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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수씨 분신사태, 54일만에 극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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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일수씨 분신사태, 54일만에 극적 타결

현중 사측, 분신대책위 요구안 전폭 수용

‘고 박일수열사 분신대책위’(위원장 이헌구)와 현대중공업 사측이 지난 2월14일 박일수 씨가 분신한 이래 54일만에 7일 최종합의가 타결됐다.

박일수씨 분신은 비정규직 문제가 심화되던 과정에 충격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그동안 노동계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다.

***이틀간의 긴박한 협상**

분신대책위는 7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박일수씨 분신이후 분신대책위 지도부의 구속 등 실무교섭이 난항을 겪었으나, 7일 오전 10시30분부터 본교섭이 열려 분신 54일만인 11시40분경 대책위와 현대중공업 사측간에 극적인 합의를 이루어냈다”고 밝혔다.

분신대책위는 지난 6일 분신대책위 실무팀과 현대중공업 실무팀간의 두 차례의 실무교섭이 진행되어 ‘잠정합의안’을 도출, 이날 밤 사내하청노조와의 간담회를 통해 새벽 1시경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분신대책위는 최종합의안 내용을 7일 저녁 시 현대중공업 정문 앞 보고대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알려내고, 저녁 8시 대책위 회의를 통해 분신대책위를 ‘장례위원회’로 전환, 박일수씨 장례계획을 잡을 방침이다.

***분신대책위-현대중공업 극적 타결**

7일 도출된 최종합의안은 그동안 분신대책위와 사내하청노조가 요구한 대부분의 사항을 현대중공업 사측이 받아들이는 내용이었다.

최종합의안은 먼저 ‘고 박일수 열사 분신관련 합의서’로 적시하고 있어, 사측이 그동안 의혹을 제기한 "박일수 씨는 열사가 아니다"란 주장을 철회, 고인을 ‘열사’로 받아들이기로 했음을 알 수 있다.

또 합의안은 그동안 현중 사측이 제3자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조문과 유감표명을 미루어온 것과 달리 합의안에는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는 조문을 통해 고인과 유족에게 조위와 유감을 표한다”고 적시돼 있다. 사측은 조만간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울산대학병원 영안실을 찾아 조문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의문은 또“하청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의 회사출입을 보장한다”며 “하청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을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하청노조의 활동이 다소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또 합의문은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일환으로 “하청업체들이 노동관계법을 철저히 준수토록 지도-감독하고 업체가 회사의 시정에 불응할 시 재개약을 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당해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취업알선을 통해 고용승계를 보장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밖에 합의문은 “회사와 대책위는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구속자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어, 사측과 분신대책위간 상호 고소가 취하되는 것을 비롯, 구속된 이헌구 분신대책위원장, 조성웅 사내하청노조위원장 등의 신변문제도 조만간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분신대책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한 협상”**

사측과 분신대책위간의 합의는 외형상 ‘극적타결’로 보이지만, 그동안 사측과 분신대책위가 실무라인을 통해 간헐적 물밑협상을 진행해 타결이 임박했었다는 것이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동익 분신대책위 언론담당은 “지난 28일경 유족 보상, 하청노조활동 보장 등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곧 최종타결이 임박했다고 판단했으나, 갑자기 분신대책위 간부들이 구속되고 17대 총선 등 여러 가지 정치적 사항들 때문에 한때 협상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분신대책위 관계자는 “대책위 간부가 구속되면서 실무협상이 급격히 냉각된 것은 사실이나, 대책위와 사측 모두 사태해결을 원했기 때문에 최종합의안을 빨리 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합의안 자체에는 만족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교섭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협상인 만큼 유족과 하청노조도 합의안 도출에 대한 분신대책위의 노력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청노조 "사측의 약속이행이 중요"**

하청노조는 “합의안이 많이 부족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사항이 실재적으로 어느 정도 이행되느냐”라는 입장이다.

한 하청노조원은 “모든 협상을 분신대책위에 위임한 만큼 분신대책위가 합의한 사항을 일단 받아들인다”면서도 “사측이 합의 내용을 얼마만큼 성실하게 이행할 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후 이행사항을 지속적으로 감시하지 않으면, 과거보다 더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분신대책위는 이와 관련 “합의안이 사문화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라며 “합의사항이 성실하게 이행되지 않을 시 즉각적인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회사와의 합의문 타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협상과정에 현중 노조와 크게 갈등을 빚음으로써 하청노조가 향후 사내 노조활동을 하는 과정에 현중 노조와의 간극을 어떻게 해소해나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타결은 향후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및 비정규직 노조활동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점에서 한국 노동사의 한 획을 긋는 주요타결로 기록될 것이라는 게 노동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다음은 7일 분신대책위와 현중 사측이 도출한 최종합의안 전문이다.

***고 박일수 열사 분신관련 합의서**

1.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이하 회사)는 조문을 통하여 고인과 유족에게 조위와 유감을 표한다.

2. 현중사내하청노조(이하 하청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의 회사출입을 보장하고 업무방해를 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사업장내 조합활동을 보장하고, 하청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3. 본 사태이후 하청노조 조합원 가입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출입이 금지된 진용기, 조광한에 대해 즉시 출입을 보장하여 근로에 종사케하고 인터기업 소속 이석원, 김태형, 박규형에 대해서는 합의서 체결 즉시 직권휴직을 철회하여 근로에 종사케 한다.

4.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청노조의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다.

5. 회사는 각 업체들이 노동관계법을 철저히 준수토록 지도, 감독하고 업체가 회사의 시정요구에 불응 할 시, 재계약을 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당해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타업체 또는 새 사업자에게로 기왕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유지되는 취업알선을 통하여 계속 고용을 보장한다.

6. 회사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피복, 식권, 생산소모품 및 안전보호구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제공하며, 4대보헙 적용, 유급휴가 인정, 노동시간 단축, 근로기준법 준수, 부당노동행위 근절, 성과급 지급등에 대해서는 이후 현중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구체적인 개선책을 강구하며 각 업체에서 반영토록 권고한다.

7. 박일수 열사 분신과 관련하여 회사와 대책위는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구속자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8. 유족 보상 및 장례비와 장례절차에 대해서는 별도 합의한다.

9. 본 합의 내용중 이행시기를 특정하지 않는 사항은 합의 체결이후 1주일 이내에 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004.4.7

고 박일수 열사 분신대책위원장 직무대행 장 인 권
현대중공업(주) 대표이사의 위임을 받은 전무이사 곽 만 순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위원장 위임을 받은 부위원장 홍 성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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