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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승자', 박근혜-김근태-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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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승자', 박근혜-김근태-심상정

2007 대선의 '주연급 조연'들

이번 대선에선 '주연급 조연'들이 유독 눈에 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 다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되찾은 '보수 전성기'에 그가 주연 노릇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별다른 이견은 없다.

참패한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에선 김근태 의원과 심상정 의원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이들이 중도개혁 세력이 자기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을지, 고사 위기에 내몰린 민노당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박근혜, '보수의 강철 여인'으로

19일 오후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의 주소지인 대구 달성구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주민들과 지지자 100여 명이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박근혜'를 연호하며 "5년 뒤 대통령이 돼 달라"고 열성적인 지지를 보냈다.

'기호 13번 대선후보'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을 거치며 한나라당의 확고한 차기 주자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비록 이번 대선에선 분루를 삼켰으나 정치인으로서는 상종가를 쳤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 전날 박 전 대표에게 "그동안 열심히 일해줘서 감사하다"며 직접 전화를 걸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그의 삼성동 자택으로 세 번이나 찾아가는 '삼고초려'의 노력을 기울였다. 단지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뿐만이 아니라 '분열된 보수' 진로가 그의 손아귀에 달려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이다.
▲ ⓒ뉴시스

그의 이같은 위상은 고비를 극복한 '과정'을 통해 다져진 것이기에 의미부여할 만하다. 실질적인 대선 결승전이었던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그는 무서운 권력의지를 보였음에도 결과 앞에 '아름다운 승복'으로 매듭했다. '원칙'에 대한 자신의 약속대로 대선전에서 전국을 누비며 "이명박으로 정권교체 해달라"고 호소했다. '수첩공주', '박정희 후광' 등 박 전 대표에게 따라붙었던 부정적 이미지는 이 과정에서 상당히 해소됐다.

범여권 인사들도 그의 '외유내강'의 리더십을 인정했다. 심지어 민주노동당에서도 "정당정치의 교과서"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정치력과 권력의지, 리더십을 두루 인정받은 차기주자의 반열에 올랐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그의 앞길이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는 확연히 균형관계가 깨진 이명박 당선자와의 관계가 그렇다. 박 전 대표에게 여전히 엿보이는 강경 보수 노선과 이 당선자의 중도실용 노선은 언제든지 충돌할 개연성이 많다. 당 밖에선 이회창 진영이 그런 박 전 대표의 합류를 노린다. 박 전 대표가 분열한 보수의 시류에 출렁일지, '보수 전성기'의 구심으로 등장할지는 오로지 그의 몫으로 남아있다.

김근태의 밀알은 싹을 틔울까?

김근태 의원이 지난 6월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국회 정론관. 그를 오랜 시간 보좌해 온 참모들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정동영 후보와 함께 범여권의 양대 주주이자 대선주자였던 그가 '대통합의 밀알'을 자처하며 백의종군의 회견문을 읽어 내릴 때 좌중은 숙연했다.

적어도 그 진영에선 '김근태 정신'이란 말이 생겨났다. '도덕적 권위'를 부여받았다. 야박하게는 "대선 전망이 보이지 않자 가장 유리한 다른 길을 택한 정치적 행위"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모두들 말로만 '기득권 포기'를 외칠 때 실제로 밀알이 된 이는 김근태뿐이었다.

물론 그의 대통합 구상은 실패로 귀결됐다. 범여권은 세 갈래로 쪼개져 대선을 치렀다. 이제부터 전개될 통합과 분열의 공학은 대선 전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건들이 김근태 의원에게 대권 도전의 기회를 다시 부여할지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그의 역할이 주목받는 건 다른 이유에서다. 영미식 신자유주의를 경계한 그의 노선은 한미 FTA 반대 단식 농성으로 이어졌다. 반향을 얻지는 못했으나 그의 '뉴딜' 역시 자유주의 세력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인 노선이었다. 이는 자칭 민주개혁 세력이 민주-반민주, 개혁-반개혁이라는 낡은 구도에서 벗어나 먹고 사는 문제로 자기 정립을 시도한 거의 유일한 시도였다.

이에 따라 소위 '민주개혁진영'을 자칭한 세력의 정체성 정비 과정에서 김근태의 재기 여부는 대단히 중요한 요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질적으로 다른 개혁적 노선을 견지한 세력으로 범여권이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한 지표라는 의미에서다.

과연 '김근태의 밀알'은 뒤늦게나마 싹을 틔울 수 있을까? 그가 이번 대선의 또다른 승자인지 여부는 여기에 달렸다.

민노당의 헤로인, 심상정

제도권 내의 '진짜 진보' 민주노동당도 위기를 맞았다. 세 번의 대선 도전기에서 민노당과 권영길 후보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내년 총선에서 5석이나 건지면 다행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이와 연동돼 있다.

지난 9월 민노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뒤부터 이런 결과는 예상됐었다. 당 밖에서 더욱 큰 관심을 모은 '심(상정) 바람'이 당내 주류의 지원사격을 받은 권영길 후보 앞에서 끝내 무릎을 꿇었을 때 민노당은 변화와 동떨어진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 당심이 민심을 왜곡한 결과였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은 민노당의 확실한 차세대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그에 대한 평가는 "의정활동 잘 하는 촉망받는 국회의원"에서 "박근혜에 비교할 만한 진보정당의 여성 리더"로 발돋움했다. '경제'와 '여성'이라는 소구력 있는 장점도 갖췄다.

한미 FTA와 삼성 비자금 파문 등 굵직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가 전진배치 됐다. 문국현 후보가 출현해 민노당을 위협할 때도 권영길, 노회찬 의원보다는 심 의원이 '맞수'로 거론됐다.

하지만 심 의원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 역시 내년 총선에 달렸다. 대선에서 참패한 악조건, 갈등이 뻔한 민노당의 내부여건 등을 딛고 18대 국회에 재선의원으로 귀환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그는 최근 유시민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 덕양갑에 터를 잡았다.

당 일각에선 그가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에 재입성해 당권까지 거머쥐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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