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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비대위' 출범 무산…분당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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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비대위' 출범 무산…분당 전주곡

민노, '종북주의' 논쟁 속 제 갈길 모색

민주노동당이 대선패배 후유증 극복과 당 혁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실패했다.

비대위 구성을 위해 소집된 29일 민노당 중앙위원회는 30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난상토론만 벌인 채 아무런 성과 없이 산회됐다. 자주파의 '기득권 고수'와 평등파의 '종북주의 척결'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결과다. '식물 지도부'가 된 현 최고위원회는 30일 사퇴하고 천영세 의원단대표를 대표직무대행으로 추천키로 했다.

이로써 민노당 회생의 '마지막 비상구'로 여겨졌던 '심상정 비대위'는 출범도 못하고 유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임시 지도부인 천영세 대표직무대행 체제를 띄워 냉각기를 가진 뒤 조만간 임시당대회를 소집해 추후 당의 진로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평등파 일각에서 물꼬를 튼 '분당론'이 오히려 거세질 조짐이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진보 진영마저 쪼개지는 초유의 정치지형이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종북주의'-'비대위 권한' 이견만 확인
▲ ⓒ뉴시스

이날 성남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잇따라 열린 민노당 확대간부회의와 중앙위는 자주파와 평등파 사이의 심각한 갈등만 확인하고 끝났다.

논란은 두 갈래로 전개됐다. 그동안 당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자주파의 '종북주의' 논쟁과 비대위의 권한 문제다.

평등파는 심상정 비대위에 총선 비례대표 추천권과 당의 노선 정리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할 것을 주장했다. 당 대변인을 지낸 김형탁 중앙위원(평등파 최대 정파인 '전진' 소속)이 현장발의한 안은 이를 잘 보여준다. △종북주의, 패권주의 청산 △당 쇄신안의 임시당대회 제출 △비대위에 비례대표 추천권을 포함한 당규개정권 등 중앙위 권한의 전면 위임 등이 비대위 구성 방안의 골자.

자주파는 이를 당원들의 선출권을 제약하는 당헌 위반 사항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종북주의 역시 용어가 부적절하고 '청산'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문제제기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안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뉘앙스였다.

접점을 찾지 못한 양측의 대립이 길어지자 민노당은 밤 10시경 중앙위를 정회하고 확대간부회의를 재소집해 절충을 시도했다. 2시간여의 회의 끝에 나온 절충안은 △18대 총선에 한해 전략공천 확대 △비대위에 최고위 권한 위임 등이다.

그러나 속개된 중앙위에선 이 역시 평등파가 거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종북주의 청산' 등이 누락됐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문성현 대표가 새벽 3시 경 "표결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산회하고 확대간부 회의를 통해 이후 상황과 일정을 논의키로 하겠다"며 산회를 선포해 비대위 구성은 무산됐다. 이날 중앙위에 제출된 모든 안도 폐기됐다.

분당으로 가나

당 진로의 분수령이었던 이날 중앙위가 맥없이 무산되면서 민노당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만간 천영세 직무대행 체제를 중심으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여는 방안이 유력하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빠른 시일 안에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대의원대회에서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비대위 구성의 길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지만 비대위의 권한과 종북주의 논쟁 등이 해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심상정 의원은 전략적 공천을 확대하는 등의 확대간부회의 절충안까지는 수용가능하다는 입장으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자주파의 대표 격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전략공천 확대 및 정파 대표의 비례대표 불출마 선언 압박에 대해 "느닷없이 총선 불출마를 이야기 하는 것은 보수정당이 정적을 제거할 때 쓰는 수법이다. 상대를 인적청산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비대위에 대한 양측의 절충점이 도출되지 않는 한 민노당은 비대위 구성보다는 내년 5월로 예정된 당직선거를 앞당기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김선동 총장도 조기 당직선거에 대해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열어뒀다.

하지만 당 대표 등 선출직 인사를 뽑는 당직선거를 조기에 실시하는 방안은 정파간 대립이 극도로 가열될 수밖에 없어 분당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진다.

가뜩이나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손호철 서강대 교수 등이 분당을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며 당 밖 여론을 주도하고 있고, 중앙위 무산을 거치며 평등파 진영에서 '분당론 쏠림' 현상이 가중된 마당에 조기 당직선거 분위기로 접어들 경우 민노당은 급속하게 분당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대선이 끝나자마자 분당을 하자고 주장하고, 한축에선 종북주의를 문제제기하고, 또 다른 한축에선 총선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 하나로 겹쳐지면서 과연 당을 단결하려고 하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분당 명분쌓기가 아닌가 싶다"고 평등파 진영을 비판했다.

심상정 의원은 "안티자주파를 중심내용으로 하는 분당론은 한계가 있다. 내 견해와는 차이가 있다"고 거리를 뒀으나 "지금의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 정치는 여러 가지 동기에 의해 다양한 형태가 나타날 수 있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민노당 7년 만의 최대 위기다. 당 내부의 과감한 혁신과 더불어 진보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 주체형성까지 포괄하는 과정을 매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 혁신을 위해 "성실한 과정"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뜻이지만 그의 말대로 민노당의 상황은 위험수위를 훌쩍 넘어선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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