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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위해 이명박 지지한다'고요?

[기자의 눈] 한국노총 뒷줄에 선 민주노총 전ㆍ현직 간부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노동계도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이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에 대한 안팎의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엔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 전·현직 간부들이 이명박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이미 수구세력에 줄서기를 했던 인물들로 노동운동을 포기한 사람들"이라며 평가 절하했지만 논란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직뿐 아니라 현직 간부들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선언에 대해 "노동자 조직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조합원과 전체 노동자를 우롱하고 모독한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이명박과 한국노총의 '이상한' 연대)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747명 "이명박 지지" 선언
▲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등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는 전·현직 민주노총 간부들의 얼굴이 보였다.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권용목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오종쇄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 양건모 전 전국병원노련 위원장, 반치호 대우조선노조 부위원장, 한기은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 위원장, 이동걸 전 한국통신노조 위원장 등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747명의 민주노총 전·현직 인사들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실질적 경제성장과 일자리 확대이며 이를 이룰 수 있는 리더는 이명박 후보"라며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 후보에 대해 이들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이며 노동자의 성공을 이루어낼 후보"라고 평가하며 "(이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이전부터 현대기업과 서울지하철에서 이명박 후보와 노사교섭을 한 경험이 있고 이명박 후보가 조직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관리하는지를 경험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지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또 "87년 이후 민주노총의 투쟁은 독재정치에 항거하기 위한 민주화 투쟁이요, 노동자를 천대하는 사회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투쟁이었다"면서도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과거의 투쟁적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의 민주노총을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수구세력에 줄서기 했던 인물"이라지만…

이들의 지지선언은 지난 4월 한나라당이 당내 기구로 설치한 노동위원회(위원장 배일도 의원)와 뉴라이트 신노동연합(대표 권용목)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이들의 이명박 지지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구세력에 줄서기를 했던 인물들로 민주노총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의 이름을 판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적임자가 이명박?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개인 소신의 문제다. 총투표에서 1위를 한 후보를 전 조직이 통째로 지지하기로 한 한국노총의 지지 선언과 과거에 민주노총 간부였거나 현재 간부인 몇몇 인사들의 지지 선언은 그 무게와 파급력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지지선언문을 읽다 한 가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 지지 선언문에서 "이제 노동조합을 만들 여력이 있는 일부 소수 노동자에게 임금을 얼마나 더 줄 것인가를 위해 투쟁하는 분배주의 중심의 노동운동은 끝나야 한다"고 했다.

노동조합을 만들 여력이 있는 일부 소수 노동자란 일각에서 비판하는 소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위한 노동운동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들은 또 "앞으로의 노동운동은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 실업자 등 모든 노동자의 이익을 추구하고 노동운동의 결과물이 사회전반에 환원되는 현장 중심의 생산적 패러다임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시각, 코스콤, 기륭전자, 이랜드 등 이들이 보듬어 안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비정규직 노동자 80여 명은 "대선 후보들은 양극화는 시장에 맡겨 놓으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망상에 빠져 6%니 7%니 하며 성장률 경쟁 숫자놀음에만 정신이 팔려 있지만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라며 '버스 순회'를 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 : '경제'가 문제라면서 '비정규직'은 외면한 대선)

듣기 좋은 경제성장률 공약이 아니라 비정규직법으로 거리로 쫓겨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 파업을 벌이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터를 되돌려 줄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힘 없는' 절규였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일부 소수 노동자의 임금"을 위한 노동운동을 넘어 '경제 선거'에서조차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적임자가 과연 대선 후보들 가운데 가장 '반노동조합적'이라고 분류되는 이명박 후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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