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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키우기' 대 '밥그릇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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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키우기' 대 '밥그릇 챙기기'

[분석] 이대로 가면 총선도 '보수 압승'

내년 4월 총선도 보수의 압승으로 귀결될 것인가?

2007년 대선에서 범보수(이명박+이회창) 진영은 63.8%를 득표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보수진영의 고민이 '파이 키우기'인 데 반해 범여권은 저마다 총선용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고 진보진영인 민주노동당은 5석 바라보기도 난망한 처지가 됐다.

이대로 가면 진보개혁진영은 지방권력, 행정권력에 이어 의회권력마저 차례로 넘겨주고 재기의 토양을 상실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견상 내년 총선에선 '견제론'과 '안정론'이 부딪힐 수 있지만, 진보개혁진영이 빠른 시일 내에 '대안세력'으로서 존재가치를 입증해 내지 못하면 1개의 거대정당과 군소정당의 합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당 체제'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보수의 분열'? '보수의 확대'?

한나라당은 대선 막판까지 이회창 전 총재를 공격하며 '원대복귀'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선이 끝난 뒤엔 '이회창 누르기' 시도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정치컨설팅 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한나라당에 사람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어서 이회창, 심대평 씨가 온다고 해도 받아들여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세력을 받아들일 경우 공천 지분을 떼어줄 수밖에 없어 내분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의 존재가 구보수와 신보수 사이의 차별화를 용이하게 하면서도 범보수 우위의 상황을 유지하도록 하는 호재로 보는 듯하다.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이 '탈이념-실용주의'를 기치로 중원을 장악하고 '이회창 신당'이 구보수의 뒷문을 지키는 일종의 역할분담이다.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등은 이런 이유로 이회창 전 총재의 독자행보를 '보수의 분열'이 아닌 '보수의 확대'로 본다. 이 당선자와 한나라당의 입장에선 장래성이 많지 않은 이회창 신당의 단기적 활용가치를 계산해볼 법한 대목이다.
▲ ⓒ뉴시스

무엇보다 이회창 세력과 분화된 상태에서 총선을 치름으로써 '거여 견제론'의 빌미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대선 때 이 전 총재가 얻은 15%는 개인이 흡수한 지지가 대부분이어서 총선에서 그대로 유지되기도 쉽지 않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이회창 전 총재의 정치실험은 실패로 끝난 것"이라며 "대선도 끝난 마당에 이회창 당의 존립 근거가 생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험한 도박'임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는 이런 방향에 적극 조응하고 있다. 그는 "좌파의 재부상 차단"을 목적으로 "보수세력 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 쇄신하는 것은 보수의 외연확대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전 총재의 신당 구상은 박근혜 전 대표 등 우파 성향의 한나라당 분파까지 끌어들여 보수 경쟁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시나리오까지 포함된다. 최근 한나라당이 당권-대권 분리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의 싹이 엿보인 게 내년 초 공천 과정에서 분란의 소지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보수 내전'의 핵심은 박근혜 전 대표의 거취로 모아지지만, 현 상황에선 이명박 당선자와 박 전 대표가 총선 전에 갈라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러모로 서로에게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김형준 교수는 "(당권 선거가 있는) 내년 7월까지는 당권대권 분리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범여권, 절박감이 없다"

범여권의 중심축인 대통합민주신당은 공황 상태다. 총선에서 '견제론'이 작용하기 위해선 이들이 대안세력으로 변신하는 게 요체다. 새로운 리더십의 구축, 인적 쇄신, 정체성 쇄신이 필수과제다.

2002년 대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이 박근혜라는 새로운 리더십과 공천 물갈이로 2004년 총선을 돌파한 전례가 모범답안이다. 그러나 신당의 최근 행보에 대해선 "아직도 왜 졌는지를 모른다. 유권자들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박성민 대표)는 지적이 적확해 보인다.

우선 리더십이 실종됐다. 정동영 전 의장은 상당기간 2선후퇴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의 새 얼굴은 경선을 해서 뽑거나 합의추대 하는 방안이 나오지만, 어느 쪽이든 계파별 '총선 공천' 득실에 따른 주장이다.

당권 후보로 거론되는 강금실 전 장관, 손학규 전 지사, 김한길 의원,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 등에 대해서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다. 김형준 교수는 "거론되는 사람들이 2004년의 박근혜 모델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일축했다.

노선과 정체성 정비도 요원해 보인다. 24일 신당 의원총회에선 백가쟁명식 주장이 쏟아졌지만 '노무현 탓'이라는 책임회피적 발언이 주를 이었다.

이에 대해 박성민 대표는 "친노를 쳐내고 호남을 중심으로 가면 된다고 하는데 노무현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하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DJ의 과를 정확하게 평가해 두 사람을 뛰어넘는 리더십과 정체성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그걸 보여주지 못해 실패한 게 간과돼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형준 교수는 "대선을 통해 정동영 체제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된 게 아니냐"며 "신당은 내부에서 정동영계가 욕심을 부리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한 "지금은 신당에서 어떠한 절박감도 보이지 않는다"며 "기득권을 완전히 버려야 하는데 어느 세력도 그럴 각오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신당이 대선에서 실패한 범여권 통합을 주도할 만한 구심점이 될 가능성도 많지 않아 보인다. 김 교수는 "범여권 전열정비의 관건은 흩어진 신당과 창조한국당 민주당이 하나가 되느냐이지만 이를 만들어낼 리더십이 생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87년 대선과 88년 총선이 지금과 주기가 비슷해 비교되지만 당시는 3김이라는 카리스마와 강력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여소야대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지금 범여권은 어떤 장점도 갖추지 못해 자칫하면 총선을 통해 1.5당 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BK 특검법'이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박성민 대표는 "BBK 때문에 범여권이 선거에서 진 게 아니다. 또다시 BBK에 매달리면 바둑이 끝났는데 돌을 던지지 않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형준 교수도 "BBK 특검법이 범여권의 독약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노, 분당론까지 수면 위로

진보 블록에선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대선 참패 뒤 민노당 내부의 흐름은 크게 '단결론', '재창당론', '분당론'으로 나뉘어져있다.

자주파 진영이 주도하는 '단결론'은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된 모습으로 비쳐져선 안된다는 논리다. 김창현 공동선대본부장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이라는 큰 싸움이 눈앞에 있는 만큼 내부 단결을 기할 수 있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분열을 꾀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코리아연방공화국 등 권영길 후보의 전략적 오판을 주도한 자주파 진영을 분명하게 문책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엄존한다. '백의종군'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밝히고 물러나 있는 권영길 의원에 대해선 정계은퇴 압박이 더욱 거세졌고 정파 수장들에게도 총선 비례대표 불출마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주도하는 '재창당론'은 비교적 온건한 편이다. 이들은 비단 대선 전략뿐만 아니라 친북적 노선이 주도해 온 지난 3~4년 간의 활동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가 불가피하지만 분당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그러나 평등계의 최대 정파인 '전진'은 22일 중앙위원회, 23일 임시총회를 잇따라 열고 "현재의 민노당으로서는 진보정당 운동을 이끌고 나갈 수 없으며 당원과 국민에게 외면당할 뿐"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전진' 일각에선 아예 당을 깨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당론도 나왔다. 그러나 이들은 일단 △현 지도부 사퇴 및 비대위 구성 △임시 당대회 소집 등을 당 쇄신 방안으로 내놓고 수용 여부를 지켜본 뒤 입장을 다시 정리하기로 미뤄뒀다.

진보적 성향의 정치학자인 손호철 서강대 교수도 당의 전면적 쇄신을 주문하며 "친북적인 자주파가 당내 다수파라는 현실로 인해 개혁이 힘들다면 이번 기회에 친북적 조선노동당과 그렇지 않는 민주노동당이 갈라서야 한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 같은 민노당의 차세대 지도자들이 중요하다"며 최악의 경우 분당까지 감수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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