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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의 11월'…대선정국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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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의 11월'…대선정국 '격랑' 속으로

'보수의 분열' 현실화…'다자구도' 생존경쟁으로

기어이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3수' 길에 올랐다.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보수의 분열'로 촉발된 '다자구도'로 전선이 재편되면서 대선은 물론이고 정치지형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한 노(老)정객의 대권욕이 몰고 온 '11월의 빅뱅'이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독식과 경제담론이 주도하던 선거흐름은 일순간에 뒤바뀌었다. 각 진영은 선거와 정치에 관한 문법을 새로써야 할 판이다. 극우 후보에게 '뒷문'을 털린 이명박 후보가 버텨낼 수 있을지, '李-李 대결' 국면에서 정동영, 문국현 등 범여권 후보들이 유의미한 '3자구도'를 구축할 수 있을지 등이 일차적 관건이다.

이명박이 죽어야 이회창이 산다

정당정치와 정책선거를 기대하기란 어렵게 됐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은 후보 간 지지율 경쟁만 더욱 치열하게 부각시켰다. 출마선언 전까지 20%대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처럼 보인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율이 어떤 곡선을 그릴지가 첫 번째 분수령.

TNS 이상일 이사는 "이명박과 이회창의 시소게임"이라고 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돼야 이회창 전 총재의 30%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붕괴에 힘입어 이 전 총재가 30%대까지 치고 나가면 '보수 대 보수'가 주도하는 대선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수진영 내의 보혁구도가 대선 판세를 좌우하는 시나리오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 지지층이 겹치는 이 전 총재에게 박근혜 지지층이 추가로 쏠린다면 한나라당 경선 때까지 전개됐던 '이명박-박근혜' 쌍끌이가 '이명박-이회창'으로 이름만 바꿔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보수의 쌍두마차가 지지율 60% 이상을 독식하는, 범여권으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구도다.
▲ ⓒ연합뉴스

반면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거나 10%대 중반으로 내려앉으면 '이회창 변수'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 있다.

그럴 개연성이 없는 게 아니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그의 출마에 우호적인 언론이 거의 없다. 호남에서 이 전 총재에 대한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 일부 여론조사는 반(反)한나라당 층의 역선택을 의심케 한다. 이 전 총재의 출마와 동시에 이 지지층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이명박 지지층은 중도실용층과 전통보수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전 총재가 기대할 수 있는 층은 전통보수층이지만 이들은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많이 망설이더라도 결국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소극적 지지로 머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일 이사는 "기본적으로 이 전 총재가 15%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지금의 20%에 정체된다고 해도 이회창의 존립 근거가 살아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1강(이명박) 2중(이회창-정동영) 구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이명박 후보에겐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회창 출마 정국으로 자신에게 집중됐던 범여권의 공세를 분산시키고, 경우에 따라선 이회창 전 총재의 백기항복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이명박 지지율 하락폭이 관건…박근혜-BBK가 포인트

물론 이는 이명박 후보가 안정적인 지지율 관리에 성공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보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추이에 더 주목한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이 국면에선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율보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 하락이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지지율의 마지노선은 대개 35%로 본다. 박 대표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35% 밑으로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래도 이명박이다'와 '이명박은 안 된다'의 여론이 달린 가늠자라는 것이다. 이 선이 무너지면 이 후보의 허약한 지지층은 좌우 양쪽에서 급속하게 붕괴할 수 있다. 보수층은 이 전 총재 쪽으로, 중도실용 성향이 강한 수도권 및 30~40대는 범여권 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상일 이사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35% 밑으로 쳐지면 거기서부터 이회창 전 총재의 가치가 높아지게 되고 박빙의 3자구도가 전개된다"며 "이 경우의 관건은 박근혜 전 대표"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이 후보의 위기요인은 안팎으로 겹쳐있다. 이명박-이회창 갈등국면에서 주가가 높아진 박근혜 전 대표의 '방관'은 내적인 위기요소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로 표면화된 이명박-박근혜 대립은 이 후보의 정치력과 리더십을 시험대에 오르게 했다.

이 후보 진영에선 이재오 최고위원의 퇴진 등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더라도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주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이회창 전 총재 출마와 관련해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이 대체로 "이명박 후보가 자초한 일"이라고 이 후보 쪽에 돌을 던진 대목에서도 추론해 볼 수 있다.

이 이사는 "박 전 대표는 대선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내년 총선의 전망이 선다면 이 전 총재를 선택할 수도 있고, 대선서 다자구도를 유지해도 아무것도 남길 게 없다면 현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는 '李-李 대결'이 팽팽하게 전개될수록 주가가 높아지고 선택지가 다양하게 열리게 돼 당분간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엄연한 경선 패자인 박 전 대표로서도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한귀영 실장은 "박 전 대표가 어느 한쪽을 공공연하게 손들어 주는 상황이 오긴 어렵다"며 "이명박 후보가 가장 어려울 때 '경선에서 뽑은 후보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론적 멘트를 던지는 게 고작일 것이고, 이회창 전 총재를 지원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당내 분란을 부추기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밖에선 BBK 연루의혹과 관련해 김경준 씨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이 후보의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11월 25~26일로 예정된 후보등록일 전에 김 씨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귀영 실장은 "11월은 BBK 정국이다.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후보불안론이 극대화되면서 전통보수층을 중심으로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범여권도 통합난망…'백화점식 다자구도' 될 수도

범여권이 유의미한 3자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폭에 달려있다.

한 실장은 "李-李 갈등이 이전투구로 갈 때 이명박 후보 지지층 가운데 중도실용적 성향이 무당파로 스며들어 갔다가 일부 정동영 후보 쪽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거주의 호남 원적층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지표"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상일 이사는 "'정동영+문국현 지지율'이 최소한 25%는 돼야 '단일화를 하면 집권이 가능하다'는 논리의 명분이 선다"고 말했다.

일단 이들은 이명박 독주 구도가 붕괴된 것 자체는 범여권에 기회요인으로 봤다. 반부패 연대를 고리로 정동영-문국현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 논의가 성큼 앞당겨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박빙의 3자구도'가 형성될 것이냐는 물음에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전망이 앞섰다.

한 실장은 "이회창-이명박의 치열한 갈등이 상수라면 범여권 후보들에게 열리게 되는 기회요인은 그에 따른 부차적인 소극적 지점"이라며 "당분간 보수 중심으로 대선 무대가 형성되면서 범여권의 무대는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3자구도의 전제인 단일화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상일 이사는 "범여권 후보들의 계산법들이 모두 달라서 지금의 구도 전체를 흔들어 3자구도로 간다고 전망하기 쉽지 않다"면서 "범여권이 소외되지 않으려면 단일화가 마지막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귀영 실장은 "단일화가 되려면 서로 내놔야 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게 어느 정도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단일화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보수-개혁진영이 모두 분열해 백화점식 다자구도가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대표는 "당분간 한국정치의 화두는 분열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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