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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연횡'인가 '분열의 고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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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합종연횡'인가 '분열의 고착'인가

[전망]대선은 3자구도, 그 다음은?

각 세력별 합종연횡이 분주하게 진행되면서 안개 속이던 대선 구도의 윤곽이 얼추 드러났다. 3일 하루 만에 한꺼번에 진행된 이명박-정몽준, 이회창-심대평, 정동영-문국현 사이의 지지선언 내지 단일화 기류는 대선판이 이명박-이회창-범여권의 '3자구도'로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보수 진영이 '중도실용'과 '강경보수' 그룹으로 이원화된 점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분열한 이명박, 이회창 후보 진영이 나름의 세를 갖춰 대선은 물론 그 이후까지 자기 색깔로 존속할 터전이 마련됐다는 의미에서다. 범여권도 후보단일화 기류가 빠르게 형성됐으나 내년 총선과 맞물려 분화의 여지가 오히려 넓어졌다는 평가다. 대선 이후 정치지형이 다당제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확연해진 징후다.

以鄭制朴(정몽준을 이용해 박근혜를 제압한다)?

특히 정몽준 의원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 선대위 상임고문 자리에 오른 건 이 후보의 '중도실용' 드라이브에 한층 힘을 싣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정 의원의 차기 대권설이 거론될 정도.

비록 박근혜 전 대표가 지지유세에 나서고는 있으나, 이 후보로서는 대선 이후에 더욱 껄끄러워질 박 전 대표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정 의원의 존재를 통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파괴력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노려봄직 하다는 얘기다.

이날 제주를 찾은 박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이 입당해 같이 하는 것은 환영한다"고 밝혔으나, '원칙적 발언'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박 전 대표와 정 의원이 초등학교 동창임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관계가 그리 끈끈하지만은 않았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대선후보이던 정 의원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으로 복당해 이회창 전 총재를 지원했다. 지난여름 한나라당 경선이 한창일 때도 정 의원의 거취가 주목받았으나 불발에 그쳤다.

결국 이 후보가 정 의원의 지지선언을 끌어내는 데 공을 들인 배경에는 △현대가(家)와의 오랜 앙금을 털고 △이명박 대세론에 탄력을 붙이는 한편 △박근혜 전 대표의 입지를 일정하게 위축시키는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충청권 강경보수의 출현?

이 후보가 '정몽준 공들이기'와 비교될 정도로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에게 냉담한 부분도 한나라당의 '보수색 빼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이방호 사무총장이 2일 심대평 후보와 국민중심당을 '구멍가게'에 비유한 데 이어 나경원 대변인도 3일 "심대평-이회창 후보단일화는 '역사의 퇴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비록 이 후보가 전날 이방호 총장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심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나의 생각이 전혀 아니다"고 진화했지만, 심 후보가 결국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강경보수 진영의 결집을 막아내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나 대변인이 "두 후보(이회창-심대평)는 다시 한 번 오늘의 결정을 재검토하고 이명박 후보로의 진정한 단일화를 이루눈데 협조하기 바란다"며 "희망을 접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여지를 남겼으나 이명박-이회창 후보 사이의 추가 단일화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심 후보에 대한 이명박 후보 측의 냉대로 어부지리를 얻은 쪽은 이회창 후보. 이 후보가 이날 "나는 대선에서 한번 반짝 빛을 보자, 이런 것이 아니라 길게 이 나라의 운명과 미래를 항상 본다"며 대선 이후에도 '세력'으로 존속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대목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심 후보의 가세로 확대된 충청권의 지역 기반을 토대로 이념적으로는 '정통보수'를 내세워 이명박의 한나라당과 대비되는 우파 세력으로서 대선 뒤의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중도세력도 분화?

범보수의 분열이 고착화 단계에 접어든 것과는 달리 범여권은 여전히 분열과 통합의 기로를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열쇠는 이날 공식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숙고에 돌입한 문국현 후보의 손에 쥐어진 분위기다.

그가 독자적으로 대선을 완주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고수해 온 '정동영 후보 사퇴' 요구를 거둬들임으로서 단일화 문제에 전향적으로 다가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선 문 후보가 4일 자신의 결단에 상응하는 대통합민주신당 측의 양보를 요구하거나 사회원로들에게 단일화 협상을 일임하는 방안을 정 후보에게 역제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조만간 정동영, 문국현 후보가 전격적으로 회동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문제는 단일화의 의제와 방법. 양측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다른 방식을 모색해 온 만큼 정책의제에 대한 교집합을 찾아 연합정부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하는 방법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그러나 문 후보를 비롯해 캠프 내에 정 후보와 신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여전한 데다 신당 측이 문 후보가 들고 나올 요구조건을 전폭적으로 수용할지도 불투명해 두 세력의 화학적 결합을 낙관할만한 단일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양측이 연정에 합의해 대선을 전략적 공조 속에 치른다 해도 이는 대선 패배 시에는 휴지조각에 불과해 내년 총선에선 다시금 경쟁관계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결국 문 후보가 독자적으로 대선을 돌파하건 단일화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건, 범여권으로 뭉뚱그려진 중도세력도 조만간 본격적인 분화기를 맞게 될 것이란 점엔 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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