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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총선 궤멸' 자초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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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총선 궤멸' 자초하려나?

[분석] 대선 참패한 '대선용 정당'의 운명

대선 패배 후폭풍에 휘말린 대통합민주신당이 갈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국회의석 3분의 1, 100석) 확보마저 실패할 수 있다는 '궤멸론'이 파다하다. 그럼에도 계파 난립이라는 구조적 악조건 속에 무너진 구심력 세우기가 여의치 않고, 친노-반노 갈등이라는 해묵은 논쟁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선용 정당'의 한계 드러내

21일 <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장영달 의원은 총선 궤멸론에 대해 "그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개헌 저지선 확보)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긴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전부터 등장했던 '총선 궤멸론'은 한나라당이 대선은 물론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석의 200석(3분의 2) 이상을 독식하는 가공할 만한 상황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다분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와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패배가 대선 결과로 확인되면서 위기감의 내용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서울과 경기 등에서 이 당선자가 과반을 넘는 지지를 얻은 반면, 정동영 후보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충청권에서도 전국 득표율(26.1%)을 밑돌자 비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긴장감이 대단히 높아졌다. 특히 서울은 25개 지역 대부분에서 이 당선자는 정 후보를 두 배에 가까운 표차로 눌렀다.
▲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산동 대통합민주신당 중앙당사에서 정동영 대선후보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선대위원장들과 함께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한다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위기는 이처럼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애당초 정동영계, 김근태계, 손학규계, 친노계, 민주당계, 시민사회계 등 6개 계파가 대선용으로 급하게 합체된 탓에 이를 아우를 만한 리더십을 세우기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오충일 대표가 20일 대변인을 통해 사의를 표하고 강원도로 내려간 것에 대해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앞선다. 오 대표가 빠진 가운데 21일 오전과 오후 잇따라 열린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선 오 대표를 질타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책임 지고자 하는 충정은 알겠지만 그냥 물러나는 것만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고, 김효석 원내대표는 "오 대표는 바로 복귀해서 우리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규성 대표비서실장도 "향후 절차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해놓지 않고 이렇게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진정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상식적으로 볼 때 원내 1당의 대표라면 적어도 진퇴는 본인이 밝혀야 한다"며 "22일 오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다시 연석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단 오 대표도 김효석 원내대표와 전화통화를 갖고 회의 참석을 약속했다.

친노-반노 갈등 재점화…'당 쇄신' 요원

그러나 자신의 남은 역할마저 포기한 듯한 오 대표가 구심 노릇을 하기는 역부족이고, 내년 1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될 수 있을지도 매우 불확실하다.

당장 이날 회의에선 현 지도부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에 대해서조차 갈피를 잡지 못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대선 결과가) 너무 엄청나서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책임질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주말에 지도부 및 의원 워크숍이라도 열자"(김상희 최고위원), "대선 참패 원인에 대한 분석을 외부에 용역이라도 주자"(김덕규 상임고문) 등 중구난방식 제안도 나왔다.

뚜렷한 결론은 나지 않았으나 정세균 상임고문은 "최고위원회의가 결합된 임시지도부를 세워 전당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고, 문희상 상임고문도 최고위원과 상임고문, 당내 경선 본선진출자를 대상으로 연석회의를 구성해 전당대회를 준비하자고 거들었다.

이처럼 지도부마저 사실상 붕괴된 틈을 타 대선 패배 책임론은 친노 배제론으로 급속하게 쏠리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열린우리당과 신당이 모색했던 편의적인 탈색론이 또다시 등장한 셈이다.

문학진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에 출연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들, 예컨대 당 의장을 했거나 각료, 총리를 한 분들이 당의 리더십으로 다시 나오면 '그 사람이 그 사람 아닌가. 바뀐 게 뭐 있느냐'고 신뢰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책임을 느껴야 할 분들은 뒤로 빠져야 된다"고 말했다.

김종현 사무부총장도 "열린우리당 지도부나 참여정부에 동참했던 분들은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자는 제안이지만, 사실상 신당에서 '노무현 색깔'을 빼자는 주장이나 다름 아니다. 반노 진영은 대선 패배의 원인과 관련해서도 노무현 정부 실정론에 포커스를 두고 친노 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문학진 의원은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증오에 가까운 정서를 많이 느꼈다"며 "정동영 후보가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노동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친노 세력이 자진해서 당을 나가 청와대 출신 인사들과 함께 독자세력화를 해줬으면 하는 눈치까지 있다.

그러나 친노계의 이화영 의원은 "대선 패배를 전 정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김대중 정권도 어려웠지만 노 대통령은 자산과 부채를 다 계승하겠다고 하면서 일관된 노선으로 승리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대선 패배가 '노무현 탓'만은 아니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국민적인 반노 정서가 대선 패배의 일차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워 친노계는 일단 몸을 낮춘 채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통해 장기전을 모색할 태세다. 내년 1월 전당대회가 새로운 리더십 구축의 장이 되기가 불가능한 만큼 6개 계파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지도체제가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반노진영도 집단지도체제 자체에 대해선 불가피성을 인정하지만 적어도 친노는 제외돼야 한다는 점에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의 경중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식이건 계파 안배형 집단지도체제는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는 장애가 되는 구조다. '무지개 정당'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고, 달라진 노선과 정체성 구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면적 당 쇄신이 애당초 불가능한 길이다.

결국 신당은 '총선 궤멸론'에 대한 위기감은 만연해 있으되 '지도력 붕괴→친노-반노 책임 떠넘기기→집단지도체제 도입을 통한 어정쩡한 봉합→총선 공천을 둘러싼 계파갈등→총선 패배'로 가는 악순환의 레일을 다시 깔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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