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이 26일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 정체현상의 답답함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노망이 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 선대위원장단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 선대위원장 회의에서 "매일매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가슴에 덜컹덜컹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이뤄낸 우리 국민이 노망 든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60%가 김경준 씨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는 와중에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곧바로 "우리 국민들은 위대하다. 우리 국민들을 믿는다"고 덧붙였으나 '국민 노망' 발언만 선명하게 각인된 뒤였다.
BBK 방어에 급급하던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이 오랜만에 공격 논평을 냈다. 그는 "노인들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했던 후보와 국민이 노망이 들었다고 망발하는 선대위원장, 이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이냐"며 "국민의 신성한 판단과 주권을 모독하는 것이 그들이 입만 열면 되뇌이는 민주개혁이냐"고 비난했다.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김 위원장은 곧바로 "오늘 저는 명백한 실수를 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가 강조하고 싶은 말은 위대한 우리 국민들을 믿는다는 것이었지만 변명하지 않겠다"며 "적절치 못한 단어 선택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김 위원장의 '노망' 발언은 입 밖으로 나와 문제가 커졌지만,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 게걸음에 대한 답답함은 비단 김 위원장 뿐만이 아니다.
이날 손학규 위원장도 "정말 이상한 나라가 됐다"며 "국민을 탓할 수도 없고, 여론조사기관을 탓할 수도 없고, 그걸 보도하는 언론을 탓할 수도 없고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슷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우리 사회가 많이 병들어 있는 것 같다"며 "거짓말에 더해서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1위를 하고 있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명숙 선대위원장 역시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딱하게 됐다"며 "범죄 혐의자를 후보로 놓고 선거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에 너무나 딱하다. 어떻게 이런 세상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선대위원장단의 발언 뒤 정동영 후보는 "지지도는 좀 답답하지만 이런 선거에서 못 이기면 어떤 선거에서 이긴다는 말이냐"며 "이길 수 있게 돼 있다. 정동영 하기 나름이고 선대위원장님들 하기 달렸다"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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