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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부터 파병철회 촛불 밝히겠다"

파병반대국민행동 "언론, 이라크포로 고문 외면 말라"

미군의 이라크 포로에 대한 성고문-학대로 전세계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국내 3백51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이라크 전쟁의 부도덕성에 반대하고 한국군 파병철회에 동의하는 각계 인사들이 '1만인 시국선언'을 한 뒤 오는 14일부터 탄핵철회 촛불집회에 버금가는 범국민 주말 촛불집회를 갖기로 했다.

이같은 시민단체들의 본격적 파병철회운동은 오는 13일께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포로학대는 미점령군의 본질 드러내"**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서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계의 총 1만5백71명의 지도급인사 서명을 받은'이라크 파병철회 각계인사 1만인 시국선언'을 발표한 뒤 '범국민청원운동'을 선포했다.

'1만인 시국선언'은 지난달 14일, 김중배(언론인), 리영희(한양대 명예교수), 박상증(참여연대 공동대표), 박찬욱(영화감독) 등 1백42명의 사회지도 인사들이 '이라크파병철회 1만인시국선언 발기인대회'를 연 이래 20일만에 거둔 성과다.

<사진1>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먼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폭로된 이라크군 포로에 대해 자행된 성폭행 등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규탄발언으로 시작했다.

정현백 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일반적으로 성폭력은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르는 범죄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힘 있는자가 힘 없는자에게 벌어지는 범죄"라며 "권력과 힘을 매개로 벌어지는 비인간적 행위인 이라크 병사에 대한 성폭력을 좌시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국민행동은 "바그다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이라크인 수감자들에게 일어난 모욕과 학대는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의 인권이나 민주적 권리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바그다드 교도소의 사례는 이라크 점령이 가져온 반인륜적 현실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방송-메이저 신문, 포로학대 제대로 보도하라"**

국민행동은 특히 이라크인 수감자에게 일어난 성폭행 등 반인권적 학대에 주목하고, 이와 관련 대대적 대국민홍보전을 펴기로 했다.

정대연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메이저 방송과 신문이 바그다드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이라크 병사에 대한 반인권적 학대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국민행동에 참여한 다수의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행동에 따르면 오는10일 경 인권운동사랑방 등 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테이블을 꾸려 바그다드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반인권적 학대 사안에 대해 논의를 가질 방침이다.

***국민행동, "17대 국회의원당선자 대상 파병철회 서명운동 벌일 것"**

국민행동은 총선 이후 최우선 과제로 '파병철회운동'으로 결의, 파병철회 범국민청원운동을 비롯 각계각층의 반전평화운동에 적극 결합하기로 했다.

국민행동은 이를 위해 우선 6월초 17대 국회 개원에 앞서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이라크 파병철회 국민청원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먼저 지역별, 부문별로 청원서명 릴레이운동, 온라인 국민청원서명운동을 추진하고, 단체별 청원운동 실천단을 구성해 가두 캠페인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첫 가두 캠페인은 오는 6일 명동성당 앞에서 열릴 계획이다.

국민행동은 이와 함께 오는 14일 '80년 광주, 2004년 팔루자(가칭)'라는 주제로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갖는 것을 시작으로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에서 주말 촛불집회를 계속 갖기로 했다. 국민행동은 이같은 릴레이 촛불집회를 거쳐 오는 6월12일 또한차례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전국적 촛불집회를 열어 파병 철회를 관철시키기로 했다.

이처럼 대규모 첫 촛불집회를 갖기로 한 14일은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헌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3일 다음날이어서, 노대통령이 대통령 복귀후 파병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행동은 또 추가파병철회 결의안 채택을 위해 대정치권 활동도 병행하기로 했다. 국민행동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민주당,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의원 중 파병철회 의원그룹들과 각각 간담회를 열어 의원들과 함께 '반전평화네트워크'를 구성해, 각 당에 파병철회의원그룹 간사를 두어 '파병철회결의안'상정을 독려키로 했다. 또 17대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결의안에 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개원 직후 임시국회 소집 및 파병결의안 철회 정족수를 확보할 방침이다.

<사진2>

다음은 이라크 파병철회 청원 국민대표단 명단과 이들이 정치권에 보내는 공개서한 전문이다.

***대통령과 여야정당대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드리는 공개서한**

대통령, 여야 정당 대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여러분께

지금 이 시간 지구 건너편 이라크에서는 부당한 외세의 침략에 분노하는 민중들의 통곡이 이어지고 있고 주권을 되찾기 위한 정당한 저항은 가공할 폭력과 무력에 의해 진압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부와 국회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희생해온 국민들의 염원과는 정반대로 이 불의한 전쟁과 명분 없는 강점을 정당화하고 전투부대를 보내 지원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평화, 주권의 존엄을 위해 피흘려 투쟁한 역사를 자랑스럽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그릇된 결정은 이러한 국민의 자긍심에 심각한 상처를 안겨주고 있으며 나라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1주년이 되는 지금, 전쟁의 부도덕성과 점령정책의 실패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과 이라크 내의 저항이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습니다. 이라크 내의 저항은 단순한 후세인 잔당의 반발이 아닌 이라크 민중들의 봉기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둔명분과 안전문제를 이유로 각국 군대의 철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팔루자 학살과 이라크인 수감자들에 대한 학대 등 용납되기 힘든 점령군의 폭력이 연일 드러남에 따라 미국의 이라크점령이 이라크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확연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세계 3위 규모의 대규모 전투병 파병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부가 밝힌 ‘재건지원’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고, 장병들의 안전도 전혀 보장할 수 없는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무모한 ‘강행방침’만을 되뇌이고 있습니다. 이라크 파병강행은 불의에 저항하는 이라크인들과 한국민 모두에게 회복하기 힘든 재앙의 불씨가 될 것이 명확합니다.

지금 우리는 두고두고 후회할 역사적 실책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 범국민청원대표단은 정부와 국회가 더 늦기 전에 추가파병결정을 철회하고, 서희제마부대의 철수를 선언함으로써 이라크 국민과 우리 국민의 평화와 안전을 도모하고 나라의 실추된 국제적 위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정부는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이라크인의 환영을 받는 재건지원의 임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파병추진일정을 전면 중단해야 합니다.

여야 정당은 ‘임무수행 자체가 불가능한 재건지원부대 파병에 동의했던 16대 국회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한 파병동의안을 철회할 것을 천명해야 합니다.

17대 국회 당선자들은 국민의 우려와 반대의사를 존중하여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파병결정의 재검토를 위한 임시국회를 소집하여 파병철회 동의안을 의결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이상의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 여야 정당 대표, 각당별 17대 국회 당선자와의 연쇄 면담을 제안합니다.

2004. 5. 3.

이라크 파병철회 청원 국민대표단 일동

<국민대표단 명단>

강만길(상지대총장) 권영길(민주노동당) 권해효(영화인) 김성수(성공회대 총장) 김세균(사회진보연대) 김숙임(평화여성회) 김제남(녹색연합) 김중배(우리민족하나되기 대표) 김흥현(전빈련) 도법(스님 지리산생명평화결사 순례단장) 리영희(한양대 명예교수) 문경식(전농) 문규현(평통사) 박경조(녹색연합) 박득훈(목사, 이라크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공동대표) 박상증(아름다운재단 이사장) 박상환(민교협) 박성준(비폭력평화물결 대표) 박원순(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R-TV 이사장) 서주원(환경운동연합) 수경(스님 지리산생명평화결사 순례단 도감), 신영복(성공회대 교수) 신학림(언론노조위원장) 안병욱(카톨릭대 교수) 영공(전 해인사 주지) 오종렬(전국연합) 오충일(목사, 노동일보 대표) 우각(중흥사 조실 스님) 유수스님(좋은벗들) 이강택(PD연합회) 이선종(원불교 특별교구장) 이수호(민주노총) 이종회(노동자의 힘) 이학영(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형모(시민의신문 사장) 임영신(이라크평화네트워크 준비위원) 정광훈(민중연대) 정현백(여성단체연합) 조희연(학단협 상임대표) 주섭일(내일신문 고문) 최 열(환경재단 상임이사) 최병모(민변 회장) 최영도(변호사, 참여연대 공동대표) 최인순(보건의료단체연합) 한상렬(통일연대) 함세웅(신부) 해정(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홍근수(자통협) 황인성(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사무총장) 이상 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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