 대신 과거를 반성해야 했으며, 김용철 변호사의 공익제보가 나왔을 때 '김용철 변호사의 자질'을 들먹일 것이 아니라 진실을 고백했어야 했다.

이번에도 과거처럼 로비와 소송으로, 그리고 여론 통제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거나 심지어는 돌파 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삼성 내부의 오판이 오늘날 삼성을 만신창이로 만든 주범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프레시안>의 입을 막으려고 제기한 삼성의 10억 원 짜리 소송, 그것은 결국 삼성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위기를 실체로 인식하지 못한 채 힘만을 사용하여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거대 삼성의 오만함이 삼성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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