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2008 경제점검회의'에서 "우리가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얘기해봤자 말짱 헛방 아니냐"고 불쾌감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 착석하자마자 "전망은 내가 들으면 뭐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권 부총리가 "대외여건에서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리해 보는 의미도 있다"고 진행하려 했으나 노 대통령은 거듭 "안 하려니까 사보타주하고 게으름을 부리는 것 같고, 하려니까 계속 정책을 안 할 사람이 보고를 받으려니까 좀 이상하고 그렇다"며 마뜩치 않은 반응을 보인 뒤 "공부나 합시다"라고 회의를 시작했다.
시큰둥하기는 권 부총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회의 시작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1가구1주택 양도소득세 조기 인하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천호선 홍보수석은 정례브리핑에서 "경제점검회의는 매년 초 정례적으로 개최되어 온 회의"라고 회의 성격을 설명했다. 권력교체 기간 중이기는 하지만 안하면 직무유기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불거진 신구 권력 간 갈등상이 노출되는 와중에 보인 노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적절치 않다는 평가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면 물가와 경상수지에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인 측이 올해 목표치로 제시한 6% 전망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는 한덕수 총리가 불참한 가운데 권 부총리와 기획예산처 장관, 금감위원장, 무역협회장, 한은 부총재, 한국개발연구원장 등과 청와대 참모들만 모습을 보인 '소규모'로 진행돼 '물러나는 정부'를 절감케 했다.
지난해엔 국무총리를 포함해 경제부총리, 경제관련 부처장관, 재계 대표, 경제단체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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